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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봉 기자의 도심 트레킹 ⑯ 서울 은평구 봉산 능선길

약수터에서 목 축이고 정자에서 발길 멈추고



서울과 경기도 사이 … 구불구불 오솔길 모퉁이마다 이야깃거리







겨울 초입 봉산 능선을 걷는다. 나무 사이로 도심이 내려다보여 길 전체가 하나의 조망선을 이룬다. [김상선 기자]



겨울 여행, 겨울 산행, 겨울 바다. 겨울이라는 말이 주는 울림은 다른 계절과 사뭇 다르다. 볕이 약해서, 한 해의 끝무렵이어서, 나무가 헐벗고 바람이 스산해서일 수도 있다. 이유야 어쨌든 마음도 어느덧 황량해진다. 마음의 병이 걸리기 쉬운 계절, 그럴수록 몸을 움직여 가라앉은 마음을 일으켜세워야 한다. 그래서 이번 도심 트레킹에서는 시야가 뻥 뚫리고 가슴이 통쾌해지는 곳을 찾아 걸었다.



 서울 은평구와 경기도 고양시의 경계에 놓인 봉산 능선이다. 구불구불 산등성이에 올라 걷다 보면 조금씩 숨이 차오르고, 땀이 조금씩 맺히면 ‘그래서 이 맛에 겨울에도 걷는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능선에 서면 아랫동네 도심의 풍경이 내 손바닥처럼 펼쳐진다. 헐벗은 나뭇가지 사이로 서울 서북부의 건물들이 보인다. 우뚝한 북한산·안산·백련산의 서쪽 사면이 도심을 병풍처럼 감싸 분지 같기도 하다. 관악산도 눈에 띄고, 10㎞ 밖 남산타워도 희미하지만 오똑하다. 5㎞쯤 되는 능선을 걷는 동안 내내 저 아래 도심을 내려다보며 걸으면 어느새 기분이 환해진다.



 발 아래 바스락거리는 낙엽소리가 정겹고, 마른 나뭇가지를 들쑤시는 산새의 움직임이 반갑다. 넓지는 않지만 생태경관보전지역을 지나고, 능선을 따라 잔가지처럼 뻗은 오솔길을 찾아 걷는 재미도 있다. 산자락 여기저기에 만수약수터·덕산약수터가 숨어 있고 쉼터로는 정자 아홉 군데가 능선을 따라 줄지어 있다. 하지만 딱 하나, 화장실이 없으니 걷기 전 지하철역에서 해결하고 오는 게 좋다.



 지하철 6호선 디지털미디어시티역 5번 출구에서 시작한다. 능선길이라고 하지만 처음에는 산자락이라고는 눈에 띄지 않는다. 그저 평범한 서울 외곽이라고밖에 볼 수 없는 거리다. 주유소를 지나 250m쯤 걸은 뒤 현대화할인마트와 부동산1번지 사이 길로 들어선다. 아파트에 가려져 있던 능선이 이제야 저 멀리 모습을 드러낸다. 변전소 철탑이 보이는 쪽으로 죽 200m 더 걷는다. 변전소 담장을 따라 오른쪽으로 걷다가 담장 끝 구멍가게에서 왼쪽 얕은 오르막을 오른다. 이제 흙길이 시작된다. 일단 갈래길에서 오른쪽으로 둘러가는 길을 택해 걷다 계단을 타고 걷는다.



 여기서부터는 능선에 올라탄다는 생각을 가지고 올라가면 된다. 샛길은 많으나 어디로 가든 올라가기만 하면 대개 능선에서 만나는 길이다. 하지만 좁은 길보다는 넓은 길을 택한다는 생각으로 걸어야 한다. 샛길이 많아 다른 길로 들어설 수 있다.



 능선이 시작된다. 이 부근을 봉산이라고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증산동 뒤편은 반홍산, 신사동 뒷산은 덕산, 구산동 뒷산이 봉산이다. 조선시대 봉화터가 있던 곳이라 그렇게 불렸다. 이번 능선은 반홍산~덕산~봉산을 거치는 코스다. 능선을 걸을수록 조금씩 고도가 높아지고 전망도 더 넓게 펼쳐진다.



  700m 정도 걷다 보면 조망명소·봉산능선길이라고 쓰인 팻말이 나온다. 봉산능선길로 걷는다. 생태경관보전지역을 걸을 수 있어서다. 조금 걷다 보면 만수약수터가 있다. 목을 축이고 조금 가면 5000㎡ 정도 되는 넓이에 팥배나무가 군락을 이룬다. 군락이라고 하지만 갈참나무·신갈나무 등과 뒤섞여 있다. 나무 줄기가 매끈하고 비교적 작고 가는 나무가 팥배나무다. 팥처럼 생긴 열매를 달아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참나무는 껍질이 울퉁불퉁하고 줄기가 굵은 녀석들이다.



생태경관보전지역 지나 ‘금박 법당’ 수국사에











생태경관보전지역은 생각보다 짧다. 능선길을 계속 걷는다. 1㎞ 정도 뒤 덕산약수터·수국사라고 쓰인 팻말이 나온다. 둘 중 어느 길을 택하던 봉산능선에서 다시 만난다. 수국사 방향으로 걸으면 계속 능선을 타고 은평구 일대와 북한산 자락을 조망하며 걸을 수 있다. 덕산약수터로 가는 길은 숲 오솔길 같은 느낌을 준다. 산길을 구불구불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약 600m 더 걸으면 나무 계단으로 된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계단이 꽤 많아 숨이 차다. 이곳을 걷는 대부분의 시민은 계단보다는 계단 옆 경사를 타고 오른다. 능선길 군데군데 계단이 많지만, 이 계단 대신 그 옆으로 오르는 사람이 더 많다. 주민들의 말을 들어보니 “계단으로 올라가면 힘이 더 들고 흙·낙엽을 밟으며 산길을 걷는 맛이 덜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계단을 다 오르면 기가 막힌 전경이 펼쳐진다. 평탄한 능선길이 길게 펼쳐지고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너른 도심이 한눈에 들어온다. 능선길의 막바지에 철제문을 통과한다. 원래 군부대가 있던 자리였지만, 철수하면서 헬기가 내리는 정상까지 올랐다 내려올 수 있다.



 능선의 마지막, 나무 계단을 타고 내려온다. 어느 식당 주차장으로 빠져나온다. 도로 쪽을 향하다 큰길로 나오면 오른쪽으로 걷는다. 수국사 가는 길이다. 200m가량 걸으면 수국사를 가리키는 표지판이 나온다. 그 골목으로 들어서서 얕은 오르막을 조금만 가면 수국사다.



 수국사에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건물 전체를 금박으로 칠한 법당이 있다. 푸른 기와지붕을 제외하고 건물 안팎에 모두 순금을 입혔다. 한국판 ‘금각사’다. 원래 수국사는 세조가 요절한 장남 의경세자의 극락왕생을 기원하기 위해 1459년 경릉 동쪽에 지었던 절이다. 이후 화재와 전쟁을 겪으며 건물이 대부분 부서졌다.



 그러다 1900년 고종이 세자로 있던 순종의 병이 위독하자 북한산성 총섭(總攝: 승군(僧軍)을 통솔하는 직책의 승려)인 월초 스님에게 쾌유를 비는 기도를 하도록 명했다. 스님이 청도 운문사에서 백일기도를 드리자 세자의 병이 나았다. 고종이 소원을 묻자 월초 스님은 수국사의 중창을 소망했다. 그래서 어명으로 수국사가 다시 지어졌다. 이후 1995년 법당이 황금으로 칠해졌다고 한다.



 수국사의 황금법당을 보고 되돌아 나와 오른쪽 큰길을 따라 1㎞쯤 가면 지하철 6호선 구산역이 나온다. 도로를 따라 걷는 길이 멀다면 수국사 앞에서 지하철역으로 가는 버스를 타면 된다. 길 전체는 약 8㎞, 천천히 걸으면 4시간쯤 걸린다. 위성 지도 등 자세한 코스 정보는 mywalking.co.kr(발견이의 도보여행)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글=이정봉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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