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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벌 떼죽음이 과일 값 올렸다





[이슈추적] 토종벌 95% 폐사 그후 …





전북 남원시 산내면에서 토종벌을 기르는 정유철(49)씨는 올 4월 이상한 현상을 발견했다. 일벌들이 갓 태어난 유충들을 벌집 밖으로 밀어 떨어뜨렸던 것이다. 버려진 유충들은 하얀 빛을 띠는 일반 유충과 달리 검게 변한 데다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유충들을 내다버리던 일벌들마저 같은 증상을 보이며 죽어갔다. 원인도, 해결책도 찾지 못하는 사이 정씨가 기르는 벌 480군(벌집을 세는 단위·약 1200만 마리)은 3개월 만에 전부 죽었다.



 정씨의 벌을 몰살시킨 건 ‘낭충봉아부패병(囊蟲蜂兒腐敗病)’으로 밝혀졌다. ‘토종벌 괴질’이라고도 불리는 이 병은 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씨가 재배하는 호박에도 문제가 생겼다. 벌이 죽으면서 수정을 못 하게 되자 열매가 기형으로 자란 것이다. 정씨는 “매년 호박을 5∼6t 수확했는데 올해는 곪거나 기형이 돼 1t도 채 수확하지 못했다. 꿀은 물론 호박 농사까지 망쳐 수억원을 손해 봤다”고 말했다.











 한국토봉협회에 따르면 올해 3월 이후 전국 토종벌의 95%가 낭충봉아부패병에 걸려 폐사했다. 특히 경북·강원지역의 폐사 율은 100%에 가깝다. 토종벌 폐사는 채소·과일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식물 중 40%가 충매화(곤충에 의해 꽃가루가 운반돼 수분이 이루어지는 식물)며, 그중 80%는 벌이 수분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이유로 아인슈타인은 “꿀벌이 지구상에서 사라진다면 인류의 생존기간은 4년을 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특히 호박·가지·딸기 등 열매식물과 사과·감 등의 과일은 꿀벌의 수정 없이는 제대로 자라는 게 불가능하다. 한국토봉협회 박관숙 사무장은 “벌이 없으면 열매가 열려도 기형이 되거나 발육 중에 떨어져 상품가치가 없다”며 “사람이 벌 대신 인공 수정을 해주면 인건비가 들어가 값이 오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박 사무장은 “전라도의 경우 감 가격이 두 배로 올랐다. 곶감 한 접에 원래 3만5000원이던 것이 지금은 7만원”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 오상근 채소바이어는 “딸기의 경우 하우스 한 동당 꿀벌 400여 마리가 필요하다”며 “비공식적인 통계에 따르면 토종벌 폐사로 인해 전국 딸기 생산량이 20% 정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대형마트에서는 현재 딸기(500g)가 1만2000원에 팔리고 있다. 1년 전에는 8500원이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딸기 물량이 부족해 바이어들이 전국 산지를 뒤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예방약도, 치료약도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한 토봉 사육 농민은 “지난해에도 강원도에서 이 병이 발생해 강원도 벌의 90%가 죽었다. 정부가 나서 백신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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