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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Global] 세계적 명품 미소니 회장 ‘위기에 대처한 우리의 자세’





“ 기사 쓰는 것처럼, 패션도 버릴 건 버려야 ”





“우린 아름다움을 판다. 아름다움의 사전에 타협이란 없다.” 이탈리아가 낳은 세계적 패션 명가 미소니의 비토리오 미소니(55) 회장의 얘기다. 경기 불황에 대처하는 법을 묻자 내놓은 답이다. 이탈리아 패션협회 부회장도 맡고 있는 미소니 회장은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이 주최한 ‘Culture20’ 행사 참석차 최근 한국을 찾았다. 청담동 미소니 매장 2층에서 만난 그는 단정한 정장 안에 미소니 특유의 지그재그 패턴이 확연한 세련된 보랏빛 셔츠를 갖춰 입은 모습이었다. 셔츠의 단추는 가슴께까지 시원스레 풀어버린 차림새였다. 시간을 재촉하는 미소니 관계자들과는 달리 “시간은 만들면 된다. 시간에 쫓기지 말고 넉넉히 진행하자”며 여유를 보인 미소니 회장은 1시간여의 인터뷰가 끝난 후 나가는 길에 중년 여성 손님을 마주쳤다. 니트와 구두를 구매한 후 직원들이 정성스레 갈색 미소니 쇼핑백에 물건을 포장하는 걸 다 지켜본 그는 고객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그러고는 환한 미소와 함께 “감사합니다”라며 힘찬 악수를 건넸다.



글=전수진 기자 , 사진=박종근 기자



우린 아름다움을 판다



●명품 업체로서 경제 불황 여파가 만만치 않았을 텐데.



 “사람들은 명품 기업은 당연히 돈이 넘쳐날 것이고, 따라서 경제 불황에도 그다지 큰 어려움이 없을 거라 지레 짐작한다. 명품 기업으로서 우리에겐 지켜야 할 이미지가 있다. 아름답고 밝은 이미지다. 불황이라고 해서 우울하거나 어려운 티를 내서는 안 되는 거다. 우리 사전에 ‘추함’이란 단어는 없다. 우린 아름다움을 판다. 따라서 우리도 아름다워야 한다. 여기에 타협은 있을 수 없다. 경기 불황 국면에선 이 점이 특히 힘들었다. 정부로부터도 아무런 지원을 못 받았다. ‘명품을 판매하니까 당연히 돈이 많을 테니 도와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거다.”



●대부분의 명품업계가 대면한 고민일 터다.



 “전 세계 명품업계가 이 문제로 골치를 앓았다. 사실 명품업계가 지금까지 방심한 것도 있다. 반성해야 한다. 훌륭한 품질의 물건을 내놓는 데 최선을 다하면 판매엔 문제가 없었으니까. 그러나 경제위기 이후 모든 게 달라졌다. 지금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경기 불황의 중요하고도 부정적 여파 중 하나는 이 불황이 소비자들의 구매 습관을 바꿔버렸다는 데 있다. 많은 기업이 가격을 인하하는 방식으로 소비를 촉진하고자 했다. 규모가 큰 브랜드일수록 이런 유혹에 굴복하는 경향을 보인 것 같다. 그 결과는 모두에게 악영향을 줬다. 이제 소비자들은 으레 ‘세일은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 됐다. 세일을 하지 않는 브랜드를 오히려 이상하게 생각할 정도다. 이젠 유럽에선 대도시의 큰 점포보다 싼값에 물건을 파는 아웃렛에 더 좋은 물건이 많을 정도다. 이건 아니다. 제살 깎아먹는 행위다.”



●기업들로서는 불가피한 선택 아니었을까.



 “어려운 상황인 건 맞다. 하지만 전체 명품업계의 시스템이 바뀌는 상황에서 뒷걸음질치는 퇴보가 있어선 안 된다. 지금 좀 어렵더라도 움츠러들지 말고 장기적 전략을 짜 멀리 보고 조금씩 발걸음을 앞으로 옮겨야 한다.”



●그 ‘장기적 전략’의 예를 들어 달라.



 “더 치밀하고 정밀하게 접근해야 한다. 아이템 엄선에 더 공을 들이는 것이 일례다. 컬렉션에서 500가지 스타일이 아닌 300가지 스타일을 제안하는 식이다. 디자이너에게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고객이 좋아할 스타일을 더 까다롭게 골라내야 하기 때문이다. 기자들도 똑같지 않나? 하고 싶은 말을 모두 기사로 쓰고 싶겠지만 그래선 안 될 거다. 버릴 건 버리고 핵심을 뽑아 잘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 패션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어려운 때라도 좋은 제품은 소비자들이 알아봐 준다는 믿음이 있다.”



●그 달라진 환경에서 미소니가 새롭게 취한 전략은 뭔가.



 “인터넷 판매를 시작한 걸 꼽을 수 있겠다.”



●미소니 같은 명품은 매장에서 직접 구매하는 경험이 중요하지 않은가.



 “맞다. 하지만 생각을 해보라. 중동의 고객들, 특히 여성 고객들은 밖으로 나서는 게 쉽지 않다. 구매력은 있으나 구매환경이 안 좋은 부유층 고객들에게 다가가는 옳은 방법은 인터넷 판매다. 시스템이 바뀌고 있다. 적응해야 한다. 그러면서 비용 절감도 해야 한다. 쉽지 않다.”



경제위기, 정면으로 맞서다



●세계 경제위기에서 미소니가 입은 타격은 어떻게 회복하고 있나.



 “2009년은 미소니 역사상 최악이었다. 개인적으로 2009년의 상황이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고 느낀다. 미소니뿐 아니라 세계 기업들 모두 그랬다. 당시 수많은 기업이 공황상태까지 겪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론 좋은 교훈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항상 더 나쁜 상황에 대해 철저히 준비하는 습관을 들이게 됐다. 최악을 상정하고 일하면 최선을 다하게 되는 법 아니겠나.”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어려웠나.



 “위기가 닥치면 기업으로선 상식적으로 제일 먼저 고려하는 게 가격 인하다. 하지만 우리는 그럴 수가 없었다. 가격을 낮추면 품질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그건 고객에 대한 배신이다. 그런 식으로 일을 해선 안 되는 법이다.”



●미소니만의 이미지를 유지해야 한다는 얘긴가.



 “바로 그거다. 우리의 고객은 단순히 옷 한 벌, 구두 한 켤레를 사는 게 아니다. 미소니의 가치를, 역사를 산다. 그러므로 미소니는 언제나 최상의 품질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 원칙은 타협 불가다. 그렇지 않다면 고객에 대한 배신이다. 가격 인하의 또 다른 그림자는 뭔지 아나. 고객이 가격 인하를 응당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습관이 든다는 점이다. 가격 인하를 하지 않는 상점이면 비싸다고 느껴 아예 구매를 않게 된다. 악순환이 생기는 거다.”



한국인이 모르는 한국의 미



●한국은 삼성 휴대전화며 현대자동차 등 세계적 대기업을 낳았지만 유독 패션 분야에선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미소니를 포함해 유럽의 명품업계는 역사를 자양분으로 삼는다. 진정한 명품은 어느 한순간 짠 하고 나타나는 게 아니다. 역사에 기반한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스토리와 영혼이 없는 브랜드는 상업성만 갖췄을 뿐, 명품이 못 된다.”



●그렇게 본다면 한국은 후발주자라 불리하다.



 “아니다. 한국엔 아름다운 한복의 전통이 있지 않나. 일본의 경우를 예로 들겠다. 이세이 미야케, 가와쿠보 레이 등과 같은 일본 디자이너와 콤데갸르송과 같은 브랜드를 보라. 일본 전통의 영혼을 서양 의복의 스타일과 접목해 자신들만의 디자인을 빚어냈다. 한국이라고 다를 게 뭐 있나. 한국도 일본처럼 오랜 역사와 멋진 전통을 갖고 있다. 이미 멋진 스타일 DNA가 한국인의 정신 안에 잠재해 있다는 얘기다. 단지 여러분이 모를 뿐이다.”



●그 DNA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나.



 “C20 행사의 일환으로 한복과 전통 장신구를 감상할 기회가 있었다. 특히 한복의 선의 아름다움과 노리개와 같은 장신구의 멋스러움에 매료됐다. 노리개는 옷 앞섶뿐 아니라 모자에 달아도 멋있겠더라. 바로 이런 매력이 한국만이 가진 패션 DNA다.”



●그 DNA를 어떻게 키워야 할까.



 “한국을 지금까지 여러 차례 왔다. 올 때마다 한국의 역동적이고 다채로운 변화 양상에 놀라곤 했다. 패션에서도 발전 가능성이 대단할 거라고 생각할 수 있는 근거다. 희망적인 건 한국의 젊은 디자이너들이 역동적으로 세계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은 유럽·미국에서 조금씩 그러나 확실히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그들이 자신의 한국DNA를 최대한 발현해 자신들만의 세계적인 한국 패션 브랜드를 만들어내리라 기대한다. 10년 후엔 한국이 패션계의 주도권을 잡을지 누가 아나. 나도 열심히 응원하겠다.”



미소니 스타일



●미소니 하면 강렬한 색상과 다채로운 패턴의 니트 의류가 떠오른다.



 “색상을 정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 시즌을 관통하는 주제 색을 정하는 거다. 컬러 팔레트를 늘어놓고 어떤 색을 쓸 건지 토의에 토의를 거듭한다. 매 시즌 똑같다. 이번 시즌에 어떤 색상을 테마로 사용할 것인지를 먼저 정해야 다음 디자인 작업으로 넘어간다. 색상은 패션의 기본 중 기본이다. 색상과 패턴은 미소니 스타일을 정의한다.”



●미소니의 디자인 철학과 원칙은.



 “매우 단순하다. 고객이 우리 옷을 입고 ‘아, 기분 좋다’ ‘난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행복하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타협할 수 없다.”



●미소니를 한마디로 정의해본다면.



 “한마디론 어려운데(웃음). 행복, 미소, 컬러, 아름다움 등등이다.”



● 고객 연령층이 높은 경향은 한계 아닌가.



 “그래서 이미지를 젊고 새롭게 가져가려고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브랜드 가치는 지키되 이미지를 가볍게 가져가려고 한다. 그러면서 좀 더 많은 세계 곳곳에 매장을 열어 좀 더 젊고, 다양한 고객층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한다.”



가족 경영



● 가족이 대대로 꾸려가고 있는 가업이다.



 “그래서 좋은 점도, 안 좋은 점도 있다(웃음). 일단 우린 피를 나눈 한 가족이므로 소속감이 강하다. 이 점이 경제위기를 이기는 데도 도움을 줬다. 비용 절감을 위해 우리가 내린 결정은 경영진의 감축이었다. 품질과 타협할 순 없고, 그렇다고 직원을 줄일 수도 없다. 그래서 경영진을 줄이고 컬렉션에서 필요 이상의 지출을 막는 식으로 긴축 경영을 했다. 이 과정에서 한 가족이라는 사실이 큰 역할을 했다.”



●예를 들어본다면.



 “모델을 채용해서 광고를 하는 대신 가족들이 출연해 찍은 아이디어가 하나의 좋은 예다. 광고비 지출을 가족을 이용해 줄인 셈이다(웃음). 그러면서 미소니의 가치도 충실히 전달할 수 있어 성공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조카딸인 마르게리타는 모델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해주고 있다. 창업자이신 부모님의 영향도 강력하고 나와 내 동생, 그리고 조카들까지 모두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



j 칵테일 >> 창업자 부친은 올림픽 허들 선수



미소니의 탄생은 195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재 비토리오 미소니 회장의 아버지인 오타비오 미소니는 허들 부문 이탈리아 대표 선수로 1948년 런던 올림픽에 출전하기도 했다. 니트 의류를 생산하는 작은 회사도 운영하고 있던 그는 재봉 솜씨가 뛰어났던 부인 로지타를 만나 니트웨어 전문 브랜드를 만들고 자신의 성(姓)을 이름으로 붙였다. 이들 부부는 아들 비토리오와 루카, 딸 안젤라를 낳았고, 모두 미소니를 명품 브랜드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현재는 전문인 니트웨어뿐 아니라 향수·수영복·호텔 업계에까지 발을 넓혔다. 가족 경영 체제를 고수하다 2007년엔 전문경영인 마시모 가스파리니를 영입했다. 그러나 여전히 가족 경영을 기반으로 삼고 있다고 미소니 회장은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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