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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칼럼] 잘못 싸운 연평도의 작은 ‘6·25’







김영희
국제문제 대기자




이명박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대한민국은 앞으로 북한의 어떠한 도발도 용납하지 않고, 적극적 억제 원칙을 견지할 것이다. 우리의 영해, 영공, 영토를 무력 침범한다면 즉각 자위권을 발동할 것이다.” 이것이 천안함 격침 때 나온 5·24 선언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군이 물샐틈없는 방어태세로 북한의 도발행위를 효과적으로 응징할 것이라고 믿었다. 북한은 대낮에 우리 영토를 공격했다. 선전포고 없는 전쟁행위다. 대통령의 말대로라면 북한의 해안포 진지는 우리의 대응공격에 박살이 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게 뭔가. 우리 군은 즉각적인 자위권 발동은 고사하고 대응포격도 시늉으로 그쳤다. 북한 해안포가 30분의 시차를 두고 두 번 연평도에 175발의 포격을 했는데 우리 군은 1차 포격에 대한 대응으로 50발의 포격만 했다. 그런 소심한 대응이 북한의 2차 포격을 불렀다. 군은 교전규칙대로 대응했다고 변명하지만 교전규칙의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가. 그걸 자구대로 따른다고 해도 우리 군은 북한이 쏜 175발의 두 배가 되는 300발 이상의 포격을 했어야 했다. 우리 영토가 공격받은 절체절명의 순간에 금과옥조처럼 교전규칙에만 매달린 것은 심각한 문제다.



 청와대와 군은 초동단계에서 사태의 본질을 개념적으로 이해하지 못했다. 적의 연평도 포격은 서해상에서 일어난 과거의 해전들과는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르다. 과거의 충돌은 군과 군의 포격전이었다. 천안함은 북한이 야음을 틈타 몰래 우리 전함을 공격한 사건이다. 북한은 지금도 천안함 격침 관련을 부인한다. 그러나 연평도 사태는 북한이 공개적으로, 큰소리치면서 휴전 후 처음으로 대한민국의 영토를 정면으로 공격한 전쟁행위다. 당연히 우리의 대응 차원은 달라야 했다. 그러나 군 지휘부의 대처는 너무 교과서적이고 안일했다. 그들은 국가의 안위가 걸린 위급사태에 대한 심각한 이해력의 부족을 드러냈다. “몇배로 응징하겠다” “즉각 자위권을 발동하겠다”는 발언은 북한더러 반격당할 걱정 말고 공격하라는 초대장같이 되어버렸다.



 출격한 우리 공군 F-15와 F-16 전투기에 북한 해안포 기지 타격 명령을 내리지 않은 데 대한 비판은 타당하지 않다. 그때 북한 미그23 전투기들도 출격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우리 전투기들이 북한 해안포 기지에 공대지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면 사태는 국지전으로, 거기서 다시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도 있었다. 우리 전투기에 적 기지 타격 명령을 내리지 않은 대통령의 정치적·전략적 결정은 옳았다. 다만 그럴 경우에도 군은 보복타격을 끝까지 건의하고 대통령은 고민 끝에 어렵게 군을 자제시키고, 그런 사실이 북한과 중국에도 널리 알려지는 것이 바람직했다.



 위기대응의 갈팡질팡은 청와대에서 시작되었다. 위급한 사태 때 대통령의 입에서 나오는 첫마디는 사태의 흐름 전체를 좌우할 만큼 무거운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 홍보라인은 기자들에게 네 번이나 대통령의 지시내용을 바꿔 말했다. 대통령의 확전 자제 지시가 있었다고 세 번 말하고는 여론이 심상치 않자 대통령의 지시는 처음부터 단호한 대응이었다고 유(U)턴했다. 국방부장관도 대통령의 지시를 신중한 대응에서 단호한 대응으로 뒤집었다. 청와대의 메시지 관리가 이 정도밖에 안 되는가. 아니, 그게 과연 부실한 메시지 관리의 문제인가. 연평도 사태가 작은 전쟁이 아니고 큰 전쟁이었다면 어쩔 뻔했는가.



 대통령은 천안함 사태 때 군의 위기관리 무능력을 확인하고도 인적 물갈이를 통한 철저한 책임추궁을 하지 않았다. 서해5도 방어태세 강화도 게을리 했다. 연평도 부대에는 K-9곡사포 6문밖에 없다. 그중 3문은 고장이고, 나머지의 성능도 최대 1분당 6발의 발포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교전규칙 위에 있는 자위권을 무시하고 교전규칙을 아무리 강화해도 사정은 개선되지 않는다. 우리 영토가 공격당하면 현지 지휘관은 두 배가 아니라 열 배로 응징하겠다는 기백을 가져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에 무기력해진 군에 새로운 사명감과 군인정신을 심어주지 않았다.



 북한은 김정은의 업적 쌓기와 북·미 대화를 위해 계속 과감한 도발을 할 것이다. 교전규칙의 강화는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다. 대통령과 군 수뇌부가 서해 방어의 큰 목적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아야 한다. 유혈이 낭자하게 얻어맞고 북한에 공격을 중지하라고 사정하는 전통문이나 보내는 자세로는 서해5도를 못 지킨다.



김영희 국제문제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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