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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 무늬의 끊임없는 반복, 그 속에서 찾은 기계적 아름다움



▲(왼)‘Appearance of crosses 2007-10’(2007), Acrylic on tartan, 200×280cm (오)‘Appearance of crosses 2009-9’(2009), Acrylic on tartan, 150×150cm

진현미의 아티스트 인 차이나 (2) 추상화가 딩이



딩이(丁乙·48)는 중국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명성을 얻은 추상화가다. 상하이의 예술특구인 ‘모간샨루 50’의 첫 입주 작가로 이곳에서 벌써 10년째 작업 중이다. 1930년대 낡은 방직 공장 기계실을 개조한 아틀리에에서 그는 상하이 시각예술학원에 강의하러 가는 날을 제외하고 하루 8시간을 꼬박 작업에 매달린다.



그는 지난 18년 동안 십자 모양의 반복 모티브를 계속 발전시켜왔다. 장난감 포장지 디자이너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던 작가는 88년 포장 디자인 기술에 중요한 기호였던 십자(+) 모양을 자신의 작품 모티브로 차용했다 한다. 통제 속에 살아왔고 개방의 혼돈을 함께 겪었던 동시대 작가들은 모두가 정치적으로, 아니면 사유의 세계로 발전된 작품에 몰두했던 시기, 딩이에게는 작가의 모든 뜻이 배제돼 의미가 없는 십자 모양이 반복된 추상은 지금까지는 겪어볼 수 없었던 전혀 다른 경험이었다. 중국 전통회화의 영향과 서구 모더니즘 초기 단계의 순수회화 영향을 탈피하기 위해 그는 ‘십자’에 몰두했다.



그러나 주변 반응은 냉담했다. 친구들은 “이게 무슨 회화냐”고 조롱했고 스승은 꾸짖었다. 작가는 그 시기를 “나를 비우는 과정”이었다고 말한다. 진현미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중국 전통 미술은 작가의 뜻과 의지가 담긴 의상(意象)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이것을 배제하니, 낯설었던 거죠. 그래서 딩이의 작품을 먼저 알아본 건 중국이 아니라 외국이었습니다. 중국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건 고작 5~6년밖에 되지 않아요. 그게 중국 추상회화의 시초이고 그런 의미에서 중국 추상회화의 선두주자라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그의 작품 세계는 크게 다섯 단계로 구분된다. 첫 단계는 롤러, 테이프, 롤링 펜과 같은 보조도구를 활용하는 정교화 단계, 두 번째는 프로필렌을 활용해 손으로 직접 그리는 단계였다. 그리고 세 번째 골판지 위에 분필과 숯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는 재료의 실험단계를 거쳐 바둑판 모양의 모직물인 타탄 위에 그리는 네 번째 단계를 지나 최근에는 다섯 가지 컬러 정도만 사용할 수 있는 형광 페인트로 새로운 세계를 구현하고 있다.





▲딩이 작가(왼쪽)와 진현미 대표.



그는 형광색 그림들이 “대도시 상하이에 대한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도시의 현란함과 네온의 느낌, 중국의 대도시는 무질서하게 자기 마음대로 급성장을 했습니다. 이렇게 화려하고 현란한 것은 일상에서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죠. 보여주기 위한 것, 지나가는 사람들을 위한 것입니다. 그렇게 숨가쁘게 성장하고 있는 것이 상하이의 힘이라고 느꼈고, 예술가의 입장에서 찬양이나 폄훼의 판단 없이 그림으로 표현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에게 상하이 미술과 베이징 미술의 차이를 물었다. 그랬더니 “미술의 차이라기보다 양적인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 돌아왔다. “베이징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예술가가 많아 학교나 학원, 아트 관련 기관 등 인프라가 상하이보다 풍부합니다. 또 예술가들의 성향도 차이가 있습니다. 베이징 예술가들은 다 같이 모여 하는 단체 활동이 왕성하죠. 서로 연락도 잦고 파티도 많고. 하지만 상하이는 개인적이고 단독적입니다. 혼자 작업하는 작가가 많습니다. 서로 연락도 잘 안 하는 것 같아요.”



그는 2008년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와의 스카프 콜라보레이션 작업으로 그의 명성을 다시 확인했다. 지난 2년간 여섯 가지 컬러가 판매되었는데, 올 7월부터 소비자의 다양한 취향과 나이대를 고려한 12가지 컬러로 늘어났다. “제게 디자인 의뢰가 들어왔을 때 요구 조건은 단 하나였습니다. 창작의 자유. 파리의 글로벌 아트디렉터는 제 말을 듣더니 비서에게 종이를 가지고 오라고 하더군요. 종이에 88.5㎝라는 사이즈가 적힌 정사각형을 그리고 나서는 그림 한복판에 ‘Free’라고 쓴 뒤 제게 주었습니다. 사이즈 규격 외의 모든 걸 제게 맡긴다는 뜻이었죠. 그 뒤로 순조롭게 디자인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는 남성복 명품 브랜드 제냐와 중국 진출 20주년을 기념하는 또 다른 콜라보레이션을 준비 중이다. 넥타이 아니면 행거치프냐고 물었더니, 자신도 뭐가 나올지 기다리는 중이라고 싱긋 웃었다.



◇딩이=1983년 상하이 Arts and Craft 전문대 졸업. 1990년 중국화 전공으로 상하이대 미술학부를 졸업했다. 베니스 비엔날레(1993), 요코하마 트리에날레(2001), 광주 비엔날레(2002) 같은 전시회에 폭넓게 참가하고 있다. 현재 상하이 시각예술학원 교수.



◇진현미=영어 이름 미아(Mia). 베이징 다산쯔 차오창디 예술구에서 자신의 브랜드 ‘아트미아’ 화랑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라이프 스타일 매거진 ‘레몬트리’에 중국 대표 작가들의 아틀리에를 소개하는 ‘베이징 아트 산책’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이 기사의 좀 더 자세한 내용은 23일 발간된 ‘레몬트리 11월호’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상하이 이호선 레몬트리 편집장hosun7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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