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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 희망이던 오빠” … 가족 두고 떠나선지 눈 뜬 채 숨져





여동생이 말하는 고 문광욱 일병



24일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고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의 합동분향소를 찾은 서 하사의 유족이 오열하고 있다. 군은 유족들과 협의한 뒤 27일 해병대장으로 장례를 치를 계획이다. [김형수 기자]













작은오빠는 참 씩씩했다.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해병대에 자진 입대해 늠름한 군인이 됐다. 지난 번 면회 땐 바닷바람을 맞으면서도 가족들 걱정을 했다. 하나뿐인 여동생에겐 누구보다도 다정했다. 그런 오빠가 입대한 지 석 달 만에 ‘전사자’로 돌아왔다.



 24일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에서 만난 문주미(13·군산 옥구중1)양은 “오빠가 죽었다는 게 실감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미 양은 23일 북한의 연평도 공격으로 숨진 고(故) 문광욱(20) 일병의 여동생이다. 밤을 새운 듯 푸석한 얼굴에는 눈물자국이 남아 있었다. 상복은 입지 않았다.



 “가족이 어려울 때마다 힘이 돼주던 오빠였어요. 엄마, 아빠한테 잘하고…저를 무척 잘 챙겨줬는데….” 주미양은 마지막 봤을 때 오빠의 웃는 얼굴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10월 23일. 오빠가 연평도에 들어가기 직전에 면회를 갔다 왔어요. 그때 얼굴이 까만 오빠가 되게 용감해 보였는데… 하늘나라로 가서 마음이 너무 아파요.” 앳된 얼굴에 그늘이 졌다.



 주미양은 영안실에서 오빠를 다시 만났다. 늘 다정하던 오빠가 싸늘하게 식은 채로 누워 있었다. “나한테 되게 장난꾸러기였는데 오빠 표정이 너무 진지했어요.” 일곱 살 터울의 오빠는 항상 “밥 먹어라” “차 잘 보고 건너라”며 동생을 돌봤다. 대학 입학 후에는 군산에서 현장소장으로 일하는 아버지를 따라 건설현장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나섰다. “여름방학 내내 번 돈으로 아빠 티셔츠랑 엄마 운동화를 선물하고 군대에 갔어요. 내것도 사준다고 했는데 내가 사주지 말라고 했죠.” 주미양은 “오빠한테 아무것도 해준 게 없는데, 받기만 하는 게 미안했다”고 말했다.



 문 일병에겐 여동생 외에 두 살 터울의 형이 있다. 건강이 좋지 않은 형을 대신해 문 일병은 가족의 희망이었다. 문 일병의 고모는 “그애가 우리 집의 꿈이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어머니는 울음을 토해내다 지치고, 그러다 다시 오열했다. 빈소에서 만난 아버지 문영조(47)씨는 “마음이 침통해 아직은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며 손사래를 쳤다. 두 눈이 벌겋게 충혈돼 있었다. 문 일병은 올해 8월 16일 해병대 1124기로 훈련소에 입소했다. 북한 공격에 전사한 것은 군대 간 지 3개월 만이었다. 지난 9월 9일, 둘째 아들이 보고 싶은 아버지는 ‘해병대 입대 장병 소식 게시판’을 찾았다. “4주차가 끝났는데 어떻게 변했을까. 구릿빛 얼굴에 눈빛은 강렬하게 빛이 나겠지”라고 적었다. 그런 아들이 차가운 주검이 돼 있었다. 아버지는 아들의 빛나는 눈빛을 다시는 보지 못하게 됐다.



 가족을 두고 떠난 문 일병은 죽어서도 편히 눈을 감지 못했다. 이날 장례식장 내 영안실에서는 문 일병과 서정우 하사 등 전사 장병의 X선 검안이 이뤄졌다. 검안을 한 국방과학연구소 양승주 소장은 “문 일병이 눈을 감지 못한 채 숨져 있었다. 검안에 참석한 큰아버지가 눈을 감겨 줬다”고 전했다.



 오빠가 세상을 떠난 지 만 하루가 지났다. 종일 꿋꿋하게 우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주미양이 저녁 식사 도중 눈물을 떨궜다. “오빠 안 보고 싶냐”는 물음에 닭똥 같은 눈물이 밥숟가락으로 떨어졌다. 신문에 나온 오빠 사진을 들여다보며 인쇄된 오빠 얼굴을 만지고 또 만졌다. 웃고 있는 오빠 얼굴을 향해 “오빠, 오빠가 비록 하늘나라에 갔지만 우리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쳐서 더욱 값진 것 같아”라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마지막 인사를 했다.



 키 1m76㎝의 오빠는 ‘세상에서 가장 큰 사람’이었다. 지난 9월 오빠에게 보내는 글에 주미양은 이렇게 썼다. “문광욱 훈련병 멋짐… 최고로 멋지다. 사랑해~ 아자아자 화이팅~!” 막내는 아직도 작은오빠가 어딘가 살아 있는 것만 같다.



글=심새롬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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