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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반한 한국 <17> 미국인 에센바크의 거제도





제가 만든 거제 산마루길, 그 짜릿함에 감전될 겁니다



거제도 산마루길은 원래 따로 떨어져 있던 하이킹 루트 3개가 연결돼 30㎞에 이르는 코스다. 사진은 거제도 산마루길 계룡산 능선 위에 남아있는 6·25전쟁 당시 포로수용소 잔해.







5개 봉우리 잇는 30㎞, 일본 땅 보일 때도



나는 미국 북동부 뉴잉글랜드 지방에서 자랐다. 내 고향은 세대를 불문하고 하이킹을 즐기는 고장이지만, 바쁜 생활 탓에 하이킹을 마음껏 즐길 수 없었다. 나에게 하이킹은, 그저 젊은 시절의 추억 정도였다.



 차갑게 식었던 열정이 다시 타오른 건 3년 전이다. 거제도의 한 교육기관에서 영어교사로 일하게 되면서 나는 하이킹을 다시 시작했다. 거제도는 하이킹의 섬이었다. 어디를 둘러봐도 햇살 가득한 하늘과 아름다운 대비를 이루는 산줄기가 선명한 윤곽을 그리고 있었다. 나는 섬을 길게 가로지르는 산등성이가 나를 부르고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고향에서 산 정상에 올라 풍경을 내려다보며 간식을 먹고 다시 내려오는 전통적인 방식의 하이킹을 즐겼다. 그러나 거제도에선 달랐다. 나는 이 섬의 여러 길 위에서 한나절을 훌쩍 보내곤 했다. 폭포를 지나고 야생동물을 만나고 야생화를 바라보며 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하늘이 어두워지곤 했다. 길은 나에게 감동과 평화를 안겨줬다. 이 길고 긴 길 위에서 내 모든 신경은 기분 좋게 녹초가 되곤 했다.



 마침내 나는 지도를 펼쳐놓고 길에 관하여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길을 모아서 하이킹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을 한 것이다. 그 마음으로 GRT(Geoje-do Ridgeline Trail, 한국어로 번역하자면 ‘거제도 산마루길’)를 만들게 됐다. 길이 중간에 끊어지지 않고 산 이쪽에서 저쪽 너머로 이어지는 산마루 하이킹 루트를 개발한 것이다. 길은 거제도 장평동에서 시작해 계룡산 위쪽으로 이어져 망산의 최남단 정상까지 내려온다. 원래 따로 떨어져 있던 하이킹 루트 3개를 조합한 것으로 총 거리는 30㎞에 이른다.



 내가 낸 길은 오로지 새들만 간간이 날아다니는 높이까지 이어진다. 거제도의 가장 높은 5개 봉우리 위에 서기 때문이다. 그중 가장 높은 봉우리인 가라산 정상에선 맑은 날이면 일본 땅이 보이기도 한다. 게다가 이 길은 성곽 세 곳과 사찰 두 곳, 한국전쟁의 참상을 보여주는 옛 포로수용소 유적지를 지나간다. 조선소와 해금강, 외도식물원과 바람의 언덕 등 거제도의 거의 모든 주요한 자연경관이 다 내려다보인다.



바다·야생화·성곽·포로수용소 … 감동의 풍경



‘거제도 산마루길’ 계획을 세우고 처음 종주에 도전한 날. 나는 비를 맞으며 걸었다. 망산 정상까지 함께 걸었던 친구는 날씨 좋은 날을 기다리자고 했지만, 나는 얼른 이 길을 종주하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다. 나는 친구와 작별인사를 나눈 뒤 야영을 하기 위해 숲 속으로 들어갔다. 그날 밤 비가 다섯 번이나 내렸다. 하루 종일 계속된 하이킹을 끝내고 맞는 밤이 보송보송한 침대가 아니어서 낯설었지만, 나는 내일 일정을 머리에 그리며 그 긴 밤을 이겨냈다.



 이튿날은 화창했다. 전날 밤의 폭풍 구름이 바람에 씻겨 섬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활짝 드러내고 있었다. 힘겨운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나는 숨막히는 듯한 풍경을 보상받았다. 나는 길 위에서 많은 사람을 만났다. 특히 모녀 등산객은 내게 떡과 쌀로 만든 음료를 건네주기도 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나는 혼자였다. 나는 혼자서 이 대자연의 경관을 마주하고 있었다. 내가 만든 길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멋졌다. 나는 이 멋진 경험을 한시라도 빨리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나는 내가 만든 길이 한국인은 물론 외국인에게도 ‘머스트 하이킹(Must-Hiking)’ 코스가 되기를 희망한다. 나는 한라산과 지리산을 올랐고, 그 산 말고도 수많은 산을 올랐다. 그러나 ‘거제도 산마루길’만큼 내 몸과 마음을 짜릿하게 자극한 것은 없었다. 당신이 진정한 하이커라면 이 길을 걷자마자 사랑에 빠질 것이라고 자신한다.



 참, 최초의 종주 이후 나는 꼬박 일주일을 체력을 회복하는 데 써야 했다. 그러나 나는 2주일 뒤 다시 ‘거제도 산마루길’로 향하고 있었다. 하이킹이 가져다 주는 이 순전한 즐거움을 나는 오직 한국에서만 만끽하고 있다.











마이클 에센바크(Michael Eschenbach)



1966년 미국 출생. 미국에서 연극영화학과 아트 콜레보레이션을 전공했고, 2007년부터 경남 거제도의 위버지니어스 영어스쿨에서 영어 교사로 일하고 있다. 자연을 사랑하고 탐험을 좋아해 한국에서 하이킹은 물론 암벽 등반도 즐긴다.



정리=손민호 기자

중앙일보·한국방문의해 위원회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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