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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석 칼럼] 마리 앙투아네트와 에바 브라운







조우석
문화평론가




올해 인상적인 책 목록에 최근 다시 한 권을 포함시켜 기쁘다. 그런 책에만 하는 색인 작업도 이미 마쳤다. 내용을 키워드별로 정리한 나만의 목록이다. 이걸 들춰보면 어디에 뭐가 있는지 훤해진다. 문제의 책은 『에바 브라운, 히틀러의 거울』(하이게 B 괴르테마커)이다. 최악의 독재자 애인 얘기인데 뭐 대단할까 싶겠지만, 그게 아니다. 슈테판 츠바이크의 명저 『마리 앙투아네트와 베르사유의 장미』와 감히 비견할 만하다. 과연 전기·평전은 막강 장르가 분명하다. 양질의 읽을거리로 그만한 게 흔치 않다.



 사실 역사란 것도 인간을 배제한다면 공허한 연대기에 불과하다. 귀감이 될 인물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반면교사도 있는 법이다. 영화 제목대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 뒤섞여 드라마가 만들어진다. 기회에 최고의 전기작가로 꼽히는 츠바이크의 명언도 경청해보자. “평전은 신격화가 아니라 인간화 작업이다. 변명이 아니라 해명이 핵심이다.” 그가 그려낸 지식인 에라스무스, 작가 발자크도 그랬지만, 마리 앙투아네트 역시 츠바이크 손끝에서 생명력을 얻는다. 절정의 권력에서 밀려나 역사에 내동댕이쳐지는 과정과 이에 따른 내면 풍경, 드라마론 가히 최상의 소재다.



 사실 그는 철딱서니 없었다. 프랑스혁명 때 민중이 빵을 달라고 외치자, 그럼 고기나 먹으라고 했다는 앙투아네트는 왕정 붕괴 뒤 단두대에 서며 인간미를 더해갔다. 그게 겁쟁이 남편 루이 16세와 달랐다. “이 평범한 여자가 최후의 순간 운명처럼 위대해졌다”고 츠바이크는 묘사한다.



 에바 브라운, 아시다시피 그녀는 앙투아네트가 아니다. 숨겨진 애인에 불과했다. 하지만 『에바 브라운, 히틀러의 거울』을 훑어보면 “나치 독일은 어쩌면 여인 천하였다”는 생각마저 든다. 제3제국의 사각지대로 남았던 여성 부문을 복원한 공로 때문인데, 당시 독일 퍼스트레이디는 무려 셋이나 됐다.



 웬일일까? 에바를 꼭꼭 숨겨뒀던 히틀러가 공식 만찬 등에 장관 부인을 번갈아 등장시킨 탓이다. 2인자 괴링의 아내 에미의 경우 배우 출신답게 우아한 퍼스트레이디 노릇을 곧잘 수행했다. ‘제국의 입’ 선전장관 괴벨스의 아내 마그다, 막강 권력자 루돌프 헤스의 아내 일제도 이 판에 가세했다. 이들은 남편 못지않게 머리 터지게 경쟁하며 베를린 살롱, 즉 상류사회 사교계를 주도했다. 그러나 진짜 주인공은 에바였다. 에미마저 ‘젊은 것’ 에바에게 연줄을 대려고 무진 애를 썼으나, 항상 좌절했다.



 에바는 제국의 안방마님이었다. 히틀러와 함께 꿈을 꿨다. ‘독일의 로마’로 구상된 린츠 신도시가 그랬다. 누가 린츠의 정원·상가 설계를 물을라치면, 히틀러는 말했다. “그건 에바 양에게 물어보라.” 앙투아네트가 루이 16세로부터 베르사유 궁전 내 트리아농 성을 선물 받았다면, 에바는 도시 전체를 받았던 셈이다.



 하지만 츠바이크의 앙투아네트 묘사에 연민이 물씬하다면, 괴르테마커의 에바에 대한 평가는 싸늘하다. 나치 국가범죄의 공범이라는 단죄다. 특급 평전다운 냉철함이다. 우린 언제나 근·현대사 인물을 정공법으로 다룬 멋진 저술을 접해 볼까.



조우석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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