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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잃어버린 3년, 보호받지 못하는 민생





태안 앞바다는 옛 모습 찾아가나
주민들은 고단한 삶을 겪고 있어
융자금 연체이자 검토하고 있다니
정부의 민생 챙기기 애매모호해져



정연정
배재대 교수·공공행정학과




2007년 12월 초 서해 태안 앞바다를 덮었던 검은 기름띠의 재앙을 우리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해상 크레인과 유조선인 허베이 스피리트호의 충돌로 서해안 청정해역에 대량의 기름이 유출되었고, 그 광경을 바라보는 지역주민들의 망연자실한 모습, 기름띠를 걷어내기 위해 십시일반(十匙一飯) 모여든 123만 명에 달하는 방제(防除) 봉사의 손길 등 사건 발발 이후 우여곡절 속에 3년이 흘렀다. 그동안 우리의 서해는 점차 청정한 옛 모습을 되찾아 가고 있다. 하지만 바다를 생계로 살아온 지역주민들의 삶은 정상적인 모습을 찾지 못하고 있다. 태안 지역주민들의 고달픈 민생은 지난 3년 동안 온전히 버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사고 이후 지역주민들은 자신들이 당한 피해를 홀로 국제법정에서 호소해야만 했고, 사고 치유를 위한 후속조치 계획으로 정부가 마련했던 특별법이나 관련 조정위원회도 지역주민의 생계 회생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위기에 대처하는 계획만 있었을 뿐, 사후적 관리를 위해 필요한 실질적인 노력이나 가시적 대응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청와대와 국회는 시시때때로 ‘민생’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런 민생의 강조에도 불구하고 기름유출 사고 이후 태안 주민들은 누구도 돌보지 않는 행정의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었다. 혹자들은 피해보상을 받으면 될 것 아니냐라고 반문할 수 있다. 물론 그렇다. 그러나 그 중요한 피해보상의 절차나 수준도 미미하고, 지지부진했다는 것이 문제다.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 사고로 인해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에 신청된 배·보상 해당 건수는 6만 건이다. 이 중에서 약 1만4000건 정도의 건수만이 그나마 국제유류보상기금의 사정을 받았고, 실제 피해가 인정된 것은 약 9000여 건에 불과하다. 그리고 피해가 인정된 건수 중 약 10분의 1건만이 보상을 받았다. 게다가 이 정도의 보상이 이루어지는 데 3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었으니, 나머지 10분의 9건에 대한 보상이 완결되려면 단순한 계산만으로도 2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의 지난(至難)한 시간 동안 주민들이 불확실한 배·보상만 바라보고 있어야 하는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 지역주민의 탓이 아닐진대, 그 책임은 고스란히 이들에게 넘겨져 있는 셈이다. 당장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주민, 건강상이나 재정적으로 자활의 기반을 스스로 찾기 어려운 주민들은 정부의 지원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사고가 발생한 이후 정부는 나름대로의 대응책을 발표했었다. 하지만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활용하겠다고 잡았던 3000억원이 넘는 예산은 2010년 현재까지 집행액이 60억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심지어 주민들의 건강검진 예산(총 14억원)도 2011년 정부 예산편성 내역에는 전액 삭감된 채 국회로 넘겨졌다.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유류유출사고 특별대책위원회는 2008년 이후 단 한 차례도 소집된 바가 없다. 더욱이 정부는 최근 지역주민의 소득보장을 위해 지원되었던 생활안정 융자금에 대해 연체이자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피해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한 지역주민에게, 또 정신적·육체적으로 삶의 원동력을 상실해 소득을 얻지 못하는 주민들에게 부과되는 연체이자에 대한 검토가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나 정치권이 챙기겠다고 하는 민생의 현실이 무엇인지 갈수록 모호해진다. 주민 때문에 발생한 문제가 아닌 천재지변에 대해 정부는 항상 지원자가 아닌 또 다른 채무자로 서 있는 현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누가 이런 취약한 국민들을 보호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여전히 던질 수밖에 없는 현실로 인해 앞으로 제2, 3의 태안은 언제든지 생겨날 수 있을 것이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태안의 현실은 예산안 단독·강행 처리, 결사저항이라는 평행선 국회의 장 안에 여전히 묻혀 있다. 그리고 파행적 국회에서도 정부나 여당이 그토록 강력하게 추진하려고 하는 4대 강 사업도 좋지만, 국민들의 정상적인 생활을 존속하기 위해 필요한 지원은 왜 그토록 어렵고 쉽게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인지에 대한 답변이 우선적으로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정연정 배재대 교수·공공행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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