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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 속 그 이야기 <9> 대전 둘레길

둘레길은 보통 산의 발치께를 걷는다. 북한산·지리산 둘레길이 그렇다. 그러나 대전둘레길은 올망졸망한 산봉우리를 타고 넘는다. 한밭이라 불리는 대전 분지를 감싸고 있는 해발 400~500m 산봉우리 10여 개를 이은 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리산·북한산둘레길이 산을 우러러 보는 라운딩(Rounding)이라면, 대전둘레길은 능선에서 산 아래를 내려다보는 ‘하늘길’이다. 얼추 300리에 달하는 이 길은 ‘산성 길’로도 불린다. 백제와 신라가 쌓은 수십 개의 산성이 자리하고 있으며 12구간은 각각 한 개 이상의 산성을 포함하고 있다. 그중 5구간은 산성이 가장 많은 곳이다. 천 년의 세월을 이겨낸 성벽은 옛 사람의 자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대전둘레길을 개척한 대전문화연대 사람들과 5구간을 걸었다.



[중앙일보 45주년·프로스펙스 30주년 공동기획]눈앞에 1500년 역사 산성, 발 아래 시리게 푸른 대청호 …

글=김영주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시민들이 431m 높이에 자리한 계족산성길을 걷고 있다. 산성은 백제시대 때 축조된 것으로 대전지역 30여 개의 산성 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정상에 서면 청주·보은·옥천·공주 등 옛 웅진 땅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







산성에서 바라보는 대청호









계족산성에서 바라본 대청호. 사진 중앙 오른쪽으로 청남대가 아스라이 보인다.









자갈로 뒤덮혀 있던 계족산의 임도가 황톳길로 변했다. 사람들은 황토길에서 신발을 벗고 걷기도 한다.



산행기점은 비룡동 줄골마을 입구다. 마을 어귀에 떡 하니 버티고 있는 돌장승 행렬이 일행을 반긴다. 특히 지하대장군은 미모가 출중해 ‘미스 대전장승’이란 별명이 붙어 있다. 줄골마을을 지나 동신고 뒷산으로 이어진 갈현을 지나면 곧 갈현성이다. 이제 본격적인 산행의 시작, 수많은 산성과의 만남이 시작된다. 5구간은 이곳에서 계족산(423m)까지 약 11㎞의 길을 걷는다. 대략 5~6시간으로 겨울철 하루 산행으로 적당한 거리다. 대전문화연대 안여종(41)씨는 “능선을 따라 이어진 길이지만 산이 야트막해 동네 뒷산을 걷는 정도”라고 미리 알려준다.



 갈현을 지나 능선을 지나면 질티 고개다. 대전에서 옥천으로 나가는 옛길이다. 질티고개에서 시계 반대 방향으로 올라서면 계족산 가는 방향, 그리고 동쪽으로 시선을 옮기면 대청호다.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드러난 겨울 호수의 수면은 유난히 새파랗다. 질티 고개에서 살짝 숨이 찰 정도까지 올라왔을까. 대청호반의 물줄기를 온전히 조망할 수 있는 지점, 이곳이 질현산성이다. 마치 용이 나는 듯 북쪽으로 뻗치고 있는 대청호가 발아래 펼쳐진다. 눈 앞으로는 경부·대전남부순환고속도로와 4번국도, 629번 지방도로가 얼기설기 뻗어 있다. 대전으로 충남 옥천·보은으로 가는 길목, 천 년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길이다.



 “경부고속도로 너머로 보이는 골짜기가 관산성 전투가 있었던 자리입니다. 당시 백제 성왕이 신라군에 참수된 곳이지요. 옥천읍으로 통하는 마달령은 말 한 필이 겨우 넘어올 만한 산길인데, 백제가 멸망할 때 신라군이 이 길을 넘어 한밭 들판으로 들어온 곳이지요.” 안여종씨의 역사 해설을 들으며 일대를 바라보고 있자니, 당시 백제·신라군이 벌인 격전이 겨울 들판에서 펼쳐지는 듯하다.



 질현성 성벽 자체도 훌륭하다. 네모난 돌로 차곡차곡 쌓은 성벽은 푸른 이끼를 머금은 채 의연한 자세로 버티고 있다. 554년에 있었던 관산성 전투, 천오백 년 세월을 담은 에피소드가 돌 틈마다 서려 있을 듯하다. 현재 대전 지방에 남아 있는 백제의 산성 중 가장 온전한 형태를 띠고 있다. 성벽을 보려면 질현성 이정표에서 낙엽 깔린 길을 10m 정도 내려가야 한다.



주단을 깔아놓은 듯, 붉은 황톳길









둘레산길 제 5구간이 시작되는 비룡동 줄곧마을 입구에 세워진 지하대장군 석장승.











질현산성을 따라 6개의 보루가 잇대어져 있다. 5보루는 나무가 한 그루도 없어 탁 트인 전망을 선사한다. 동쪽으로 시린 대청호 물이 바다처럼 펼쳐져 있다. 대전둘레길잇기 모임에서 안내대장을 맡고 있는 이주진(62)씨는 “여기가 12구간 중에서도 최고로 전망 좋은 자리”이라고 추켜세운다. 그는 둘레길 외에 ‘대청호반산길따라’라는 산행 모임도 안내하고 있다. 이씨는 “천 년의 세월을 간직한 산성과 대청호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길이 대전 둘레길 말고 또 있겠느냐”며 “북한산 둘레길을 이틀에 걸쳐 모두 걸었는데 대전 둘레길에 비하면 아무 맛도 없더라”며 자랑을 해댄다. 5보루에는 벤치가 두어 개 놓여 있다. 한참 쉬어 가기 좋은 호젓한 쉼터다.



 산성 길을 넘어오면 절고개와 만난다. 남으로는 용화사, 북쪽으로 가면 계족산성이다. 절고개 길은 대전이 자랑하는 14.5㎞ 계족산황톳길 중 일부다. 본래 계족산성을 아우르는 임도(林道)였으나 울퉁불퉁한 길에 붉은 황토를 사르르 깔아 비단 같은 황톳길로 재탄생했다. 길 양 옆으로 벚나무가 도열해 있어 봄이면 벚꽃 날리는 길이라고 한다. 걷기 좋은 길은 물론 자전거·마라톤하기 좋은 길로 대전시민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둘레길은 황톳길을 아닌 산 능선을 따라 이어지지만, 황톳길로 걸어도 임도삼거리에서 다시금 만나게 돼 있다. 삼거리에서 황톳길을 따라가면 계족산성이다. 조선시대까지 봉화대가 있었던 산성 정상에는 2그루의 느티나무가 고고하게 자리하고 있다. 대청 호반이 아스라이 펼쳐지는 명소다.



 5구간 종점은 계족산 정상, 봉황정이다. 누각에 서면 대전을 왜 한밭이라 불렀는지 짐작하게 된다. 분지를 감싸는 산봉우리 아래 벌판은 이제 거대한 시가지를 이루고 있다. 특히 남에서 동으로 흐르는 보문산(457m)·만인산(537m)·식장산(598m)·계족산 산봉우리는 마치 서울의 ‘불수도북(불암산·수락산·도봉산·북한산)’을 보는 것만 같다. 그래서 대전 사람들은 이 산줄기를 ‘보만식계’로 부른다. 보만식계의 연장선이 대전둘레길인 셈이다. 봉황정에서 용화사로 내려오면 보리밥 집이 성하다.



걷기 정보 대전둘레길의 역사는 깊다. 지리산둘레길·제주올레길이 알려지기 전인 2004년, 120㎞의 둘레길이 모두 완성됐다. 대전둘레길잇기 모임은 매월 둘째 주 토요일, 셋째 주 일요일에 산행 모임을 갖는다. 12구간에서 각각 오전 9시에 모여서 출발한다. 대전둘레산 지도와 안내산행 일정은 다음카페(cafe.daum.net/djsarang)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의 042-226-5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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