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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냐 성기능이냐

“탈모약을 사용한 후 성기능이 떨어졌습니다.”
필자의 진료실엔 탈모약의 성기능 부작용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종종 찾아온다. 해당 환자들은 호르몬계의 탈모약을 쓴 사람들인데, 대부분 성욕저하나 발기력 저하, 사정력 감퇴를 호소한다.

부부의사가 쓰는 性칼럼


탈모약 중 호르몬계열의 약은 남성호르몬의 작용을 차단하는 피나스테라이드 성분이 들어있다. 원래 전립선 치료제로 사용되다가 부작용으로 생긴 발모현상을 이용해 탈모치료제를 만든 것이다.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은 체내에서 5-알파 환원효소에 의해 DHT(디하이드로 테스토스테론)로 변환되는데, 피나스테라이드 성분은 효소의 작용을 차단해 DHT로의 변환을 억제하는 기전이다.

남성호르몬보다 몇 배 강력한 DHT는 탈모를 유발한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DHT를 몹시 나쁜 물질처럼 생각하는데 틀린 얘기다. DHT는 테스토스테론과 함께 성기능에 필수요소다. DHT는 성욕에 관여하며, 발기에 필요한 화학물질인 NO와 c-GMP 등의 조절자이자, 사정현상에 있어 필수기관인 전립선에도 작용한다. 따라서 DHT가 억제되면 성욕저하, 발기력저하, 사정감퇴 등의 현상이 나타난다. 탈모약에 비해 고용량의 피나스테라이드로 구성된 전립선 치료제는 DHT 억제가 더 강하기 때문에 성기능저하가 더 나타난다.

호르몬계 탈모약은 전립선제제보다 피나스테라이드의 용량이 적으니 무조건 안전한 약이라는 논리는 한계가 있다. 고용량에 비해 부작용의 정도는 작겠지만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실제 탈모약의 임상연구에서도 소수의 환자군에서 성기능에 문제가 생겼다는 보고는 있다. 더욱이 성기능에 부작용이 있는 다른 약제의 연구에서도 드러났듯, 환자들이 스스로 성기능 문제를 호소하는 비율에 비해 의사가 환자의 성기능저하를 구체적으로 검진해보면 그 비율은 4배나 증가했다는 연구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 다른 우려는 성기능에 미치는 부작용이 만성화될 가능성이다. 탈모약으로 인한 성기능 문제는 약을 끊으면 회복 가능성은 제법 있다. 그런데 소수의 환자에서 약 중단 이후에도 회복되지 않은 경우가 보고되고 있다. 타산지석의 예로, 과거 경구피임약에 따른 여성 성기능의 부작용을 들 수 있다. 이 경우 약만 끊으면 성기능이 회복될 거라고 여겼지만, 필자가 참여했던 2005년 하버드대와 보스턴대의 공동연구에서 피임약을 끊어도 호르몬계의 교란은 회복되지 못하고 성기능 부작용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 처음 밝혀졌다.

실제로 탈모약을 쓴 후 성기능이 떨어졌다면 당연히 탈모약을 중단하는 것이 옳다. 성기능이 억제된 원인은 내버려두고 인공적인 발기유발제를 이중으로 처방하는 것을 우선해선 안 된다. 우선 탈모약을 끊고 호르몬계의 교란에 불안정해진 심신의 성반응을 안정시키고, 또 다른 원인이 겹쳤는지 확인하고 치료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보통 진료실을 찾는 남성들은 탈모와 성기능 중 하나를 택하라고 하면 당연히 성기능을 선택한다. 제법 안전한 탈모약이지만, 만약 원래 성기능이 취약하거나 복용 후 성기능이 저하된다면 다소 주의를 요하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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