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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성사진 사기 … 마스크 쓴 범인 “꼼짝마”





국과수 영상분석실 가보니



중국 어부들이 목포해경을 폭행해 사망하게 한 동영상의 한 장면. 거의 판독이 어려웠던 영상을 국과수에 처리한 뒤에는 배 앞머리쪽 중국 어부들이 삽과 몽둥이를 들고 있는 게 선명하다.







2008년 9월 26일 전남 목포해양경찰서 소속 순찰선에서 근무하던 박모 경위가 실종 하루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불법 조업하던 중국 어선을 검문하다 실종된 것으로 추정돼 해당 중국인 어부들을 다그쳤지만 이들은 결백을 주장했다. 순찰선의 촬영 동영상을 봐도 칠흑 같은 밤인 데다 2.5m의 높은 파도에 흔들려 판독조차 어려웠다. 동영상은 즉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으로 보내졌다. 영상분석실 요원들은 밤샘 작업을 했다. 화면 한 장면, 한 장면을 따로 밝게 처리하고, 순찰선이 파도에 따라 움직이지 않게끔 영상을 고정했다. 이어 중국 선원과 경찰관의 움직임만 나타나도록 했다. 그러자 놀랍게 중국 선원들이 삽과 몽둥이로 경찰관을 내리치고, 한 사람은 줄로 목을 조르는 장면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 영상이 결정적 증거가 돼 중국 어부들의 자백을 받아낼 수 있었다. 11명이 구속됐다.









합성사진 내 미국 부시(위쪽)대통령과 A씨 얼굴의 판독사진. 부시와 A씨 눈 부위의 해상도가 다르다. 또 적목(赤目) 현상이 A씨는 있고, 부시는 없다.



 사건·사고 해결의 결정적 열쇠가 동영상이나 사진인 경우가 많다. 대개 증거가 될 영상은 흐릿하거나 일그러져 판독하기 힘들다. 국과수 영상분석실은 그런 영상을 갖고 사건 해결의 단서를 숱하게 찾아냈다. 영상분석실은 특수 소프트웨어를 자체 개발해 활용한다. ‘영상 속 신장 측정 소프트웨어’ ‘차량 번호판 초점 맞추기 소프트웨어’ ‘폐쇄회로TV(CCTV) 영상 찌그러짐 보정 소프트웨어’ 등이 그것이다. 서울 신월동 국과수를 찾아 미궁에 빠진 사건의 해결 실마리를 찾는 첨단 기법을 알아봤다.



 ◆키 얼마일까=2004년 검거된 희대의 연쇄 살인마 유영철의 추적 단서는 뒷모습이 찍힌 흐릿한 CCTV 영상뿐이었다. 거기서 답을 찾아야 했다. 보행 중 한 발이 땅에서 떨어져 있는 순간과 그렇지 않은 순간의 키 차이가 2.5㎝쯤 된다고 한다. 수사요원들은 유영철이 걷던 곳 주변의 전봇대 옆에 기준점을 만들고 사람들을 걷게 하면서 영상을 촬영했다. 그런 과정을 반복해 유영철의 키를 알아냈는데 실제 키와 0.5㎝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교통 사고 현장=지난해 말 경북 경주에서 관광버스가 추락해 16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지만 원인 규명이 잘 안 됐다. 국과수 요원들은 현장의 도로와 바퀴 자국 등을 입체로 스캔했다. 그 위에 관광버스가 달리는 상황을 실제처럼 컴퓨터그래픽으로 재연했다. 그러자 관광버스는 중립에 기어를 놓고, 브레이크를 제대로 밟지 않은 채 시속 70㎞로 내리막길을 달리다 사고가 난 것으로 드러났다. 국과수가 아니었으면 그 원인을 찾기 어려운 사고였다.









CCTV 영상(왼쪽)에 용의자의 옆모습(오른쪽 아래)을 중첩시켜 동일인임을 밝혀낸다. 왼쪽 사진의 선들은 점이나 귓불이 용의자와 일치한다는 것을 표시한다.







 ◆얼굴 모양=2001년 대전 일대에서 24차례나 강도·강간을 일삼은 용의자가 잡혔다. 단서는 모자를 눌러 쓴 데다 마스크까지 한 영상 한 컷이 전부였다. 용의자는 범행 일체를 부인했다. 국과수는 용의자의 얼굴과 머리 부분을 입체로 스캔한 뒤 그 영상을, 이미 확보한 영상과 중첩시켰다. 그 결과 귓불의 크기와 얼굴에 있는 점의 위치까지 일치했다.



 ◆가짜 사진=국내 한 정치인 A씨가 미국 부시 대통령과 함께 찍었다는 사진의 진위는 국과수로 넘어오자마자 즉시 확인됐다. 육안 검사와 확대 검사를 하자 사진 곳곳에는 합성의 흔적이 나타났다. A씨 눈에는 빨간 점이 나타나는 적목 현상이 잡혔으나 부시에게는 없었고, 부시 얼굴과 A씨 얼굴 부분의 해상도가 각각 달랐다. 또 빛의 각도도 제각각이었다. 그가 미국인과 함께 찍은 사진 중 미국인 얼굴을 떼어내고, 부시 얼굴을 갖다 붙인 것으로 나타났다. 거기에 나비 넥타이도 그려 넣었다.



 국과수 영상분석실 김준석 연구사는 “흐릿한 영상에서 차량 번호판을 알아내려면 수백 번에 걸친 데이터 정제 작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웬만큼 희미한 영상이라도 데이터가 남아 있으면 판독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난감하다”고 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사진=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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