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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하고도 날씬한 배우들, 보통 사람들에겐 스트레스

호주 출신 모델 미란다 커(사진)가 최근 한 연예잡지에 만삭의 누드사진을 공개했다. 깡마른 몸에 배만 볼록 튀어나온 모습이 임신을 해도 얼마든지 섹시할 수 있다는 것을 만천하에 자랑하기라도 하는 듯 보였다. 개인적으로 출산을 앞두고 있는 입장에서, 이런 화보는 여간 못마땅한 것이 아니다. 특히나 입덧 뒤에 찾아오는 ‘폭풍식욕’이 얼마나 이겨내기 어려운 것인지 잘 아는 나 같은 막달 임산부에게는 더더욱 말이다.

김수경의 시시콜콜 미국문화 - 스타들의 만삭 누드사진

할리우드 스타들의 만삭 누드화보 촬영은 1991년 첫 아이를 출산한 데미 무어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연예잡지 배니티 페어의 표지를 장식한 사진이 일으켰던 파장은 매우 컸다. 만삭의 몸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일반에 공개한다는 발상 자체가 사회통념에 대한 도전이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그녀의 만삭 누드가 모성(母性)의 아름다움을 역설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후 만삭 누드화보는 소위 잘나가는 여성 스타들이 한 번쯤 거쳐가는 통과의례처럼 일반화됐다. 브리트니 스피어스,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신디 크로퍼드, 모니카 벨루치, 클라우디아 시퍼, 그리고 미란다 커에 이르기까지 임신한 할리우드 스타들은 카메라 앞에서 자신있게 옷을 벗어던졌다.

임신한 몸이 부끄러운 것은 물론 아니지만, 문제는 이들이 만들어내는 이른바 ‘깡마른 임신(skinny pregnancy)’에 대한 강박관념이다. 미국에서는 임신한 여성의 체중이 25~35파운드(10~15kg)가량 증가하는 것을 정상으로 본다. 할리우드 여배우들처럼 평소 저체중인 여성의 경우에는 40파운드(18kg)까지도 정상 범주에 들어간다. 하지만 짐작하건대 누드화보 속의 연예인들은 고작해야 6~7kg이 늘었을 뿐이다. 태아의 무게는 물론 임신으로 인해 늘어나는 혈류량, 자궁과 가슴의 무게 등을 고려할 때 임산부 본인은 오히려 살이 빠졌는지도 모른다. 미디어에 비치는 임산부의 이미지가 이처럼 콩깍지 안에 든 콩처럼 배만 볼록하고 빼빼 마른 체형이 되다 보니 일반 임산부들도 영향을 받는 것이다.

‘깡마른 임신’에 대한 강박관념은 이른바 ‘임신거식증(pregorexia)’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체중 증가가 두려워 임신 기간 동안 무리한 다이어트를 하거나 심한 운동을 하는 것이 그 증세. 임신거식증은 조산, 태아의 발육부진, 심지어 사산에 이르기까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다. 미국의 언론은 할리우드의 임신한 스타들의 모습을 임신거식증 확산의 원흉으로 보고 있다. 10대들 사이에서 거식증이 확산된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참으로 억울하게도 이들 연예인들은 일단 체질적으로 먹어도 살이 잘 찌지 않는 ‘이기적 유전자’를 타고났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들은 임신 기간 내내 영양관리사, 전문 트레이너의 관리를 받는다. 그러니 일반인이 무조건 무식하게 식욕을 참고 하루 종일 쇼핑몰을 돌아다니며 무리한 운동을 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소리다.

임신 기간 중에 살이 찌는 것은 그렇다 치고, 임신 후에 완벽한 처녀 몸매로 돌아오는 연예인들의 모습도 임산부 입장에선 적지 않은 스트레스다. 어떻게 2~3개월 만에 저렇게들 복구되는지 그들의 각고의 노력에 감탄을 하면서도, 한편으론 나도 전문 트레이너에 영양관리사를 붙여주면 그렇게 할 수 있다고 항변해 본다. 어차피 그럴 수 없는 뻔한 내 형편이 어쩌면 다행인지도.




김수경씨는 일간지에서 문화부 기자로 근무하다 현재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에서 유학하고 있다. 대중문화 전반에 폭넓은 관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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