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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명분, 나홀로 정몽준, 무게 잡은 PT … 2022는 경쾌함 원했다





월드컵 유치 왜 실패했나



제프 블라터 FIFA 회장이 2022년 월드컵 개최지로 카타르가 선정됐음을 발표하고 있다. 카타르는 ‘축구를 통한 중동 평화’라는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워 중동국가로는 처음으로 월드컵 유치에 성공했다. [취리히 AFP=연합뉴스]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20년 만에 단독으로 월드컵을 개최하려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한국은 2022년 월드컵 개최지를 결정하는 22명의 FIFA 집행위원 중 절반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한반도 평화’ 명분 더 이상 안 먹혀=한국의 유치 전략 슬로건은 ‘게임 이상의 그 무엇(more than a game)’이었다. 월드컵이 단순한 축구경기라는 한계를 넘어 한반도 긴장 완화와 동북아시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FIFA가 힘을 실어 달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하지만 반응은 싸늘했다. “한국은 2002년 월드컵을 유치할 때도 이 같은 명분을 내걸었다. 똑같은 레퍼토리로 20년 만에 월드컵을 개최하겠다는 건 염치없는 것”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영국의 BBC는 “한국은 북한에 일부 경기를 주면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거라는 입장이지만 집행위원들의 동의를 이끌어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도했다.



 오히려 카타르가 제시한 ‘중동 평화’가 더 큰 공감을 얻어냈다. 카타르는 프레젠테이션에서 이라크 축구대표 선수를 연사로 내세우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이 함께 축구를 하는 영상을 보여줬다. 그러면서 ‘바로 지금이 중동에서 처음 월드컵이 열려야 할 때’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했다. 논리와 설득력이 결여된 ‘명분’만으로는 더 이상 지구촌 축제를 끌어오지 못한다는 사실을 이번 월드컵 유치전은 보여줬다.



 ◆‘정몽준 원맨쇼’로는 역부족=2022년 월드컵의 한국 유치전은 철저하게 ‘정몽준 1인 플레이’로 시작해서 끝까지 갔고, 그래서 실패한 책임의 상당 부분도 그가 떠맡을 수밖에 없다. 한국이 2022년 월드컵 유치를 위해 본격적으로 뛰기 시작한 것은 올해 6·2 지방선거 이후였다. 한나라당 대표로 6·2 선거를 지휘한 정몽준 FIFA 부회장은 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대표에서 물러났다. 그 이후부터 그는 2022년 월드컵 한국 유치를 위해 올인했다. 국회 일정을 거의 포기하다시피 하며 투표권을 가진 FIFA 집행위원들을 만나러 전 세계를 돌아다녔다. 유치위원회가 있었지만 모든 판단과 결정은 정 FIFA 부회장이 했다.



 정부와 국민들은 심드렁했다. 한승주 위원장은 지난 5월 본지와 인터뷰에서 “2002년 유치 당시에 비해 예산이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며 정부와 기업들의 지원 부족에 아쉬움을 표시했다. 12월 2일에 2022년 월드컵 개최지를 결정한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일 정도로 국민들의 관심도 적었다.



 투표일 열흘 전 연평도 포격 사건이 터졌다. 유치위 쪽에서는 “한국이 제시한 ‘한반도 평화 구축’에 대해 집행위원들이 구체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애써 자위했지만 이번 사태로 이명박 대통령이 취리히에 날아와 최종 프레젠테이션을 하려는 계획도 취소됐다. 정 부회장의 ‘원맨쇼’로는 대세를 뒤집을 힘이 부족했다.



 ◆수준 이하 프레젠테이션이 결정타=승패는 프레젠테이션에서 이미 예견됐다. 투표를 하루 앞두고 열린 프레젠테이션에서 한국은 ‘한반도 긴장 완화와 동북아 평화’라는 무거운 주제를 놓고 평면적인 설명만을 반복함으로써 집행위원들의 공감을 끌어내는 데 실패했다. 첫 번째 연사인 이홍구 전 총리부터 마지막 주자인 정몽준 부회장까지 지나치게 주제에 함몰돼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두 사람 모두 연평도 폭격을 언급하며 “날이 밝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표현을 똑같이 썼다. 외국 기자들은 “한국이 전쟁 위기감을 고조시키는 연평도 사태를 두 번씩이나 언급함으로써 분위기를 스스로 어둡게 만들고 장점을 드러낼 기회를 놓쳤다”고 말했다.



 한승주 유치위원장이 한국의 강점인 IT 기술을 소개할 때도 화면에 스틸사진과 세련되지 못한 그래픽만을 나열함으로써 한국 특유의 역동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중간중간 들어간 동영상도 완성도가 떨어졌다.



 호주 일간지 페어팩스 뉴스페이퍼의 대니얼 실크스톤 기자는 “한국은 매우 심각하고 무거웠다. 또 비주얼보다는 지나치게 말에 의존해 별다른 감동을 주지 못했다 ” 고 말했다.



취리히=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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