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소모품은 되기 싫다'불안·답답한 직장인들 MBA로 인생반전 꿈

지난주 월요일(15일) 저녁 무턱대고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서 가까운 H어학원을 찾았다. 그곳은 미국 비즈니스 스쿨(경영대학원) 입학시험인 GMAT 전문학원이다. MBA 코스 입학을 준비하는 직장인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굳이 준비생을 소개받아 미리 약속하지 않았다. 거대 기업화된 H어학원 1관이나 2관 정문쯤에서 직장인으로 보이는 인물을 붙잡고 MBA를 준비하는 이유 등을 물어보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많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기다린 지 2~3분 뒤 양복과 넥타이 차림의 한 남성이 들어섰다. 한눈에 MBA를 준비하는 직장인임을 알 수 있었다. 그는 미 MBA에 진학하려는 곽모(31)씨였다. 곽씨는 직장 4년차다. 그는 “생활용품 업체에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기사 방향 등을 설명하고 왜 MBA를 준비하는지 물었다. 그는 뻔한 것을 왜 묻느냐는 표정으로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대학을 졸업한 뒤 1년 재수 끝에 취직했다. 그때에는 열심히 일하면 내가 발전할 줄 알았다. 하지만 3년쯤 됐을 때 내가 소모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결혼보다 MBA 과정을 먼저 밟기로 했다.”곽씨와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도 많은 직장인이 H어학원에 들어갔다. 넥타이부대라고 할 만했다. 그들에게 MBA는 새로운 돌파구를 의미한다. 모든 과정을 마친 뒤에는 새로운 삶을 가능하게 해주는 새로운 신분증으로 비치기도 한다.

수요가 많으면 공급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곽씨 같은 직장인들을 유인하기 위해 국내 대학들도 앞다투어 MBA 코스를 개설하고 있다. 한때 국내 대학에서 들불처럼 일었던 ‘최고경영자 과정 열풍’과 비슷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미국 등 외국 대학들은 온라인 과정을 개설해 MBA를 쏟아내놓고 있다. 세계적으로 온라인 MBA 수료자만 해마다 2만~3만 명씩 쏟아져 나온다고 한다. ‘MBA 과잉’ 우려가 나올 정도다.

MBA는 미국식 경영의 상징이기도 하다. 교육 프로그램으로선 드물게 미국에서 시작됐다. 20세기 초 막 태동한 미국 트러스트(거대 기업)들이 원하는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서였다. 미국 다국적기업들의 전성기인 1950년대 MBA는 유럽으로 퍼져나갔다. 역설적으로 정체성과 독립성을 강조하는 프랑스에 유럽 첫 MBA 과정이 개설됐다.

국내 MBA 열풍은 외환위기를 겪으며 본격화했다. 평생 고용 관행이 해체돼 모든 사람들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살기’ 하나쯤 갖춰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게 됐다. 이런 때 MBA 출신이 미국 월가와 재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젊디젊은 MBA 출신이 화려한 그래픽 자료를 바탕으로 국내 기업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모습이 쉽게 눈에 띄었다. 자연스럽게 MBA 인기가 높아졌다.

늦게 분 바람이 더 거세다고 했던가. 종주국 미국에선 닷컴 거품이 붕괴한 이후 MBA 인기가 시들해지기도 했다. 최근엔 무용론마저 일고 있다. 그런데 국내에선 MBA 열풍이 식을 줄 모른다. 과음 뒤 숙취(Hangover)처럼 느껴질 정도다. 과잉의 시대에도 ‘MBA 성공 가이드’가 먹히는 이유다.

국내외에서 MBA를 마치고 현장에서 맹활약 중인 이들에게 물었다. MBA가 성공의 열쇠였느냐고. 그들은 “MBA 자체는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며 “과정을 마친 뒤 무엇을 할 것인지 뚜렷한 목적을 지녀야 한다”고 말했다

선데이 배너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