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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질방 새우잠, 급식 끼니 … “6·25 때도 피란 안 갔는데”





연평도 주민들 힘겨운 ‘난민생활’



북한의 공격으로 연평도를 떠나 피란을 나온 주민들이 26일 오후 임시 거처인 인천시 신흥동의 한 찜질방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연평도 주민 1300여 명이 인천지역으로 빠져나왔다. [인천=뉴시스]





“6·25전쟁 때도 피란은 하지 않았습니다. 평생에 이런 생활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26일 낮 12시 인천시 중구 신흥동 ‘인스파 월드’ 찜질방. 1800㎡ 규모의 찜질방은 북한의 포격 도발을 피해 연평도를 떠난 주민 400여 명으로 북새통이었다. 이곳은 서기숙 사장이 24일부터 연평도를 빠져 나온 주민들의 임시거처로 무료 개방했다.



 대부분 주민들은 찜질방 바닥에 누워 있거나 앉아서 TV를 보고 있었다. 얼굴엔 수심이 가득했다. 곳곳에서 탄식도 들렸다. 연평도로 돌아갈 수도 없고 생계수단도 막막해서다.



 점심 시간이 되자 주민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줄을 섰다. 찜질방 한쪽 식당에서 제공하는 식사(국밥)를 제공받기 위해서다. 이날 점심은 옹진군 북도면 주민 10명으로 구성된 자원봉사자가 마련, 무료로 제공했다.



 25일 새벽 해경 경비함을 타고 연평도를 빠져 나온 채홍묵(73)씨도 배식을 받기 위해 줄을 섰다. 그는 “여생을 편안하게 보내려던 소박한 꿈이 산산조각났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채씨는 북한의 포격 당시 포탄이 집 근처에 떨어지자 황급히 대피하다 넘어져 엉덩방아를 찧었다. 이 바람에 통증이 심해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있다. 그는 “바닥이 딱딱한 찜질방에서 잠자는 것조차 힘들지만 방법이 없지 않느냐”며 한숨을 쉬었다.



 북한의 포격 도발 이후 연평도를 빠져나온 주민들이 하루하루 힘겨운 피란생활을 하고 있다. 한국전쟁 당시 생활이 60년 만에 재현된 것이다. 23일부터 지금까지 연평도 전체 주민(거주민 1371명) 가운데 98%가 인천지역으로 피란했다. 이들은 찜질방, 모텔, 친인척 집, 병원 등에 머물고 있다.



 특히 인스파 월드 찜질방은 주민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대피소’로 탈바꿈했다.



 26일 오전에는 대책회의가 열린다는 소식에 친척집 등에 머물던 주민과 가족까지 몰리면서 인산인해였다. 이종숙(54·여)씨는 “수백 명 사이에 끼어 잠을 자는 생활을 언제까지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찜질방 한쪽에는 ‘임시 진료소’와 ‘이동상담실’까지 설치됐다. 진료소에서는 옹진군 보건소와 인천 길병원 의료진 10여 명이 응급치료를 해주고 있다. 아이들은 보드 게임을 하거나 그림을 그리며 시간을 보냈다. 이곳에서 만난 신은호(12·연평초 6년)군은 “아직도 귀에서 포탄 소리가 들린다”고 말했다.



  변진식(66)씨는 조카 최병수(34)씨와 함께 인천시 남동구 길병원에 입원해 있다. 변씨는 연평도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아 왔다. 연평도에서 산림감시요원으로 활동하던 변씨는 포격 당시 야산에서 포탄 파편을 이마에 맞았다. 최씨는 포격 후 폭풍으로 발생한 연기 등을 마셔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고 있다.



 24일 새벽에 부모와 함께 연평도를 나온 박준식(42)씨는 인천시내 동생의 아파트에서 기거하고 있다. 그는 “부모님이 놀라서 가슴 통증을 호소하고 있지만 아직 병원도 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연평도 주민 대표기구인 연평주민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인스파 월드에서 송영길 인천시장과 간담회를 갖고 “이주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공식 건의했다. 피란민 돕기도 시작됐다. 인천시 새마을회 등 인천지역 25개 사회 단체는 26일 ‘연평도 복구지원인천시민협의회’를 구성했다.



이들은 앞으로 연평도 주민을 위한 모금운동과 복구 지원에 나선다. 협의회 조상범 상임대표는 “주민들을 위로·격려하고 삶의 터전을 하루라도 빨리 복구하는 데 힘을 보태기 위해 여러 단체가 모이게 됐다”고 말했다.



 남북협력 민간단체를 표방하는 사단법인 한반도이야기는 26일 오전 9시∼오후 6시 국회 후생관에 모여 김치담그기 행사를 했다. 이들은 이날 김치 1만 포기를 담가 연평도 주민들에게 무료로 나눠 줬다.



인천=김방현·남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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