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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여기는 숨가쁠 일 없습니다







휴식형 템플스테이는 특별한 프로그램이 없다. 예불과 공양 시간만 잘 지키면 되고, 나머지는 자유시간이다. 해남 일지암의 템플스테이 참가자. [김상선 기자]



해남 대흥사 일지암의 무인 스님은 몸으로 법문을 펼친다. 템플스테이를 온 대중에게 ‘시중 드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밥 달라고 하면 밥 주고, 차 마시자고 하면 차 마시고, 산에 가자고 하면 산에 가지요.” 그래서 일지암 템플스테이의 모토가 “오시는 분들의 입장에 맞게”라고 한다. 한때 유행했던 어느 통신사의 광고 문구 같다.



 “대개 절을 찾는 사람들은 심신이 지쳐 있지요. 특히 몸보다 마음이 더 지쳐 있는 사람이 많아요. 그런 사람들을 위해 특별한 프로그램을 행하는 것보다는 편히 쉬고 갈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일지암 템플스테이의 취지입니다.”



 쉬어가는 것에도 내용이 있을 터다. 절을 찾는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올해에만 한 2000명 정도 다녀갔는데, 스님과 차 한잔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시간을 가장 좋아하더군요. 그중에는 뭔가 답을 듣고 싶어하는 사람도 더러 있어요. 그럴 때는 내가 정신과 의사도 되기도 하고 무당도 되기도 하고 그래요.”



 반도의 끝이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는 해남의 절이다 보니 간혹 모진 마음을 먹고 오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올해만 ‘자살을 생각하고 왔다’는 사람이 3명이나 있었어요. 그만큼 세상살이가 팍팍하다는 것이겠지요. 사실 들어보면 못 이길 사연도 아닌데 말이죠.”



 정신과 의사이자 무당인 무인 스님의 법문은 어떤 것이었을까.



 “내가 가장 편안하게 생을 마감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겠다고 했죠. 그러고나서는 ‘오늘은 밤이 늦었으니 내일 얘기하자’고 일단 한밤 자라고 했어요. 그 다음 날은 내일 가르쳐주겠다고 하고. 그렇게 며칠 잡아놨더니 자연 치유가 되더군요. 일지암과 두륜산, 스님과 나누는 차담, 뭐 그런 게 약이 됐겠지요.”



 절에서 휴식이라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치하면 여기까지 올 필요가 없겠지요.” 절에 드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때에 맞춰 예불과 공양을 해야 한다. 다만 강요하지 않을 뿐이다.



 우리나라 절에서 템플스테이가 시작된 건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부터다. 당시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문화를 알리자는 취지였다. 그래서 발우공양(鉢盂供養) 같은 프로그램이 필수였다. 그러나 지금은 절에서 쉬어가고 싶은 이들이 더 많다고 한다. 현재 전국 108개 사찰에서 특별한 프로그램이 없는 휴식형(Free Style) 템플스테이를 운영하고 있다.



글=김영주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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