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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확률

할 일 없이 논다, 돈도 없다, 세상에 대한 불만은 많다, 그런데 난동이 벌어졌다, 같은 편에 서서 싸우자고 한다, 말리는 사람도 없다, 총도 나눠준다…. 이럴 때 집에서 잠자코 있는 사람과, 길거리로 뛰쳐나와 총을 드는 사람 중 어느 쪽이 많을까. ‘에라, 이판사판이다’ 하며 총을 택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 가난한 나라의 빈곤층에겐 더 이상 잃을 게 없다.

남윤호의 시장 헤집기

경제학자들은 이를 내란의 기회비용으로 해석한다. 내란에 참가해도 감수해야 할 부담(기회비용)이 별로 없는 상황에선 내란이 쉽게 일어난다는 것이다. 교육수준이 낮고 일자리가 없는 젊은 남성들에겐 무력분쟁에 뛰어드는 기회비용이 매우 낮다. ‘할 일 없이 지내느니 총이라도 쏴 보자’ 하는 기분으로 반란군에 뛰어드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가난한 나라일수록 치안유지에 필요한 자원이 충분치 않다는 점에서 당연한 결과처럼 비친다.

이를 저개발국에 적용해 수치로 제시한 이가 옥스퍼드대의 폴 콜리어와 앙케 회플러(경제학) 교수다. 두 사람은 1인당 국민소득(GDP)이 250달러인 나라에서 5년 내 내란이 일어날 확률은 15%에 달한다고 계산했다. 저개발국 내란사를 연구한 결과 그렇다는 얘기다.

이어 1인당 GDP가 600달러가 되면 그 확률은 반으로 낮아진다고 했다. 경제개발로 이게 1250달러로 높아지면 내란 발생확률은 또다시 반으로 떨어진다. 4%가 채 안 된다. 소득수준이 이보다 더 높아지면 내란의 확률은 1% 밑으로 내려간다. 이를 보여주듯 세계적으로 내란의 80%는 소득수준 하위 6분의 1 그룹의 나라들에서 일어났다고 한다.

그리고 개도국에서 내란이 한번 벌어지면 평균 4년 동안 계속됐다는 통계도 있다. 또 내란이 끝난 뒤 경제가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려면 평균 10년이 걸린다고도 한다. 내란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치명적이다. 콜리어와 회플러가 세계은행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내란은 그 나라를 과거에 비해 15% 정도 가난하게 만들고, 절대빈곤층을 약 30%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경제가 발전해 일자리가 많아지면 상황이 달라진다. 목숨이 위태로운 반란보다는 안정된 수입의 일을 하려는 게 인지상정이다. 반란군은 충원이 어려워진다. 성장이야말로 사회안정의 초석이라는 상식이 바로 여기서 나온다.

그런데 이런 기준을 북한에 맞춰 보면 어떤가. 북한의 1인당 GDP는 1000달러가 조금 넘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08년의 북한 경제를 추산한 결과다. 콜리어의 이론에 따르자면 향후 5년 내 북한에서 내란이 일어날 확률은 4%쯤 되는 셈이다.

절대수준이 그리 높지는 않다. 하지만 집권세력이 찜찜해할 만한 수치다. 북한이 동원체제의 고삐를 바짝 죈 채 의도적으로 긴장을 높이려는 건 그 때문일 수도 있다. 그게 먹혀들었는지, 김정일-김정은 왕조체제는 강력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북한에서 내란이 일어날 확률 4%, 이건 콜리어와 회플러의 이론에서나 가능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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