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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북극항로









지난해 7월 울산항에 독일 벨루가해운 소속 화물선 두 척이 입항했다. 프래터니티호와 포사이트호다. 며칠 뒤 두 배는 건설자재를 싣고 유럽으로 출항했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뱃머리는 북쪽인 블라디보스토크를 향했다. 그곳을 지난 배는 계속 북진(北進)했다. 마침내 러시아와 미국 알래스카 사이의 베링해협을 통과해 북극해를 가로질러 독일 함부르크에 무사히 도착했다. 북극항로 첫 상업 운항의 성공이다. 1년 반의 준비 기간을 가진 벨루가해운의 북극항로 도전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위성사진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북극해 빙하가 항해가 가능할 정도로 녹은 것으로 나타났던 거다.



 북대서양에서 북극해를 지나 태평양으로 진출하는 건 유럽인들의 오랜 꿈이었다. 그렇지만 얼음바다 북극해는 뱃길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1497년 영국 탐험가 캐보트가 헨리 7세의 명령으로 북극항로 탐험에 나선 이래 수많은 사람이 뱃길을 뚫으려다 실패하고 목숨까지 잃었다. 1845년 영국 프랭클린 탐험대원 129명 전원이 목숨을 잃은 게 대표적이다. 탐험가들이 남긴 기록 속의 북극 뱃길은 사납고 무섭다. “너무 추워 사람은 물론이고 배의 밧줄이나 도르래 장치까지 얼어붙었다. 눈보라가 휘몰아치면 극지방의 만년빙에서 집채만 한 얼음 덩어리들이 떨어져 나와 배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뱃길은 포르투갈 탐험가들이 1488년 처음으로 남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 인도양으로 나가면서 열렸다. 1869년 수에즈운하 개통으로 이 항로가 6000㎞ 이상 단축되기까지는 400년 가까운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이로부터 140년 만에 열리는 북극항로는 8300㎞의 거리를 더 좁힌다. 운항 시간과 비용을 40% 줄여 해상 물류 혁명을 일으킬 꿈의 뱃길인 셈이다. 수에즈운하 항로의 소말리아 해적 위협에서 벗어나는 건 큰 덤이다.



 북극항로는 시베리아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바닷길이다. 러시아 정부가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면서 동토(凍土)의 땅 시베리아가 깨어날 조짐이다. 한국에도 기회다. 아시아 항구 중 북극항로를 이용하기 위한 최적의 위치인 부산항이 세계적인 허브항으로 발돋움할 수도 있다. 쇄빙선 개발 등 조선업계에도 호재다. 그러나 마냥 반겨도 좋은 일일까. 지구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항로가 만들어지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이 축복만은 아닐 터다. 얼음 없는 북극이 초래할지도 모를 재앙은 북극곰만의 문제는 아닐 테니까.



김남중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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