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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활동으로 스펙 쌓는 고교생들





“외국어를 공부하며 우리나라 홍보했어요”







영어공부는 며칠만 손을 놔도 감을 잃기 쉽다. 그렇다고 매일 문제집과 빽빽한 단어장만 들여다보기엔 지겹다. 영어를 재미있게 공부하기 위해 고민하던 학생들이 방법을 찾았다. 번역활동이다. 대학입시전형에 첨부할 든든한 포트폴리오까지 보장하니 일석이조다.



비빔밥 책자 4개 국어로 번역했죠



고교 연합동아리 ‘한알’은 번역을 활용해 한국을 홍보한다. 한국의 다양한 정보를 외국인이 모국어로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만드는 작업이 주요 활동이다. 회장 신혜규(대원외고 3)양은 “영어·일본어·중국어·스페인어·독일어·프랑스어·러시아어의 7개국어로 번역한 뒤 인터넷상에 올린다”고 말했다. 한국홍보 전문가 서경덕씨와 함께 G20정상회의를 각국 언어로 번역해 홍보하고, 독도문제와 각종정부의 보도자료도 번역해 해외사이트에 올리고 있다.



단순한 고교생 동아리활동으로 치부하기엔 이들의 실력이 만만찮다. 10월엔 한국어판 ‘비빔밥’ 책자를 영어와 일본어, 스페인어와 중국어로 번역해 출간하기도 했다. 75종의 비빔밥을 사진과 함께 깔끔하게 수록했다. 번역의 질을 인정받기 위해 학생들이 자비를 들여 전문가에게 감수를 받기도 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비빔밥 책은 출간한지 두 달만에 영어와 일본어판 초판 500부씩 출판한 것이 모두 소진됐다. 부회장 김윤정(은광여고 3)양은 “기대보다 큰 반응에 출판사에서 급히 재판을 찍고 있다”며 “외국인뿐 아니라 주위 외국인에게 선물하기 위해 한국인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이들의 적극적인 활동은 다양한 분야에서 효과를 나타냈다. 양영아(대원외고 3)양은 올해 수시모집에서 이화여대 글로벌인재전형에 최종합격했다. 한알에서 번역했던 자료를 포트폴리오로 제출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박재섭(용인외고 3)군은 해외학생과 교류하는 기회가 늘었다. 페이스북에 자신이 번역한 중국어 기사를 올린 뒤 중국 현지에서 접속해 자신의 글에 관심을 보이는 중국 친구가 생겼다. 그는 “학교에서 배운 외국어로 현실에 참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며 “내가 한 번역이 작지만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며 자부심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해 심화학습해 번역경시대회 수상



이시후(경기 풍덕고 2)양은 지난 달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가 주최한 제1회 고등학생 번역 경시대회에서 일반고 부문 금상을 수상했다. 평소 영어과목을 좋아해 다양한 대회에 참여했지만 번역 관련 대회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수능 독해지문을 보면서 문제를 풀듯이 연습했죠.” 항상 하던 영어공부방식을 유지하되, 객관식 문제를 풀 때와는 다르게 한 문장씩 꼼꼼하게 해석해 주어와 서술어를 맞춰본 연습이 전부였다.



이런 전략이 실제 시험 현장 스타일과 맞아 떨어졌다. 한 문제가 15문장 가량으로 구성된 영어제시문과 한글제시문은 수능 외국어영역의 독해지문 분량과 거의 유사했다. 제한된 시간 내에 6개의 제시문을 한글과 영어로 깔끔하게 표현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영어제시문을 한글로 번역하기 전엔 내용을 먼저 완벽하게 이해하는데 중점을 뒀다. 한글제시문을 영어로 번역한 뒤엔 그 문장을 다시 한번 한글로 바꿔보며 어색한 부분을 수정했다.



이양은 “번역은 평소 국어와 영어공부를 할 때 조금만 신경 쓰면 실력을 쌓을 수 있는 영역”이라며 “독해하면서 사소한 부분을 놓치던 습관도 번역을 연습하면서 고치게 돼 성적 향상에도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번역봉사로 희망진로 정했어요



꿈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번역활동을 하는 사례도 있다. 김유리(용인외고 3)양은 지난 2년간 국제어린이구호기구 ‘컴패션’에서 편지번역 봉사를 해왔다. 후원을 받는 어린이들이 후원자에게 쓰는 영문 편지를 한글로 옮기는 작업이다. 김양은 “유니세프나 컴패션 같은 국제아동기구에서 일하는 것이 꿈”이라며 “대학도 아동 인권을 전공할 수 있는 사회학과로 진학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양이 번역하는 편지는 일주일에 10여 통 내외다. 매일 한 장 이상씩 번역하는 셈이다. 번역 봉사를 시작한 뒤 새롭게 배운 요령도 많단다. 아이들이 어려 직접 글을 쓸 수 없는 경우엔 현장 교사가 대신 아이의 말을 옮겨 편지를 쓸 때가 많다. 이럴 땐 편지의 딱딱한 내용을 그대로 옮기는 대신 그 속에 숨어있는 아이들의 표현을 살리는데 중점을 둔다. 아이가 더이상 후원을 받을 수 없는 지역으로 이사를 가거나 부모의 반대로 후원받는 것을 중지하게 될 경우 처럼 민감한 내용은 그 표현을 순화해 번역하는 기술도 익혔다.



김양은 얼마 전부터 태국 아동을 후원하고 있다. 아이들의 편지 속에서 나타나는 후원자에 대한 마음과 순수한 표현을 매일 만나다보니 직접 후원해보고 싶은 욕구가 생겨서다. 얼마 전 지원한 해외대 수시모집전형의 자기소개서에도 번역 봉사를 내세우고 싶은 포트폴리오로 소개했다. “학교 생활과 입시때문에 바쁘고 짜증날 때도 편지 한 통 읽으면 기분이 좋아져요. 번역봉사는 저에게 꿈을 부여해준 소중한 활동 중 하나죠.”



[사진설명] 고교연합번역동아리 ‘한알’ 회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박재섭·양영아·신혜규·김윤정·염재화·최하림 학생.



<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사진=최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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