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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엔 인류뿐인가? 글리제 581g에서 답 찾아라

NASA에서는 1992년 외계지능탐사(SETI) 계획을 시작했다. 세계 곳곳에 설치된 전파망원경으로 외계에서 보내올 무선 신호를 탐지하는 프로젝트다. [AFP=본사특약]
인류는 혼자인가? 우주에 생명이 있는 곳은 지구뿐인가? ‘그렇지 않다, 지구 외에도 생명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연구하는 학문 분과가 있다. 우주 내 생명의 기원과 진화, 분포와 미래를 연구하는 우주생물학이 그것이다. 2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외계 생명체의 증거를 찾는 탐사에 큰 영향을 미칠 우주생물학적 발견”이라며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한 호수에서 발견된 박테리아(GFAJ-1)의 특성을 공개했다. GFAJ-1이 중대한 의미를 갖는 이유는 독극물인 비소를 기반으로 번식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된 최초의 생물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모든 생물체는 필수 6대 원소(탄소·수소·질소·산소·인·황)가 있어야 살 수 있는 것으로 생각됐다. 6대 원소에 포함된 인은 핵산과 단백질, 지질 등 세포의 주요 구성 요소와 에너지 대사에 필수적인 성분이다.

NASA의 ‘비소 생명체’로 촉발된 외계인 존재 의문

하지만 이번에 발견된 박테리아는 인을 제거하고 대신 비소를 넣은 배양액에서도 성장할 수 있었다. 그 성장률은 인이 있을 때의 60%였지만 인의 역할을 비소로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획기적인 능력을 보여준 것이다. 물론 지금까지 발견된 극한 미생물 중에는 섭씨 113도에서 활발히 자란다거나 엄청난 산성이나 알카리성 환경에서 번식하는 능력을 갖춘 것들도 있다. 그렇다 해도 ‘6대 원소 필수’라는 생화학의 기본 원칙을 벗어난 것은 없었다. 극지연구소의 극지생명과학연구부장인 이유경 박사는 “현재도 남극 등 극한 환경에 사는 생물들을 화성 등에 옮겨 심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며 “GFAJ-1의 발견은 그 같은 가능성을 더 열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우주 속의 어떤 행성이나 위성에 지구상의 생명체와는 다른 원소로 조성된 생물이 존재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외계 생명체를 찾으려 할 때도 그 대상을 지금보다 훨씬 더 넓게 생각해야 한다는 의미다. 예컨대 지구생물체와 달리 탄소 대신 규소를 기본 뼈대로 하는 생명체가 있을 가능성도 더 커진 것이다.

비소(As)를 기반으로 살 수 있는 박테리아가 발견된 미국 캘리포니아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모노 호수. 이호수는 자연 비소농도가 매우 높다. [AP=연합뉴스]
이유경 박사 “극지 생명체 화성 이식 시도”
외계 생명체를 찾는 현실적인 방법은 지구와 비슷한 환경을 지닌 행성을 찾아보는 것이다. 이는 먼 미래에 우리가 이주할 곳을 찾는다는 의미도 있다. 지구의 나이는 약 46억 년인데 생명이 탄생한 것은 약 35억~40억 년 전으로 추정된다. 이 시기는 들끓는 용암과 화산의 불바다와 혜성과 운석의 융단 폭격이 그치고 환경이 비교적 안정된 뒤 불과 몇 억 년 지나지 않은 때다. 지구에서 이토록 이른 시기에 자연법칙에 따라 무생물로부터 생명이 발생했다면 우주의 다른 곳에서도 똑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우리는 다른 비교 대상을 알지 못하므로 지구의 환경이 생명 탄생에 가장 적합할 것으로 가정한다.

그런 행성은 일단 목성처럼 가스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지구처럼 바위로 이뤄진 것이어야 할 것이다. 또한 그 위치는 ‘골디락스’ 영역에 있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지구처럼 주된 항성(태양)에서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아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 태양계를 보아도 금성은 납이 녹아내릴 정도의 불바다고 화성은 황량한 얼음 지옥이다. 여기에 행성의 크기와 대기, 중력 등이 적절해야 ‘골디락스 행성’으로 불릴 수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펠리사 울프 사이먼 박사가 2일(현지시간) 신종 박테리아(GFAJ-1)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마침 그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이는 행성이 처음으로 발견된 사실이 지난 9월 말 천체물리학 저널에 실렸다. 미국 샌타크루즈 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이 지구로부터 약 20광년 떨어진 천칭자리의 적색왜성 글리제 581 주위에서 발견된 행성 글리제 581g가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하기에 매우 적합한 거리에 있음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지난 11년간 하와이 케크 천문대에서 첨단기술과 재래식 우주 망원경을 모두 사용해 관찰한 결과 이런 성과를 얻었다면서 “관찰 대상이 되는 항성의 수가 적은 데 비해 이처럼 이른 시간 안에, 이처럼 가까운 거리에서 골디락스 행성을 발견했다는 것은 이런 행성이 매우 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37일 주기로 공전하는 글리제 581g의 질량은 지구의 3~4배로 추정된다. 학자들은 이 행성의 표면이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질량은 대기를 붙잡아 둘 만큼의 충분한 정도인 것으로 보고 있다. 표면 온도는 평균 섭씨 영하 32~12도로 추정된다. 다만 이 행성은 중심별의 기조력 때문에 항상 같은 면을 향하고(위성인 달이 행성 지구에 대해 항상 같은 면을 향하고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있기 때문에 중심 별을 향하는 쪽은 매우 뜨겁고 반대편은 꽁꽁 얼어 있을 것이다. 따라서 생명체가 살만한 곳은 ‘명암경계선’으로 불리는 양지와 음지의 중간지대가 될 것이라고 학자들은 지적했다. 연구진은 이 행성이 암석으로 조성돼 있다면 지름은 지구의 1.2~1.4배일 것이며 표면의 중력은 지구보다 약간 큰 정도여서 사람이 똑바로 서서 걸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골디락스 행성이 이처럼 빨리 가까운 거리에서 발견된 것으로 미뤄 행성의 10~20%가 이런 종류에 속할 것이며 따라서 우리 은하 안에 수백억 개가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짐 캐스팅 교수는 이에 대해 “생명이 존재할 가능성이 가장 큰 후보”라고 평가했다. 이곳에 물이 실제로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면 그 가능성은 더더욱 커진다. 지구는 바다로 둘러싸여 있지만 우주에서 이는 그리 흔한 일은 아니다. 지구에 지금처럼 물이 풍부한 것은 오래전 물이 풍부한 대형 혜성(먼지와 얼룩이 있는 얼음덩어리라고 생각하면 된다)들에 대량 폭격을 당하는 행운을 얻었던 덕분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행성은 얼마나 많을까. 우주에 있는 항성(별)의 숫자는 약 10의 23제곱 개로 추정돼 왔다. 그러나 행성은 그보다 세 배가량 많으며 늙은 별인 적색왜성 주위를 돌면서 지구와 유사한 환경을 갖춘 ‘수퍼지구’도 수조(兆) 개에 이를 것이라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2일 영국 BBC방송은 피터 반 도쿰 예일대 교수의 연구팀이 하와이 케크 천문대의 고성능 망원경으로 관찰한 결과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지구에서 5000만~3억 광년 떨어진 8개의 대형 타원은하를 표본으로 조사해보니 예상보다 20배 많은 적색왜성이 있었다는 것이다. 적색왜성은 역사가 100억 년 이상된 별로 질량은 태양의 10~20%이고 희미한 붉은 빛을 띤다. 붉은 난쟁이별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다. 과학자들은 지금까지 우리 은하 및 인접 은하 바깥에서는 적색왜성을 찾아내지 못했으며 우주에 얼마나 많은 적색왜성이 있는지를 밝혀내지 못하고 있었다. 연구진은 “늙은 은하에는 젊은 은하에 비해 20배나 많은 적색왜성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적색왜성 주위의 행성들은 제법 나이가 오래된 것으로(환경이 안정돼) 복잡한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조건”이라고 말했다.

먼 바깥 은하에 앞서 우리가 속한 은하(밤하늘의 은하수가 우리가 속한 은하다) 내 가까운 곳에서 지구와 닮은 행성을 찾으려는 것이 NASA의 ‘케플러 계획’이다. NASA가 지난해 3월 발사한 케플러 우주선은 미리 선정한 15만 개의 항성을 대상으로 그 주위 행성의 크기와 움직임 등을 추적하는 임무를 띠고 있다. 여기 실린 케플러 망원경은 시야각이 10도로 기존의 허블 우주망원경보다 훨씬 넓고 특정 성계를 집중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우리 은하의 다른 별들 주위에서 300개 이상의 행성을 발견했지만 대부분 목성 이상의 크기였다. 목성은 지구보다 318배 큰데 케플러호에 실린 망원경은 그 30~600분의 1 크기의 행성을 찾고 있다. 만일 태양 크기의 항성 중 10%가 지구와 똑 같은 거리만큼 떨어진 행성을 가지고 있다면 케플러가 찾아낼 수 있는 지구형 행성은 약 46개가 될 것으로 NASA 측은 추산하고 있다.

외계 지능 생명체 찾는 SETI 프로젝트
외계에 생명체가 있다면 그중에는 우주를 향해 전파신호를 발사할 정도로 발전한 문명도 있을 것이다. 혹시 지금도 그런 전파가 지구에 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같은 의문을 직접 해결하려 한 것이 1992년 NASA에서 시작한 외계지능탐사(SETI) 계획이다. 세계 도처에 설치된 전파망원경을 이용해 수천 개의 표적 항성(사실은 항성에 딸린 행성들)을 대상으로 외부의 지성체가 보내올지 모를 무선신호를 탐지하는 것이 목표다. 이 프로젝트는 ‘성과가 없이 돈만 쓴다’는 이유로 96년 종료됐지만 84년 설립된 민간기구인 세티연구소(SETI INSTITUTE·www.seti.org)는 지금도 NASA와 미국 과학재단 등의 후원과 전 세계 과학자들의 참여 속에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외계에 생명체가 있다는 전제하에 그것이 발전해 항성 간 통신을 할 문명 수준에 이른 것은 우리 은하계에 얼마나 될까. 영국의 천문학자 프랭크 드레이크가 이를 계산하는 식을 만들었다. ‘드레이크 방정식’의 변수는 7개다. 이 중 6개까지의 계산은 확률 추정으로 간단하게 나온다.

우선 우리 은하계 내 별의 숫자를 추정(약 4000억 개)한다. 여기에 별이 행성(대개 10개 정도)을 거느리고(확률 10%) 그 행성이 생물이 살기에 적합해(10%) 생명이 탄생하고(10%) 지능이 진화해(1%) 항성 간 통신기술을 개발할 확률(10%)을 곱하면 된다. 400만 개라는 계산이 나온다. 다만 이 중 대부분은 우리 은하계 탄생 이래 100억 년이 흐르는 동안 멸망해 지금은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 여기서 일곱째 변수가 등장한다. ‘기술이 발달한 종은 얼마나 오래 살아 남는가?’ 하는 질문이다. 평균 1000만 년이라면 현재 그런 문명이 4000개 정도 존재한다는 답이 나온다(400만 개×1000만 년/100억 년). 만일 존속기간이 1만 년이라면 그 숫자는 4개로 줄어든다. 지구 문명은 얼마나 존속할지 의문이다.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핵탄두의 총 숫자는 2만6000여 개, 60억 인류를 몇 차례 멸절시키고도 남을 숫자이기 때문이다. 외계지능 탐사와 관련해서는 세티연구소의 천문학자 세스 쇼스탁(Seth Shostak)이 새로운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지난 8월 BBC 뉴스에서 그는 “우리가 접하게 될 전파는 우리 같은 생명이 아니라 인공지능이 보낸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그는 전파 신호를 보내고 우주 여행을 하는 단계에 이른 문명은 결국 인공 지능을 만들어낼 것으로 확신한다. “우리 자신이 금세기 내에 이뤄낼 일도 그것”이라며 외계 문명 역시 그럴 것이라는 전제하에서 세티 문제를 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외계의 지적 생명체를 찾는 SETI 프로젝트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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