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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권 재건축 열 달 만에 반등 개포동 아파트 값은 전국 1위

1982년 지어진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 1단지의 전경. 28년 세월의 무게로 건물은 퇴락하고 있지만 쉼 없이 자라난 나무들은 5층짜리 아파트 건물보다 더 높아졌다. 신인섭 기자
30년 전 서울 강남구 개포동엔 나지막한 산자락을 따라 넓은 배나무 밭이 자리잡고 있었다. 지금 산에서 가까운 동네는 세월의 무게에 잿빛으로 퇴락해 가는 5층짜리 서민 아파트촌이 펼쳐져 있다. 다시 10년쯤 뒤엔 최고 50층짜리 아파트가 우뚝 솟은 미니 신도시로 변모할 전망이다.
한적한 농촌 마을이던 개포동이 대단지 아파트촌으로 ‘변신’을 시작한 지 내년이면 꼭 30년이 된다. 1981년 4월 전두환 정부는 ‘주택 500만 호 건설계획’에 따라 택지개발촉진법을 적용하는 첫 사례로 개포지구를 선정했다. 건설부 장관이 ‘집을 지을 땅(택지개발예정지구)’이라고 결정하면 다른 22개 법률의 효력을 중지시키고 개발을 밀어붙이는 엄청난 위력의 법이었다. 초기 사업을 맡은 주택공사는 2년4개월이란 비교적 짧은 시간에 7개 단지에서 262개 동, 1만3340가구의 아파트를 지었다. 이후 민간 건설업체도 가세하면서 총 32개 단지에 2만8704가구의 아파트가 들어섰다.

주택시장 바닥론 현장에서 봤더니 ②꿈틀대는 재건축·재개발


현재 개포동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파트 값이 비싼 동네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달 말 개포동 아파트 값은 3.3㎡당 평균 4167만원에 달했다. 2위인 강남구 압구정동(4125만원)을 근소한 차이로 제쳤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말까지만 해도 압구정동이 개포동보다 비쌌으나 지난해부터는 개포동이 압구정동을 추월한 상태다. 개포동에서도 가장 비싼 곳은 개포주공 3단지다. 서울시가 공개한 아파트 실거래가 정보를 보면 지난달 중순 50㎡짜리(약 15평)가 11억1000만원에 팔렸다. 3.3㎡당 가격은 7326만원이나 된다.

개포동 집값이 비싼 이유는 재건축 기대감이다. 개포주공 1~4단지와 개포시영단지엔 지은 지 30년 가까운 아파트가 1만2000여 가구나 몰려 있다. 이 중 대부분은 방이 한두 개밖에 없는 33~50㎡(약 10~15평)짜리 서민주택이다. 대모산(해발 293m)이 가까워 자연환경이 쾌적하고 학군이 유리하다는 점을 빼면 주거환경은 좋지 않은 편이다.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지난 7월 취임한 뒤 개포동 재건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8월 20일엔 주민들과 만나 “개포단지 재건축 사업을 관계 기관과 협의해 원만히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닷새 뒤엔 구청 주관으로 개포동 32개 아파트 단지 대표를 모아놓고 ‘개포지구 정비계획 마스터플랜(안)’에 대한 주민 설명회를 열었다. 9월에는 구청이 마련한 재건축 기준 등을 담은 ‘지구단위계획 재정비안’을 주민들에게 보여주고 의견을 들은 뒤 서울시에 제출했다.

강남구 아파트 10채 중 4채가 재건축 대상
이 무렵부터 개포동에선 저층 단지를 중심으로 급매물이 거의 사라지고 집값이 오름세를 탔다는 것이 주변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개포주공 3단지 앞에서 영업하는 강원창 현대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벌써부터 일부 건설회사에선 재건축 사업 수주를 위한 홍보에 들어갔다”며 “단지별로 재건축 조합을 설립하기 위한 움직임도 활발하다”고 소개했다. 그는 “3단지는 전체가 1160가구인데 대지 지분이 가장 많아 재건축 후 넓은 집을 배정받을 수 있는 50㎡짜리는 170가구밖에 안 돼 물량이 부족한 편”이라고 말했다.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주택경기 바닥론이 확산하면서 입지조건이 좋고 사업 진행속도가 빠른 ‘블루칩(우량주)’ 재건축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부동산 정보업체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강남·서초·송파·강동구 등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값은 지난달 0.72% 올라 지난 1월(1.45%) 이후 10개월 만에 반등했다. 이 중 강남구는 1.07%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이며 재건축 시장의 강세를 주도했다. 강동구(1.04%)도 둔촌주공과 고덕주공 단지를 중심으로 비교적 크게 올랐다. 송파구(0.84%)와 서초구(0.11%)에서도 재건축 아파트 값이 동반 상승했다.

강남구에선 아파트 10가구 중 4가구(43%)가 재건축 대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닥터아파트가 단지별로 재건축 가능연한을 조사한 결과다. 올해의 경우 서울에서 84년 이전에 지은 아파트는 안전진단에서 ‘위험’ 판정을 받으면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다. 강남구는 전체 아파트 10만3000가구 중 84년 이전 준공 물량이 4만4000가구에 달한다. 강동(40%)·서초(37%)·송파구(24%)도 각각 2만 가구 이상이 재건축 연한에 도달한 것으로 분석됐다.

개포지구는 강남구에서 최대 규모의 재건축 대상지다. 면적은 393만7000㎡(약 119만 평)로 여의도(295만㎡)의 1.3배에 달한다. 강남구는 단지별로 상한 용적률을 235~250%로 올려달라고 서울시에 요청한 상태다. 100㎡의 땅에 아파트를 235~250㎡까지 지을 수 있게 해달라는 뜻이다. 용적률이 높을수록 같은 땅에 더 많은 아파트를 지을 수 있어 재건축 사업성이 좋아진다.

현재 ‘공’은 용적률 상향의 최종 권한을 가진 서울시에 넘어간 상황이다. 서울시가 먼저 ‘개발의 큰 그림(마스터플랜)’을 결정해줘야 주민들이 단지별로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다. 서울시는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개포지구 개발계획을 심의 중이다. 문성재 강남구 주택개량팀장은 “서울시에선 개포지구 재건축 계획이 교통·환경·교육 등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는 단계”라며 “연말까지는 남은 시일이 촉박해 내년 초에나 서울시 심의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초구에선 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초반에 집중적으로 아파트를 건설한 반포·잠원동 일원(1만여 가구)이 주목된다. 진익철 서초구청장은 최근 한강공원과 연계한 ‘반포·잠원지구 개발 기본구상’을 마련했다. 반포주공·신반포·한신 등 주변 아파트 단지를 12개 구역으로 나눠 최고 50층(평균 40층)짜리 아파트 2만여 가구로 재건축을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개발계획의 결정 권한은 서울시가 쥐고 있기 때문에 서초구의 구상대로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해 ‘한강 공공성 회복선언’을 발표하고 반포·잠원지구를 한강변 유도정비구역(평균 30층)으로 지정했다. 서울시는 현재 서초구와 별도로 반포·잠원지구 개발 마스터플랜을 준비 중이다. 서초구 관계자는 “앞으로 서울시가 내놓을 마스터플랜에 서초구의 아이디어와 요구사항을 최대한 반영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재건축 활성화”, 서울시는 ‘신중’
강동구 둔촌지구는 지난 8월 조합 총회에서 현대건설 컨소시엄을 시공사로 선정한 이후 집값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 지난 10월 말 지하철 9호선 3단계 구간(잠실종합운동장~둔촌동 보훈병원)이 공사에 들어갔다는 소식도 집값 상승세를 부추겼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둔촌주공 3단지 112㎡는 한 달 전에 비해 4500만원 오른 9억3000만~9억4000만원, 둔촌주공 1단지 82㎡는 3500만원 상승한 9억5000만~9억6000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하지만 급매물이 소화된 이후 추격 매수세는 강하지 않은 상황이다. 고덕지구는 단지별로 재건축을 위한 건축심의를 통과했거나 심의 절차가 진행 중이다.

송파구 재건축 아파트도 지난달 중순을 기점으로 오름세로 돌아섰다. 123층짜리 제2롯데월드가 구청의 건축심의를 통과했다는 소식이 호재가 됐다. 송파구에선 잠실주공 5단지와 가락시영 등이 대표적인 재건축 추진 단지로 꼽힌다.

그러나 강남 4구를 제외한 서울 다른 지역의 재건축 시장은 아직 전반적인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동작구(-2.75%)와 관악구(-1.65%)는 지난달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닥터아파트는 “동작구 상도동의 경우 시세보다 싼 매물이 나와도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 매수자들이 매수시기를 늦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래된 단독·다세대 주택이 많은 강북 지역에선 뉴타운을 중심으로 재개발 사업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사업 진행은 대체로 지지부진하다. 서울 지역 35개 뉴타운의 300여 개 사업구역 중 70%는 아직까지 조합설립도 마무리하지 못했다. 최근 눈에 띄는 움직임으로는 왕십리 뉴타운 2구역이 지구 지정 8년 만인 지난 10월 공사에 들어갔다는 소식 정도다.

재건축·재개발은 해당 구역뿐 아니라 주변 부동산 시장을 요동치게 하는 변수가 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사업진행 과정에서 한꺼번에 많은 집을 철거하면 일시적으로 주택공급이 급감해 주변 집값과 전셋값이 크게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김일수 씨티프라이빗뱅크 부동산팀장은 “강남권에서 수천 가구 규모의 재건축 대상 아파트가 실제로 철거에 들어가면 주변 아파트 단지에 전세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강남권은 교육과 생활 여건이 좋기 때문에 주민들이 웬만해선 살던 동네 주변을 떠나려 하지 않는 것이 원인”이라고 말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정책 변수’도 투자자들이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문제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최근 강연회에서 “도시형 생활주택과 재건축·재개발 등을 통한 직주근접형(직장과 주거가 가까운 형태의) 주택을 확충하는 쪽으로 정책을 펼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토부의 정책 방향은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로 잡았다는 말이다. 이어 정 장관은 분양가 상한제에 대해 “이런 제도를 가진 나라가 없으며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폐지해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되면 입지조건이 좋은 동네에선 재건축·재개발을 추진하기가 유리해진다. 일반 분양가를 최대한 비싸게 받는 만큼 조합원들의 부담이 줄어들어서다. 현재 국회에는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는 내용의 법안이 올라가 있으나 연내 처리 여부는 불투명하다.

반면 서울시는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에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서울시는 지난해 전셋값 안정대책을 발표하면서 멸실주택 최소화라는 원칙을 제시하기도 했다. 특히 소형주택 의무비율 규제는 현행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아파트를 지을 때 소형(전용면적 60㎡ 이하)과 중형(60~85㎡)과 대형주택(85㎡ 초과)의 비율을 각각 2대 4대 4로 해야 한다는 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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