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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일국씨, 고맙습니다”

“저… 한국에서 오신 것 맞죠?” 필리핀 대학생 안젤리카 레이예스(24)가 수줍게 물었다. 한국에서 온 기자라고 답했다. 그러자 “종길구? 종길구?”라고 말했다. 무슨 말이냐고 물었다. 그는 드라마 이야기를 했다. 2006~2007년 방송됐던 MBC 드라마 주몽이었다. 그는 요즘 이 드라마에 빠져 산다며 주인공 ‘송일국’을 아느냐고 물었던 것이다. 그때부터 동방신기 해체, 장동건·고소영 결혼 등 한국 연예계 소식을 쉴 새 없이 물었다. 그는 “한국 드라마 너무 재밌어요. 멋진 나라인 것 같아요”라며 한국 연예계 정보를 더 알려달라며 메일 주소도 적어갔다.

On Sunday

2주 전 독일 레버쿠젠에서 있었던 일이다. 글로벌 기업 바이엘(bayer) 주최로 세계 18개국 50여 명의 학생이 모인 바이엘 환경대사(BYEE)캠프가 열렸다. 이 행사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주도할 차세대 환경 리더를 육성하기 위해 1998년 시작됐다. 일주일간 캠프를 취재하면서 만난 학생들은 한국에 대해 굉장한 호감을 보였다. 한국 가수, 드라마 때문이었다. 한국 드라마 때문에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는 중국 남학생은 평소 연습한 ‘안녕하세요’를 말하고 싶었지만 당황한 나머지 “사랑합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외국인을 만나면 ‘서울’ 아니면 ‘2002년 월드컵’ 얘기를 했다. 그러던 것이 어느 순간부터 한국 드라마나 연예인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한류는 최근 들어 ‘신한류’란 이름으로 제2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제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할 때 기획단계부터 아시아 시장을 겨냥하는 것이 일반적인 일이 됐다. 이를 위해 요즘 활동하는 아이돌 그룹에는 외국인 멤버가 한 명씩 포함되고 대형 드라마에는 아시아 지역 현지 촬영이 빠지지 않는다. 28일 열리는 한 케이블 방송의 연말 음악 시상식은 장소를 아예 마카오로 정했다. 이 방송은 아시아 주요 13개국에 동시 생중계된다. 다음 날 열리는 골든디스크 시상식도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통해 아시아 7개국에 생중계된다.

한창 한국 연예인들에 대해 얘기하던 안젤리카 레이예스 학생이 “근데 요즘 한국 사람들에 대한 인식이 점점 안 좋아지고 있어요. 한국 사람에 대한 환상을 이용해서 못된 짓 하는 사람들 때문에”라며 연예계 관계자라는 한국인에게 사기를 당한 친구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는 몇 년에 걸쳐 생겼는데 그게 사라지는 건 한순간이더라고요.”

광저우 아시안게임 기간 중 대만에서 반한 감정이 들끓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아시안게임 태권도에서 자국 선수의 실격이 한국 심판 때문이라는 근거 없는 소문이 발단이었다. 태극기를 불태우고 한국제품 불매운동까지 벌어졌다. 우리 입장에선 억울하지만 이 사건은 우리가 자랑하는 한류가 언제든 뒤바뀔 수 있다는 교훈을 줬다.

한류 덕을 본 건 한국인이란 이유로 취재를 쉽게 할 수 있었던 기자만이 아닐 것이다. 지금 우리는 정치·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류의 도움을 받고 있다. 한류는 바람이다. 바람은 한순간에 방향이 바뀌고 사라질 수도 있다. 한류를 이어나가기 위해선 연예인만으론 부족하다. 그들이 바람을 일으켰다면 그것을 지키고 키우는 건 바로 평범한 우리다.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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