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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치킨









켄터키프라이드치킨(KFC)이 1984년 4월 서울 종로에 1호점을 열고 상륙하면서 우리나라에서 ‘통닭 시대’는 가고 ‘치킨 시대’가 펼쳐졌다. ‘안경 쓰고 지팡이 든 노인’은 새로운 통닭 맛을 전파했다. 65세의 나이에 단돈 105달러밖에 없던 빈털터리 창업자가 11가지 허브 양념을 이용해 만든 조리법이란 ‘성공 신화’까지 더해져 꽤 인기를 끌었다. 이전까지 국내에는 시장이나 길거리에서 기름에 튀겨 파는 통닭이 대세였다. 식당에 전기구이 통닭이 있었지만 서민들에겐 버거운 음식이었다.



 치킨은 80년대 호프집 열풍을 타고 생맥주와 함께 가장 선호하는 안줏거리로 올라섰다. 90년대 말 외환위기는 역설적으로 제2의 치킨 열기를 몰고 왔다. 직장에서 쫓겨난 실업자들은 치킨집 창업에 앞다퉈 나섰다. 큰돈 들이지 않고 작은 가게와 오토바이만 장만하면 짭짤한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게 매력이었다. 현재 치킨시장의 규모는 5조원에 전국에서 5만여 개의 업소가 경쟁할 만큼 성장했다.



 닭고기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돼지고기 다음으로 많이 먹는 육류다. “사위가 오면 씨암탉을 잡아준다”는 속담은 옛날 얘기가 됐다. 지난해 국내에서 도축된 닭은 6억8000만 마리. 수입 닭을 빼고도 5000만 국민 한 사람이 한 해 13마리 넘게 먹은 셈이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한 달에 평균 닭 한 마리 이상은 먹었다는 계산이다. “닭 날개를 먹으면 바람 난다”는 속설도 근거가 있다고 한다. 닭 날개에는 피부 탄력을 유지해주고 노화를 방지해주는 성분이 많이 들어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미인(美人) 양귀비가 닭 날개찜을 좋아했다는데 우연이 아닌 듯하다. 중국에 귀비계(貴妃鷄)라는 요리가 있을 정도라고 하니 말이다.



 대형마트에 5000원짜리 치킨이 등장해 논란이다. 한 마리에 1만5000원 안팎에 팔고 있는 동네 치킨집들은 울상이다. 대형마트에 손님 빼앗길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피자에 이어 치킨까지 대기업이 영세 자영업자의 영역을 침범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치킨은 식사뿐만 아니라 술안주로, 출출한 밤에 허기를 채우는 간식거리로 제격이다. 안방에서 치킨을 배달해 가족들과 오순도순 먹는 소박한 풍경이 사라질까 아쉽다. 『삼국지』에서 조조의 고사(故事)로 잘 알려진 ‘계륵(鷄肋)’이 떠오른다. 동네 치킨집이 ‘버리자니 아깝고 갖고 있기에는 실속이 없는 닭갈비’ 신세로 전락할까 걱정된다.



고대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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