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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게임중독 예방법 개정 시급하다







맹광호
청소년보호위원회 위원장




게임을 못하게 한다는 이유로 중학생이 어머니를 목 졸라 숨지게 한 뒤 자신도 목숨을 끊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역시 게임에 중독된 20대 아들이 자신을 나무라는 어머니를 칼로 찔러서 살해하기도 했다. 식사조차 거르고 닷새 동안 PC방에서 게임을 하던 30대가 숨졌고, 인터넷 게임에 빠져 석 달 된 딸을 굶어죽게 한 부부가 5개월간 도피 끝에 구속되는 일도 벌어졌다. 길게는 12시간까지 이들 부부가 게임에 몰두해 있는 동안 아기에게는 하루 한 번만 분유를 주었다고 한다. 그것도 상한 분유를. 이들 부부는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사이다. 믿기 어렵겠지만 이 모든 끔찍한 사건들이 금년 한 해 동안에 일어났다.



 인터넷 게임 중독은 단지 잘못된 놀이문화가 아니다. 앞의 사례들에서 보듯 그것은 심각한 사회적 질병이다. 최근의 의학적 연구들은 인터넷 중독이 마약 중독이나 알코올 중독처럼 뇌를 손상시키고 자제력을 잃게 해 몸 상태가 망가져도 미처 이를 인지하지 못한다고 한다. 성인과 달리 특히 청소년은 인터넷 게임과 같은 외부 자극에 의한 유해성에 노출됐을 경우 감수성에 미치는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더욱 크다. 어릴 때 노출될수록 중독의 예후는 더욱 심각하다. 게임 중독이 심화될 경우 육체적·정신적 건강을 잃게 됨으로써 청소년기에 습득해야 할 다양한 경험과 원만한 사회적 관계 등에 관한 학습 기회를 잃게 되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로 인해 당당한 사회 일원으로 기여할 수 있는 미래를 송두리째 상실하게 되는 비극적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몇 달 전 발표된 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20세 이하 국내 청소년의 14.3%(약 100여만 명)가 상담과 치료가 필요한 인터넷 중독 위험군이라고 한다. 이는 20~30대의 중독률 6.3%의 두 배를 넘는 수치다. 더 큰 문제는 해마다 이들의 중독률이 조금씩 더 증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저연령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인터넷 게임 중독을 여전히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면서 인터넷 게임 산업의 진흥을 위해 이를 묵과해도 될 역기능 정도로 간주하고 있다. 외신에서는 올해 한국의 게임 시장 규모가 55억 달러로 17% 성장이 예상된다고 보도하면서 이 일이 한국인들의 인터넷 게임 중독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게임 산업의 성장을 위해 과연 얼마나 많은 청소년들이 더 많은 불면의 밤을 새워야 할 것인가. 또 이 과정에서 또 얼마나 무서운 사건들이 더 일어나게 될 것인가. 게임 산업을 발전시켜 국가 경제에 이익을 얻겠다는 취지를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청소년들의 심야 인터넷 게임을 계속 간과해서도 안 될 일이다. 병들어가는 청소년들을 양산하면서 과연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한 일인지 우리는 지금 심각한 고민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심야시간 청소년의 인터넷 게임 이용을 제한하는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현재 찬반 논란이 뜨겁게 벌어지고 있다. 이 법안의 주요 내용은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접속을 제한함으로써 아직 자제력이 부족한 청소년들이 인터넷 게임을 적절한 시간만 이용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법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입장도 있다. 법 개정안이 오랜 시간 국회에서 발이 묶여 있는 이유다. 하지만 이 법이 도입되면 적어도 인터넷 중독 예방과 청소년 보호에 대한 인식의 틀을 바꾸는 데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규제만으로 인터넷 중독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요즘 같은 무한 경쟁사회에서 청소년들이 겪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해결하는 한 가지 방편으로 인터넷 게임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게임을 대체할 수 있는 건전한 여가 활용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근본적 해법이 될 터다. 하지만 이미 위험 수위에 다다른 게임 중독 문제에 대한 응급치료가 더 시급하다. 청소년들이 길거리에서 밤을 새워가며 인터넷에 몰입하는 일만이라도 제도적으로 막아야 한다. 이와 함께 중독 위험군에 대한 상담·치료 서비스가 제공되도록 전문화된 의료 지원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가정·사회·관련 업계가 함께 청소년이 건강하게 즐길 수 있는 인터넷 문화를 만들어 가는 일도 소홀해선 안 된다.



맹광호 청소년보호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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