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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대통령 통수지침은 명확해야 한다







김국헌
예비역 육군소장·전 국방부 정책국장




북한군이 연평도를 공격한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1953년 정전(停戰) 이래 가장 엄중한 도발이다. 김정일은 지금 금단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남북관계를 최악의 상황에 몰아넣을 것이 분명한 현 상황에서 이런 공격을 감행한 의도와 이유는 무엇인가. 지금까지 누리던 호사에 중독이 되었는데 한국과 미국이 전과 같지 않고 숨통을 조이니 드디어 발악을 하는 것이다.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을 위해? 정은의 군사적 자질을 과시하기 위해? 일부에서는 정은이 어떤 교육을 받았으며 어떤 자질을 갖추고 있는가에 관심과 분석을 집중하고 있지만 이것은 아직 이르다. 김정일이 1965년부터 당 생활을 시작해 80년대는 이미 김일성·김정일 정권이 됐으며, 90년대는 사실상 김정일·김일성 정권이 됐다는 평가에 비하면 정은은 현재 그 직책이 무엇인가와 상관없이 아직 김정일의 품 안에 있다. 모든 것은 김정일이 기획하고 결정해 이루어진다고 보면 된다.



 그러면 김정일이 노리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벼랑 끝 전술이다. 이대로는 도저히 견딜 수 없으니 남한 내부를 부추겨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이처럼 남북관계의 파탄을 가져왔으니 이제는 코스를 바꿀 때가 되지 않았는가 하는 압력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북한은 ‘한다면 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극단적 선택도 마다하지 않는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기억은 흐려지고 남는 것은 ‘북한을 거슬렀다가는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른다’는 공포의 기제만이 남을 뿐이다. ‘이러다가 북한과 전쟁하자는 것이냐’고 들이대는 남한의 정치꾼들은 도처에 널려 있다. 김정일의 계산은 이것이다.



 미국에는 6자회담에 나오라는 압박을 하기 위해서다. 여기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니 뭐니 하며 장마당을 펴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우라늄 핵시설을 결속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제 미국도 별 수 없이 북한과 핵군축회담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여론을 끌어내기 위해서다. 오늘과 같은 충격적 도발은, 지난 10년간 한국정부와 가까웠던 미국 내 학자 언론인들이 미국 내 여론을 돌리는 데도 작용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 자세와 입장을 취해야 할 것인가. 첫째, 한·미 간에 틈을 보이지 않아야 한다. 지금까지의 의연한 자세-회담을 위한 회담은 안 한다-를 그대로 유지하면 된다. 둘째, 여야의 정치권이 함께 대응하는 것이다. 천안함 사태 때와 같은 균열이 다시 있어서는 안 된다. 셋째, 군의 대비 태세에 한 치의 빈틈이 있어서는 안 된다. 이는 교전규칙에 의한 즉각대응, 그리고 비례성의 원칙에 따라 ‘받은 만큼은 반드시 되돌려주는’ 것이다. 이러한 원칙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 확고해질 때 비로소 김정일이 억제되고, 남북관계도 언젠가는 제자리에 설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사태는 전쟁이다. 전면전이 아니고 국부제한전쟁에 머무르고 있을 따름이다. 전쟁에는 전쟁지도체제와 작전지휘체제가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 급선무다. 작전이 벌어지면 현장에서 끝내버려야 한다. 유엔이고 정전위고 다 사후약방문이다. 이번 작전에 장병들은 비교적 잘 조치하고 있는 듯하다. 문제는 전쟁지도체제이다. 대통령의 통수지침은 명확해야 한다. ‘단호히 대응하되, 확전은 방지하라’(?) 단호히 대응한다는 것은 당연한 말이다. 문제는 ‘확전을 방지하라’이다. 이것은 ‘선제공격은 하지 말라’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지침같이 현장지휘관들의 재량을 사실상 제한하게 된다는 것을 신중히 고려했어야 했다.



 작전의 최고책임자는 합참의장이다. 대통령은 군사지휘본부에는 가급적 나타나지 않는 것이 좋다. 국방부 장관도 나타나지 않아야 모든 작전요소와 체제가 일사불란하게 돌아간다. 의장이 작전보다도 대통령이나 장관에 신경 쓰게 되면 장군들은 아무래도 흔들리게 된다. 전쟁의 제1원칙인 ‘지휘의 통일’이란 문제에도 혼란이 없어야 된다는 것을 말한다. 문민통제하의 전쟁수행을 위해 우리 정부와 군이 갈고 닦아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것을 이번 사태를 통해 국민과 정치인이 깨닫게 된다면 불행 중 다행이 될 것이다.



김국헌 예비역 육군소장·전 국방부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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