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경제 issue&] ‘한국판 애플’ 이 나오기 힘든 까닭







오규석
씨앤앰 대표




미국 샌프란시스코 출장을 갔을 때의 일이다. 우대 고객에겐 공짜로 요가 비디오를 볼 수 있게 해주겠다는 안내문을 한 호텔 방에서 봤다. 호텔의 유료TV 서비스에서 특정 주문형 비디오(VOD)를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이야기였다. 요가라는 가장 소프트한 물리적 콘텐트가 디지털 혁명의 영향으로 호텔의 비디오 서비스로 탈바꿈하고, 또 호텔의 다양한 유료 VOD의 미끼 상품이 된다는 점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미국은 디지털TV 플랫폼을 오랫동안 준비해 왔다. 콘텐트와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 이하 앱)의 절대강자인 미국이 플랫폼을 완비했을 때 얼마나 가공한 위력을 발휘할 것인지 하는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세계를 휩쓰는 미국의 스마트폰·스마트TV·앱스토어는 이미 호텔 요가 비디오의 발상에서 그 씨앗이 잉태되고 있었다.



 우리나라도 방송과 통신, 유선과 무선의 융합 등 정보기술(IT)·미디어 업계의 컨버전스가 ‘스마트(smart) 서비스’로 급격히 진화하고 있다. 방송 시장에서는 방송·통신 융합 서비스로 주목받던 디지털 케이블TV와 IPTV가 경쟁하면서 스마트TV로 발전하고 있다. 통신 시장에서는 와이파이(WiFi, 근거래 무선랜)와 앱스토어로 무장한 스마트폰이 FMC(유·무선 통합) 시대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스마트폰·스마트TV를 활용한 스마트헬스·스마트워크 등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와 타 산업의 결합 서비스도 기대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스마트 혁명의 주도세력에 끼진 못했다. 수년간 삼성전자·LG전자가 TV와 휴대전화 분야에서 세계 3위권 안에 드는 강자로 컸는데도 말이다. 최고 수준의 유·무선망을 갖춘 국내 통신업계, 내수시장에서 구글·야후를 물리쳤다고 자부하는 국내 포털도 앱스토어 같은 참신한 콘텐트 비즈니스 모델을 내놓지 못했다. 물론 기업 인수합병(M&A)과 벤처캐피털이 발달한 미국과 우리나라를 수평 비교하긴 어렵다. 하지만 아이폰 충격에 다시 시달리지 않으려면 선진 IT·미디어 업계에서 다음 세 가지를 꼭 배웠으면 한다. 첫째, 고객가치의 확장(Expansion), 둘째 서비스의 혁신(Innovation), 셋째 에코시스템(Ecosystem·생태계)의 조성과 협업이다.



 앞의 둘은 부연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익숙할 것이고, 현 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부분은 세 번째다. 구글과 애플이 모든 걸 혼자 하는 듯 보이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애플은 음반업계를 앱스토어라는 자신의 플랫폼에 끌어들인 데 이어 콘텐트 개발자, 방송사업자까지 한편으로 만들었다. 휴대전화 제조기술로는 세계 최고라는 우리나라가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아이폰에 밀린 건 바로 콘텐트 생태계 면에서 뒤졌기 때문이다.



 이 취약성은 국내 방송통신 시장에도 똑같이 해당된다. 무한경쟁으로 통신요금이 급격히 떨어지듯이 방송업계도 비슷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방송 콘텐트는 공짜나 헐값’이라는 인식이 번져 유료 방송체계가 설 땅을 잃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플랫폼 사업자들은 행여 가격경쟁에서 승리한다 하더라도 외국과 경쟁할 강한 체질을 키우기 힘들다.



 우리는 스마트시대 개막의 문턱에서 애플 생태계의 파워를 경험했다. 제품과 제품, 서비스와 서비스의 경쟁이 아니라 생태계 간 경쟁을 통해 싸움의 규칙이 정해지는 시대에 ‘모든 걸 혼자 잘하면 된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국내 방송통신 업계가 나 혼자 살겠다는 과당경쟁을 지양해 협업과 생태계 조성에 나서지 않으면 우리에게 뉴미디어 융합시대를 주도할 기회는 영영 오지 못할 수 있다. 선순환 생태계가 조성되려면 우선 사업체의 시장 진입·퇴출이 원활하고, 노력한 만큼의 정당한 과실을 기대할 수 있어야 한다. 가격 위주의 제살 깎기 경쟁으론 플랫폼 생태계 조성을 위한 투자여력을 확보하기 힘들다.



오규석 씨엔엠 대표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