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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서 써준 고3 교사, 학생 지원 학과도 몰랐다





서강대 입학사정관 고교 검증현장에 동행해보니



지난 9일 수도권의 한 고등학교에서 서강대 이영수 교수(왼쪽)와 김은아 입학사정관이 가톨릭고교장 추천전형에 지원한 학생의 추천서를 쓴 교사를 면접하고 있다. [서강대 제공]



-시교육청 영재학교에 선발된 후에는 어떻게 평가하나요?



 “연구 보고서 발표회를 열어 입상하면 인근 대학 교수들과 연계해 지속적으로 교육합니다. 이 학생은 입상하진 못했어요.”



-교내 과학경진대회 선발 경력도 있던데….



 “시 대회에 나갈 학생을 뽑는 대회였는데, 시 대회에서 입상하진 못했네요.”



 -창의력대회에도 출전했다고 했는데 선발된 건가요?



 “창의동아리 아이들이 나가요. 따로 선발하진 않습니다.”



 지난 9일, 수도권의 한 고등학교 상담실. 고3 담임을 맡고 있는 A교사(45)가 면접을 보느라 진땀을 빼고 있었다. 교사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사람은 서강대 입학사정관들. 가톨릭고교장추천 전형에 지원한 학생의 추천서를 쓴 교사를 면접하는 것이었다. 이들은 이날 A교사에게 추천 학생의 포상 경력과 주요 활동 경력에 대해 집중적으로 물었다.



 서강대는 지난달부터 이 전형에 지원한 90여 명의 학생들이 재학 중인 전국의 32개 고교를 모두 방문해 추천서를 쓴 교사를 면접했다. 면접 내용은 서류로 만들어져 1차 평가 참고 자료로 활용된다. 추천서 내용이 사실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지를 대학이 직접 검증하겠다는 취지다. 연세대도 추천 전형으로 들어온 학생들의 입학 후 학업 성적을 데이터베이스화해 특정 교사의 추천서 신뢰도를 검증키로 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이날 면접을 진행한 이영수(37) 연구교수는 “추천서와 교육 현장 사이의 괴리가 생각보다 컸다”고 말했다. 가장 부풀리기가 심한 것은 수상 경력이었다. 토론대회나 말하기대회 등에 나가 입상했다고 서류를 제출했지만 막상 교사를 면접해보면 공신력 있는 전국대회 입상자는 많지 않았다. 전국대회 출전자를 가리기 위해 열린 교내대회나 시·도대회 출전 경력을 쓰면서 상위대회 출전 여부는 밝히지 않기도 했다.



 내신 성적 역시 그대로 믿기 어려운 항목이다. 이날 면접을 본 B교사(48)는 “학생들의 수능 성적이 좋지 않아 전략적으로 입학사정관제에 치중한다. 하지만 우리 학교와 이웃학교의 내신 1등급이 같은 실력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고 고백했다.



 동아리 활동도 과장이 심한 단골 항목이다. 입학사정관들이 교과 외의 다양한 활동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이날 방문한 학교의 학생들 역시 통일동아리·창의동아리 등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자세하게 소개했다. 하지만 이 학교는 매일 오후 11시까지 야간자율학습을 운영하고 있었다. A교사는 “동아리 활동은 대부분 학교에서 정한 특별활동 시간에만 이뤄지고 활동 내용도 지도 교사가 제시한다”고 말했다.



 이영수 교수는 “교사들이 학생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에서 상투적으로 추천서를 쓰는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A 교사는 자신이 추천서를 쓴 학생이 어느 학과를 지원했는지, 그 학과를 지원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B교사는 “추천서를 쓸 때에야 비로소 학생과 밀도 있는 면담을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면접을 본 교사들도 ‘쓴소리’를 쏟아냈다. 성적으로 평가할 수 없는 다양한 재능을 가진 학생을 뽑겠다는 입학사정관제의 취지는 좋지만 너무 이상적인 제도라는 것이다. B 교사는 “전형 과정이 복잡하고 기준이 모호해 학생들이 사교육에 매달리게 된다. 특히 학원 교사는 입학사정관제만 연구하지만 학교 교사는 수업·행정 업무까지 해야 하기 때문에 경쟁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A 교사는 “학교마다, 전형마다 각기 다른 양식의 추천서를 요구해 업무 부담이 과중하다”고 말했다.



정선언 기자



입학사정관이 꼽은 ‘불량 추천서’



▶수상 경력 부풀린 추천서



수상 경력 자체는 사실이지만 대회 규모나 성격 등을 쓰지 않는 경우



▶내신성적 강조한 추천서



학교 간 실력 차를 무시하고 내신을 강조한 경우



▶활동 경력 과장한 추천서



동아리·봉사활동 경력을 자세히 썼으나 야간자율학습 등으로 사실상 활동 여력이 없는 경우



▶자기소개서와 비슷한 추천서



교사가 학생에 대해 잘 알지 못해 내용이 부실하거나 학생이 쓴 자기소개서와 별 차이가없는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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