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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의 시시각각] 김관진 국방은 혈서를 쓰라







김진
논설위원·정치전문기자




북한이 해안포를 절벽 동굴에 숨겨놓은 것은 깡패가 방탄조끼와 헬멧으로 무장한 것과 같다. 군대에 민간인은 아내다. 잔뜩 무장한 깡패가 가죽장갑을 끼고 아내의 얼굴을 때렸다. 아내의 입술이 터지고 이가 부서졌다. 그런데 남편은 고작 맨주먹으로 깡패의 등짝을 몇 대 두들겼다. 옆에 야구방망이가 있는데도 쓰질 않았다. 아내가 울부짖자 남편은 이렇게 말했다. “미안해. 교전수칙 때문에 어쩔 수가 없어.”



 이런 남편과는 이혼하고 새 남편을 얻어야 한다. 지금 온 국민은 새 남편 김관진 국방장관을 쳐다보고 있다. 그는 눈빛이 강렬해 ‘레이저 김’으로 불린다고 한다. 김 장관은 군이 야구방망이(F-15K)를 썼어야 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리고 북이 다시 도발하면 ‘도발의 근원’을 없애버리겠다고 했다. 그래서 상처 받은 아내의 기대가 높다. 그러나 나는 새 남편에 대한 신뢰를 유보하려고 한다. 워낙 많은 이들이 말로만 응징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인은 군에 무한한 지원을 보내주었다. 이름부터가 ‘국군(國軍)’이다. 많은 나라가 군대 앞에 나라보다는 특정한 세력이나 이념을 붙인다. 영국은 왕실군(the Royal Forces)이고 중국과 북한은 인민해방군과 인민군이다. 이란은 혁명수비대이며 이라크는 공화국수비대였다. 일본은 자위대다. 이름에서 군과 국가를 같은 반열에 올려놓은 나라는 많지 않다. 미군(the U.S. Forces)이 그러하다.



 그렇게 자랑스러운 국군이 창군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전쟁(6·25와 베트남전)에 맞섰던 군대가 도발에 무너지고 있다. 지금까지 국군의 최대 위기는 대규모 무기조달(율곡사업) 부패였다. 1993년 이회창의 감사원은 율곡사업 뇌물 비리를 파헤쳤다. 국방장관 2명을 포함한 전직 군 고위 관계자 6명이 검찰에 고발됐다. 현역 장성 8명 등 53명이 징계와 인사조치를 받았다.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이때 크게 떨어졌다. 그러나 부패보다 더 위험한 것이 무능이다.



 한국의 국군은 그야말로 피와 땀과 눈물로 건설된 것이다. 한국전쟁 때 이승만 대통령은 미국을 압박해 군사지식과 무기·물자를 얻어냈다. 그렇게 해서 사단을 증설하고 국군을 현대군으로 바꿔나갔다. 70년대 초 다시 안보 위기가 왔다. 미군이 7사단 2만 명을 철수한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이때부터 방위산업 육성을 시작했다. “수류탄부터 미사일까지 우리 손으로 만들자”는 것이었다. 방위산업은 오원철 경제2 수석비서관이 지휘했다. 수출과 중화학공업을 비롯해 70년대는 거의 모든 것이 전쟁 같은 각오로 추진되었다. 방위산업은 특히 그러했다.



 72년 4월 전방부대에서 첫 시사회(試射會)가 열렸다. 대전차지뢰를 폭발시켰는데 전차의 캐터필러 파편이 본부석 텐트 위로 날아들었다. 박 대통령은 미동도 하지 않으면서 박수를 쳤다고 오원철씨는 회고한다. 77년 5월엔 전방기지에서 대공화기 벌컨포 시험사격이 있었다. 잘 나가던 포가 갑자기 멈췄다. 관계자가 약실(藥室) 뚜껑을 열자 벌겋게 달아오른 포탄 하나가 폭발했다. 떨어져 서있던 이석표 경제2 수석실 비서관이 가슴을 움켜쥐고 쓰러졌다. 박 대통령이 서울대병원 의사들에게 “반드시 살려내라”고 했지만 그는 1주일 후 죽었다.



 이렇게 만든 자유민주국가의 군대가 지금 공산독재국가의 어뢰 한 발과 포탄 몇 발에 주저앉고 있다. 강한 군대는 기습·야전·승리·자축 전문이어야 한다. 그런데 어느덧 한국군은 피습·행정·인양·추모 전문 군대가 되어버렸다.



 나폴레옹의 부하들은 그를 ‘십만 군대’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만큼 최고 지휘관 한 사람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혈서를 쓰라. 그리고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 간직해두라. “지는 군대는 군대가 아니다. 나는 군을 개혁하겠다. 실패하면 모든 훈장을 반납하고 자진해서 이등병으로 강등되겠다.”



김진 논설위원·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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