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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없고 전기 끊기고 춥고 … 도움 안 된 연평도 대피소





1400여 명 악몽의 하룻밤 보내



연평도가 북한의 곡사포 공격을 받은 23일 오후 주민들이 연평 방공호에 긴급 대피해 있다. [옹진군청 제공]



“밤새 물 한 모금 못 마시고 외부와 연락이 끊긴 채 추위에 떨었다.”



 북한의 연평도 공격으로 민방위 대피소(방공호)에서 하룻밤을 지새운 연평면 주민 최성일(45)씨의 말이다. 23일 오후 북한의 공격 직후 마을 근처의 대피소로 몸을 피했던 연평도 주민 1400여 명은 최씨처럼 비좁은 대피소에서 주린 배를 안고 추위와 싸워야 했다. 최씨는 정원이 40명인 33㎡(10평) 남짓한 대피소에서 120여 명과 함께 밤을 보냈다.



 해경 경비정을 타고 24일 인천부두에 도착한 연평도 주민들은 포격 후 대피소에서 보낸 하룻밤이 악몽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김지춘(41)씨는 “주민들은 급한 나머지 장화나 슬리퍼·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대피소로 달려갔다”며 “하지만 전기가 끊기고 식수마저 제대로 공급이 안 돼 고생했다”고 말했다.



 7세, 11세짜리 아들 형제를 데리고 대피소에서 하룻밤을 지낸 장세환(47)씨는 “면사무소에서 나눠 준 모포 한 장이 전부였다”며 “애들이 밤새 배가 고프고 춥다고 보채 혼났다”고 말했다. 이날 새벽 구호품을 실은 해양경찰 경비정이 연평도에 도착해 주민들에게 컵라면과 생수 등을 공급했으나 일부 대피소에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변진식(67)씨는 “나무 자르기 작업을 하다 포탄 파편에 맞아 눈 위가 찢어져 얼굴이 피범벅이 된 채로 대피소로 달려갔으나 구급약품이 없어 응급치료도 못했다”고 밝혔다. 주민 최모(45)씨는 “대피소가 낡고 습기가 차 도저히 밤을 지새울 수 없었다”며 “대피소에서 병에 걸려 죽으나 포탄을 맞아 죽으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에 많은 주민이 집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연평도에는 모두 19개의 대피소가 있다. 33㎡짜리가 13개, 66㎡(20평)짜리 3개, 100㎡(30평)짜리 3개로 1974~75년에 건설됐다. 마을에서 30~40m가량 떨어진 언덕에 반지하로 40㎝ 두께의 콘크리트를 박스 형태로 둘렀다. 대피소마다 양초 10곽과 랜턴 1개, 휴대용 가스버너 1개씩이 있으나 비상식량이나 수도·화장실 등의 시설은 없다. 35년 동안 한 번도 개·보수하지 않았다.



 ◆인천에서도 잘 곳 없어=“숙식 지원은 누구에게 했다는 말인가요? 우리는 전쟁 피해자인 셈인데 지원이 너무 허술합니다.”



 연평도 주민 유호봉(51)씨는 북한의 포격이 있었던 23일 밤 가까스로 인천항에 도착했지만 타고 온 어선에서 밤새 추위에 떨었다. 유씨는 24일 “여자와 아이는 주민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여관으로 보내고 남자들은 주로 어선에 모여 잤다”며 “당장 오늘 먹을 음식도, 잘 곳도 없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23일 연평도를 빠져나온 주민들에 따르면 이날 밤 어선에서 밤을 지새우거나 주머니를 털어 여관에서 숙박한 사람이 200여 명에 이른다. ‘연평도 주민 대부분 인천에 따로 거주할 곳이 있다’던 전날 군청의 말과는 다르다. 이들은 24일 오후 2시쯤 ‘숙식을 보장해 달라’며 인천시 남구에 있는 옹진군청으로 찾아왔다. 군청 측은 청사 5층 중회의실에 임시로 자리를 마련해 항의 방문한 주민들과 간담회를 했다.



 김영자(56·여)씨는 “인천에 도착한 뒤 송영길 인천시장과 악수 한 번 하고 난 뒤에는 시청과 군청의 누구도 우릴 돌봐 주지 않았다”며 “바로 도망쳐 나오느라 당장 오늘 갈아입을 속옷도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옹진군청 관계자는 “연평도를 떠난 배들이 도착하는 연안부두 인근 찜질방에 잘 곳을 마련해 놨는데 제대로 전달이 안 된 것 같다”며 “지금 숙박할 만한 곳을 추가로 알아보고 있으니 오늘 하루만 찜질방에 더 머물러 달라”고 말했다.



  장정훈·신진호·임주리·남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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