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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이 볼만한 뮤지컬

시험이 끝났다. 인생에는 아직 수 많은 허들이 남아있지만, 그래도 이 순간만큼은 대한민국 모든 수험생들에게 격려와 위로를 전하고 싶다. 이제 조금 여유로운 기분으로 그동안 소홀했던 마음의 양식도 돌아보길 바란다. 수험생과 가족들이 함께 볼만한 인기 뮤지컬을 추천한다. 글=원종원 뮤지컬 평론가(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영웅 하얼빈역에 네발의 총성이 … 금발이 너무해 고정관념 깬 통쾌한 스토리

영웅



12월4일∼2011년 1월15일국립극장 해오름극장



4만∼11만원, 02-2250-5900











1909년 하얼빈 역에 울려 퍼진 네 발의 총성은 동아시아의 근대사를 뒤흔들어 놓았다. 오랜 강압 아래서도 대한민국이 민족의 기개를 잃지 않았음을 만방에 알렸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어엿한 독립국으로 살게 됐지만, 아직도 그 단초를 마련해준 안중근 의사의 시신은 찾지 못했다. 그리고 그의 의거가 있은 지 100년이 지난 지금, 뮤지컬로나마 그의 정신을 기리게 됐다. 뮤지컬 ‘영웅’의 탄생 배경이다.



무대는 서사적 구조의 안중근 의사에 관한 일대기 대신 그가 거사를 전개하게 되는 과정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무작정 미화하거나 포장하기보다 그가 왜 총을 들 수밖에 없었으며, 무엇을 얻으려 했는가에 보다 밀도를 집중시켜 이야기를 펼쳐가려는 포석이다. 덕분에 1막 마지막에서 뭉클한 감동이 담겨있는 안 의사의 노래들은 관객들의 심장을 두드린다.



지루한 역사극을 떠올린다면 착각이다. 뮤지컬의 재미를 더하기 위해 가상의 인물들과 러브 스토리도 더해졌기 때문이다. 히토 히로부미를 암살하러 일본으로 잠입한 명성황후의 궁녀 설희나 안 의사를 짝사랑하는 중국 소녀 링링의 죽음은 극적 상상의 재미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압권은 이토의 열차가 하얼빈에 도착하는 장면이다. 눈을 크게 뜨고 보지 않으면 언제 영상이 세트로 바뀌는지 알아채기 힘들다. 대규모 특수효과를 활용하는 외국의 대형 뮤지컬들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 이 작품 최고의 명장면이다.



금발이 너무해



2011년 3월20일까지, 코엑스아티움



5만∼9만원, 02-738-8289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것만큼 통쾌한 스토리는 없다.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도 이런 사례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작품이다. ‘금발은 예쁘지만 멍청하다’는 사회적 편견을 산산조각 내버리기 때문이다. 하버드 법대에 진학한 금발 미녀가 사랑과 성공을 동시에 이뤄낸다는 자수성가의 이야기다.



뮤지컬의 원작은 2001년 발표됐던 동명 타이틀의 영화다. 요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무비컬의 전형적인 예다. 귀여운 금발 엘 우즈 역으로 나왔던 리즈 위더스푼은 이젠 중년 부인이 됐지만, 당시 영화에서는 통통 튀는 매력으로 전 세계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물론 뮤지컬 역시 영화의 바통을 이어받아 수다스럽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주인공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우리말 초연무대에서는 소녀시대의 제시카가 미스코리아였던 이하늬, 탤런트 출신의 김지우 등과 함께 주인공으로 발탁돼 이목을 집중시켰다. 올 연말 무대에서는 바다가 깜짝 캐스팅의 주인공이다. 이미 ‘노트르담 드 파리’ ‘미녀는 괴로워’ 등 여러 뮤지컬을 통해 실력을 검증받았던 터라 그녀가 만들어낼 무대와 매력에 대해 벌써부터 기대가 높다.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의 묘미는 적절히 변화된 우리말 가사의 재미다. “제일 쉬운 게 공부였다”는 하버드 공부벌레나 “난 왕자다”를 외치는 아랍 부호는 그래서 폭소를 자아낸다. 한바탕 웃고 나면 추운 겨울도 따뜻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은 유쾌함이 최고의 매력이다.



빌리 엘리어트



2011년 2월27일까지, LG아트센터



5만∼13만원, 02-3446-9630











요즘 런던과 뉴욕에서 가장 인기 있는 뮤지컬을 꼽으라면 단연 이 작품이다. 영국 탄광촌의 한 꼬마가 춤에 관심을 갖게 되고, 결국 발레리노로 성장하게 된다는 동명 타이틀 영화의 성장 스토리를 무대화했다.



뮤지컬의 재미는 두 가지다. 먼저 재능 넘치는 아이들의 모습이다. 절로 감탄을 자아낼 만큼 천연덕스레 춤과 노래를 소화해낸다. 아무리 빅 스크린으로 확장되고 돌비 사운드가 더해진다 해도, 2차원 평면의 영상물은 무대의 현장성과 입체성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 특히 춤과 노래를 즐기기에 뮤지컬을 능가하는 문화산업 장르는 드물다. ‘빌리 엘리어트’가 글로벌 공연 시장의 강자로 군림하게 된 이유다. 또 다른 재미는 탄광촌 이야기다. 영국 마거릿 대처 정권 시절의 탄광 폐쇄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탓에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알싸한 뒷맛이 이 작품만의 묘미가 됐다. 꿈을 쫓는 아들을 위해 친구들을 배신하고 탄광으로 향하는 골수 노조원 아빠의 뒷모습이나 그런 빌리의 사정을 알고 푼돈을 모아 로열 발레 스쿨 오디션에 참가하기 위한 교통비를 마련하는 노동자들의 풍경은, 그래서 눈물 나는 감동을 재연해낸다.



‘빌리 엘리어트’의 노래들은 싱어 송 라이터인 엘턴 존이 작곡했다. 몇몇 멜로디는 대중가요보다 친숙한 느낌이다. 특히 죽은 엄마가 남긴 편지를 읽는 장면은 손수건 없이 보기 힘든 감동을 선사한다.



빨래



오픈런, 대학로 학전그린 소극장,



3만원·3만5000원, 02-928-3362











뮤지컬이라는 말에 ‘느끼함’이 먼저 떠오른다면 ‘빨래’를 추천한다. 식사 마지막에 씹은 잘 익은 김치 같은 깔끔한 뒷맛이 좋은 창작 뮤지컬이다.



배경은 서울의 어느 달동네 월세방이다. 강원도에서 상경해 책방 점원으로 일하는 나영과 외국인 노동자인 솔롱고가 빚어내는 ‘사람 사는 이야기’가 맛깔스레 전개된다. 가진 사람과 뺏기는 사람의 이야기는 언제나 고단하고 서글프지만, 뮤지컬 제목처럼 함께 눈물짓다가 하늘을 향해 탁 털어버리는 홑청 이불의 빨래 같은 주변 이웃의 모습이 보는 이를 상쾌하게 만들어준다. 사는 게 힘들고 어렵기는 언제나 마찬가지지만 그 안에 있는 사랑과 희망, 사람들의 정이 우리를 위로해준다.



작사 부문에 대한 여러 수상 실적이 말해주듯, 이 뮤지컬의 맛은 현실감이 묻어나는 쫄깃쫄깃한 대사와 노랫말에 담겨있다.



‘서울살이 몇 해’를 지내며 생겨난 주인공의 잡동사니들은 그래서 낯설지 않은 우리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작가 겸 연출가인 추민주는 한 수상식 소감에서 ‘성동구 자양동 노륜산 시장’ 주민들에게 감사를 전하기도 했다. 그곳에서 생활했던 그녀의 실제 경험이 작품을 잉태해 내는 데 좋은 자양분이 됐기 때문이다. 좋은 이웃, 좋은 사람의 온기가 그립다면 놓치지 말아야 할 ‘따뜻한’ 뮤지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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