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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을 ‘남조선 놈’이라 부르고 환갑 넘은 부관을 툭툭 차던 아이 김정은





[책 속 이 사람]















북한의 후계자

왜 김정은인가

후지모토 겐지 지음

한유희 옮김, 맥스미디어

264쪽, 1만5000원




하루 아침에 20대 청년에서 북한군 대장으로 깜짝 등극한 인물. 절대군주인 국방위원장 김정일(68) 보다 세간의 관심을 더 받는 북한 사람. 김정일의 후계자인 셋째 아들 김정은(26)이다. 그는 9월 평양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데뷔해 군부대를 찾고 훈련을 참관하는 후계수업을 했다.



그가 두 달 만에 초대형 사고를 쳤다. 지난달 23일 연평도 도발을 총지휘한 핵심배후로 지목된 것이다. 무차별 포격 며칠 전 아버지 김정일과 함께 해당 부대를 직접 방문해 막판 점검을 한 정황도 포착됐다. 김정일이 후계자 시절인 1970~80년대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과 아웅산 테러, 대한항공기 폭파 사건 등 충격적 도발을 벌인 것과 비견됐다.



책은 그런 김정은을 가까이서 지켜 본 기록이다. 지은이는 평범한 일식 조리사에서 김정일 전용 요리사가 된 후지모토 겐지(63). 13년 간 평양에 머물렀던 그는 김정일 패밀리의 베일 속 스토리를 한국과 서방에 전해온 인물이다. 국정원조차 한동안 ‘김정운’이란 이름으로 잘못알고 있던 까닭도 한국어 발음 구분이 서툰 후지모토에 의존한 때문이다. 맏형 김정남과 차남 정철이 후계자 후보로 거론될 때 그는 김정은이 후계자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정일이 어린 김정은을 놓고 “나를 가장 닮았다”며 흡족해 했고, 형 정철에게는 “그 녀석은 안돼. 계집애 같아서”라며 못마땅해 했다는 근거를 댔다. 결국 그의 말대로 김정은이 최종 낙점됐다.



후지모토는 김정은과의 첫 대면 시기를 20년 전인 90년 1월 중순으로 밝힌다. 김정일이 “우리 아이들을 소개하겠다”며 군복차림의 어린 정철·정은 형제를 공개했다는 것이다. 후지모토는 “당시 일곱살이던 김정은이 마치 ‘이 녀석이 증오스런 일본제국의 족속인가’하는 표정으로 마흔살 어른인 나를 쏘아보듯 날카로운 눈빛을 던졌다”라고 회상했다. 한 달 뒤 김정일의 지시로 그는 이들 형제의 놀이상대가 됐다. 김정은은 농구광이었다고 한다. 형 정철은 경기가 끝나면 훌쩍 자리를 떴지만 정은은 승패 원인을 따져 팀원들을 질책·격려하는 등 리더십을 드러냈다고 후지모토는 전한다.



 책에 따르면 김정은은 한국인에 대해 ‘남조선 놈’이라 부르는 등 좋지 않은 인상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어릴 적 화가 나면 구슬을 형의 얼굴에 던지고 60세가 넘은 김일성 부관을 발로 툭툭차며 ‘땅딸보’라 놀리는 등 버릇없고 거친 면모도 있다고 소개한다. 후계체제 안착에는 군부 통제 여부가 중요하다며 “장성택으로부터 4~5년에 걸쳐 정치 노하우를 배우면서 당과 군을 확실하게 장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고영희 사망 후 사실상 정부인이 된 김옥이 김정은을 음지에서 지원할 것이란 전망도 한다.



 여기에 정은의 생모 고영희(2004년 사망)가 뇌경색 때문에 젓가락을 떨어트리고 줍지 못하던 장면을 목격했다거나 김정일이 프랑스 산 탄산수 페리에를 좋아한다는 등의 평양 로열패밀리 이야기도 곁들여져 흥미를 더한다.



 후지모토는 김정은에게 “가까운 장래에 국제사회에 편입할 수 있는 방향으로 북을 이끌어주기를 바란다”며 책을 맺고 있다. 수용소행을 피해 2001년 급히 탈출하느라 20년 연하의 가수 출신 북한 아내와 두 늦둥이를 두고 온 그의 간절한 바람이다. 그가 책에서 김정은을 ‘정은 대장’으로 표현하고 북한 비판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는 것도 이런 속사정에서다.



 정보 당국과 일부 북한 전문가들은 후지모토의 증언이 일부 과장됐다고 본다. 그가 공개한 김정은의 과거 사진은 진위 논란이 일었다. 지은이는 “나도 북한을 떠난 지 오래돼 모든 일에 ‘진실은 이렇다’고 단언할 수 없다”고 책에서 솔직히 고백한다.



그렇지만 ‘김정은 정보’에 대한 그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지난 10월 한국판 준비 차 서울에 왔을 때 인터뷰를 하며 필자의 저서 『후계자 김정은』을 건네자 후지모토는 “김정은을 만나지도 않은 사람이 어떻게 이걸 썼냐”며 농담을 던질 정도였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책 말미 ‘논평’에서 김정은 관련 1차 자료를 보여주는 ‘가뭄의 단비’라고 평가한다. 후지모토의 이전 책 상당부분이 재탕된 아쉬움은 있지만 김정은에 관한 핵심만 추린 종합선물세트라 할 수 있다.



연평도 공격 이후 북한의 추가도발 가능성이나 2011년 북한의 청사진이 궁금하다면 폭풍의 핵인 김정은의 사람됨을 알 필요가 있기에 눈여겨 볼 만한 책이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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