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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일 하나에도 짙은 문화의 향기,모로코 스타일에서 미래를 찾는다

1호텔 로열 만수르의 밤풍경
영화 ‘카사블랑카’로 우리에게 친숙한 모로코는 북서 아프리카의 서쪽 끝에 있는 입헌군주국이다. 이슬람 국가 중 가장 개방적이고 서구적인 동시에 아프리카 국가 중에서도 정치·경제적으로 가장 안정된 나라다. 지금 이 나라에 전통 문화를 살리자는 거센 바람이 불고 있다. 태풍의 눈은 모로코를 다스리고 있는 무함마드 6세(47·사진)다. 아버지 하산 2세의 뒤를 이어 1999년 7월 36세의 나이로 국왕이 된 무함마드 6세는 모로코 개혁의 기수로 불린다. 글로벌 시대, 모로코만의 문화에서 미래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무함마드 6세는 자신의 주장을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그 결과가 지난 7월 모로코 남쪽의 관광도시 마라케시에 문을 연 호텔 로열 만수르(Royal Mansour)다. “모로코 문화의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고 호언장담했다는 곳이다. 도대체 어떤 곳인지 중앙SUNDAY 매거진 김성희 유럽통신원이 직접 찾아갔다.

모로코 문화의 정수를 담은 ‘호텔 로열 만수르’를 가다

모로코 전통 양식 젤리지가 곳곳에
무레이 압델스람 공원을 둘러싼 높은 담 때문에 공원 안쪽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공원 입구의 검문을 통과해 곧고 길게 난 길을 한 100여 m 걸어가자 왼쪽에 정원이 보이는 철문이 나타났다. 전통 의상을 입은 문지기가 나와 호텔 정원으로 안내했다. 대기실에서 기다린 지 1분도 되지 않아 마케팅 디렉터인 켄자 지지가 내려왔다. 켄자를 따라 처음 간 곳은 입구 바로 옆 식당이었다. 식당은 모로코 스타일과 프렌치 스타일의 두 곳으로 나뉘어 있었다. 파리의 최고 요리사인 셰프 야닉 알레노의 요리를 맛볼 수 있다. 각 레스토랑에는 40명 정도가 식사할 수 있는 열 개가량의 테이블이 있으며 저녁 식사 때만 운영한다.

다시 중앙의 안뜰로 돌아왔다. 분수를 사이에 두고 컨시어지 맞은편에는 정원이 보이는 모로코식 티룸이 있다. 벽은 기하학적으로 연속되는 갖가지 색상의 모로코 전통 장식인 ‘젤리지(Zellij)’ 스타일의 타일로 장식됐다. 그 앞 소파엔 역시 전통 무늬가 프린트된 쿠션들이 마름모꼴로 놓여 있다. 안뜰의 벽과 바닥도 젤리지 무늬였다. 깨끗한 흰색의 커튼은 자개로 만든 큰 펜던트로 가지런히 묶어 놓았다.

사실 모로코에서는 지역마다, 집안마다 다른 무늬의 젤리지를 사용한다. 무늬나 모양이 모두 다르다. 스페인 남부 알함브라 궁전의 문양도 모로코의 젤리지와 형식적으로 상당히 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켄자는 “각각 특색이 있는 젤리지를 한데 모아 로열 만수르를 장식한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페스에서 만든 세라믹, 에사오위라에서 나오는 가구처럼 지역별로 특색있는 수공예품을 한데 모아 놓았다”라고 소개했다.
분수 가장자리와 복도 사이엔 ‘무샤라비에(Moucharabieh)’라는 창살무늬 병풍을 세워 놓았다. 덕분에 소파에 앉아 휴식하는 사람들이 통행인들로부터 받는 불편함을 덜었다.

2 리아드 3, 4, 5 모로코 건축 장식 디테일
2층 테라스로 올라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엘리베이터 외부는 전통무늬로 투각한 흰 철판으로 만들었다. 엘리베이터 손잡이에도 아라베스크 무늬를 조각해 놓았다. 이곳은 투숙객은 물론 외부인이 예약해서 연회장 혹은 회의장소로 쓸 수 있는 곳이다. 목재로 장식한 천장은 정사각형으로 구분했고 그 안에 전통 무늬를 그려 넣었다. 중앙에 매달린 샹들리에의 전통 문양도 특이했다. 벽지는 모두 가죽이었다. 반복되는 꽃무늬를 엠보싱으로 오돌토돌 프린트했다.

다음으로 간 곳은 호텔 도서관. 모로코의 예술과 건축과 디자인에 대한 책들이 비치돼 있었다. 중앙에는 엉뚱하게 망원경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켄자는 “밤에는 도서관 지붕이 열려 별을 관찰할 수 있다”고 했다. 다시 1층으로 내려가 호텔바(Bar)로 향했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여성적이고 소프트한 것은 단지 조명 때문이 아니었다. 분홍빛이 도는 매끈하고 반짝거리는 벽은 레드 골드 박으로 입혀졌다. 천장을 가득 덮은 가는 넝쿨들은 은철사로 만든 나뭇잎과 가지들이었다. 테이블도 우리나라 당초무늬와 비슷한 무늬로 장식되어 있었다.맞은편 피아노 바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분은 천장과 창의 덧문이다. 정사각형으로 나뉜 곳을 입체적으로 파낸 천장은 조명을 안에 설치해 모두 밝게 빛났다. 마치 샹들리에를 뒤집어 붙여놓은 느낌이다. 입구 정면에서 보이는, 손으로 두드려 만든 꽃무늬 덧문은 바의 분위기를 한층 더 로맨틱하게 했다.

리아드, 건물 한 채를 내 집처럼
로열 만수르의 진수라 할 수 있는 리아드(Riad)로 향했다. 리아드는 직사각형의 안뜰이 있는 모로코의 전통 가옥이다. 건물 옥상에는 보통 일광욕을 즐길 수 있는 테라스가 있다. 마라케시나 페스 등의 관광도시에서는 고급 리아드 호텔이 많다. 이런 리아드들은 건물 안의 방 하나를 아파트나 호텔처럼 대여한다. 하지만 로열 만수르에서는 한 리아드를 한 손님에게 대여한다. 즉 한 손님에게 건물 하나를 주는 셈이다. 로열 만수르에는 53개의 리아드가 있다. 침실 하나짜리 리아드(150~200㎡)가 34개, 두 침실 리아드(450㎡)가 14개, 세 침실 리아드(850㎡)가 4개, 그리고 2000㎡로 침실 네 개와 1000㎡짜리 가든이 딸려있는 럭셔리 리아드가 1개 있다.

침실 세 개짜리 리아드에 들어갔다. 천장에서 햇살이 은은하게 내려온다. 실내는 분수가 중앙에 있는 안뜰을 중심으로 컴퓨터가 있는 서재, 리빙룸, 티룸 등으로 나뉜다.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침실 세 개의 리아드에는 와인 저장소와 개인 바, 부엌 등도 있다. 모든 실내 장식은 이탈리아나 프랑스 가구와 조화를 이뤘다. 실내 엘리베이터를 타고 침실이 있는 2층에 올라갔다. 침대는 수놓은 침대커버와 쿠션들로 잘 정리되어 있었다. 화장실에 벽은 있지만 문은 없다. 세 침실 리아드에는 화장실과 샤워실, 그리고 욕실이 따로 분리되어 있고, 욕실이 있는 쪽에 화장대가 있어 여성들을 위해 만든 것임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드레싱 룸과 화장실, 그리고 침실을 나누는 것은 역시 무샤라비에다.

리아드 투숙객들은 파티를 열어 외부인을 초청할 수 있고 호텔 요리사에게 그들을 위한 음식을 따로 준비해 달라고 부탁할 수도 있다. 초대된 사람들은 모두 컨시어지에 기록되고 파티가 끝나면 모두 나가야 한다. 리아드가 아무리 커도 투숙객 이외의 손님은 묵을 수 없다는 것이 로열 만수르의 방침이다.

리아드에서 나와 스파(SPA)와 실내 수영장, 그리고 헬스클럽도 둘러봤다. 스파는 인테리어 장식부터 직원 유니폼까지 모두 하얗게 처리해 깨끗하고 위생적인 느낌을 줬다. 마사지 룸, 사우나, 냉탕, 수영장, 미장원, 매니큐어·페디큐어, 보디 케어 등 미용에 관련된 케어는 모두 받을 수 있다. 유일하게 외부인의 출입이 자유로운 곳이어서 호텔을 통하지 않아도 손님들이 드나들 수 있도록 외부용 문이 따로 나 있다. 여기에는 샤넬의 페이스 케어와 메이크업을 하는 방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샤넬이 세계 최초로 스파에 파트너십을 갖고 참여한 곳이라고 한다.

개발도상국이 많이 저지르는 실수라면 그들의 전통과 문화, 역사적인 부분들을 소홀히 하면서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이기에 급급한 것이다. 그에 비하면 모로코는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서도 그들의 전통을 지켜나가고 있었다. 우리도 한옥이나 한복, 한식이 세계 최고라고 우리끼리만 얘기하지 말고 이렇게 우리 문화의 정수를 한데 모은 근사한 곳을 만들면 어떨까. 로열 만수르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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