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권력자를 '라오펑유'라 할 수 있는 인물 키워라

쉽지 않은 인터뷰였다. ‘태자당’이라고 하자, 베이징의 학자들은 손사래를 쳤다. 주제가 ‘관시(關系) 학문’이라고 설명해도 중국 지도부와 관련된 내용이라 민감해했다. 한국에선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이후 대중 외교를 전면적으로 재점검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위기상황에서 중국 지도부와 소통할 수 있는 한국 외교력의 부재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이에 대해 장원란(姜聞然) 캐나다 알버트대학 중국연구소장과 양다리(楊大利) 시카고대학 교수는 “한국에서 정권이 바뀌더라도 중국 지도부와 위기관리를 위한 고위급 인맥을 쌓을 인프라를 구축하라”고 조언했다. 두 학자의 인터뷰 내용을 대화체로 정리했다.

해외의 중국계 전문가들이 보는 관시학

▶양다리 요즘은 누가 태자당이라고 정의를 내리기 힘들다. 5년 전만 해도 ‘마오쩌둥 시대에 신중국 건설에 참여했던 혁명세대 고위간부의 자녀그룹’을 가리켰다. 이들은 주로 공산당과 군부에 많다. 하지만 요즘엔 가족 배경이 없어도 출세한 사람이 많다. 태자당의 영향력에 대한 평가도 달라졌다. 예전엔 개인의 영향력이 중요했지만 집단지도체제가 강해지면서 개인보다 그룹이 중요해졌다.

▶장원란 태자당은 ‘영향력 있는 인물들의 자손’인데, 그렇게 보면 태자당은 어느 나라에나 다 있는 것이다. 일본 총리의 경우 아버지·할아버지가 고위 정치인이었던 자제가 많다. 중국 태자당의 특징이라면 그 관계가 정치적인 영역에서 경제적인 분야로 확대돼 주목받는 점이다. 외국 전문가들이 중국을 분석할 때 태자당이란 하나의 카테고리에 집착하지 않는 게 좋겠다. 시진핑과 보시라이는 같은 태자당이지만 경쟁관계일 수도 있다.

태자당에 관한 소식은 주로 홍콩에서 나오는데 권력암투에 너무 포커스를 맞춘다. 현실은 이것보다 훨씬 복잡하다. 태자당, 퇀파이(團派: 공청단 간부 출신), 베이징방, 상하이방 같은 단순한 파벌 분석을 뛰어넘어야 한다. 이들이 어떤 정치·경제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으며, 내부에서 다른 의견들이 어떻게 경쟁하는지도 알아야 한다.

▶양 중국이 크다 보니 아무리 영향력과 배경을 갖고 있다 해도 어느 한 가족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지 못하다.

▶장 어떤 외국 관찰자들은 중국 태자당과 로마제국 귀족정을 비교하는데 내가 보기에 좋은 비교가 아니다. 떠오르는 중국과 달리 로마 귀족들이 권력을 휘두르는 전성기에 로마제국은 기울고 있었다. (굳이 중국을 ‘제국’이라 부르자면 제국이 되는 초기단계다) 그리고 귀족들은 사실 평민과 하층민들을 노예처럼 취급했다. 중국의 실정과 다르다.

▶양 지금까지는 태자당을 위시한 ‘파워그룹’의 존재가 사회안정에 도움이 됐다고 평가한다. 태자당, 상하이방 등 서로 다른 파워그룹의 존재는 경쟁·견제의 역할을 한다. 부패 방지에도 도움이 된다. 중국의 국가규모와 경제성장 단계로 보면 현재의 부패수준은 괜찮은(fairly reasonable) 수준이다. 자본주의 국가인 인도보다 더 낫다. 중국의 파워네크워크가 갖는 특징을 숙지하고 ‘관시’를 바라봐야 한다. ‘관시’는 하루아침에 되지 않는다. 또 집단지도체제가 정립됐다. 특정 인물에 기대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무리다. 한국 사회는 미래의 젊은 지도자들과의 인맥을 구축하는 데 힘쓸 필요가 있다. 그들은 현재 베이징이 아니라 지방에서 일하고 있음을 명심하라(중국 정치의 특징 중 하나는 미래의 지도자감을 먼저 지방에 보내 자질을 테스트한다).

▶장 중국과 일본의 경우 과거 고위급 인사 간에 개인적인 친분이 깊었다. 하지만 세월이 가면서 약해졌다. 이번에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열도) 사건 후 이런 위기상황을 관리하는 데 가동될 수 있는 고위급 인맥 연구가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에선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백 채널(back channel)’ 구축 노력이 오히려 줄어들었다. 경제관계가 좋다 보니 위기관리 인맥 구축의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한국의 대통령 5년 단임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대통령이 바뀌면 고위 리더들도 싹 바뀌기 때문이다. 반면에 중국 지도자들은 오래간다. 탕자쉬안(唐家璇)·다이빙궈(戴秉國)·왕치산(王岐山) 등 외교분야 지도자에게 전화를 걸어 ‘라오펑유(老朋友: 오랜 친구)’라고 할 수 있는 시니어 리더십을 양성해야 한다. 동시에 특정 지도자에게만 너무 접근하는 것도 별로 좋지 않다. 중·일도 한때 후야오방(胡耀邦·1915∼1989) 총서기와 나카소네 야스히로 총리 사이가 좋았다. 하지만 나중에 후야오방은 ‘친일파’라고 비판받았다. 중국의 ‘관시’를 만들려면 시간이 걸린다. 한두 번 만나 술잔을 기울이곤 해선 어림도 없다. 장기적으로 인간적 신뢰를 쌓아야 한다. 문제가 없을 때에도 연락하고 ‘관시’를 관리해야 한다. 그래야 문제가 생겼을 때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구독신청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