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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G20 백서, 실전 노하우 담아야







서경호
경제부문 기자




“창용, 이제는 나가야 할 때야.”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셰르파(협상 대표)들은 12일 새벽 3시까지 밤샘협상을 벌였다. 한국 셰르파인 이창용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기획조정단장에게 유럽의 한 셰르파가 이렇게 귀띔했다. 밖에 나가서 소그룹으로 협상을 해서 논점을 좁혀야 할 타이밍이라는 얘기였다.



 이 단장은 샅바싸움을 벌이는 몇몇 셰르파들을 밖으로 데리고 나가서 소그룹 협상을 이어갔다. 하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합의가 늦어질 것 같은데 다른 셰르파들에겐 기다리지 말고 그냥 방에 들어가서 쉬라고 하면 어떨까?”(이 단장)



 “아니, 나머지 셰르파들이 기다리고 있어야 압박이 돼. 그냥 한번 들어가서 ‘잘 되고 있다’ 정도만 전하는 게 좋겠어.”(유럽 셰르파)



 12일 정상회의 직후 이 단장은 기자회견에서 이런 일화를 들려줬다. 그는 “유럽연합이 27개국으로 구성돼 있어선지 유럽 셰르파의 협상 기술이 대단했다”고 말했다. 지난 1년을 돌아보면서 “정말 많이 배웠다”는 말도 했다. 경제학 교수 출신이니 공부는 아쉬움 없이 했을 터인 그가 많이 배웠다고 할 정도니 G20의 학습효과는 대단했던 것 같다.



 그가 다른 나라 셰르파에게 ‘미스터 리’나 ‘닥터 리’가 아니라 그저 ‘창용’으로 불리는 것처럼, 신제윤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은 재무차관들 사이에서 ‘제윤’으로 통한다.



 신 차관보를 비롯한 한국의 협상 주역들은 G20 업무를 맡으면서 초반에 고생 좀 했다. 영어는 잘 들리는데 배경 지식 부족으로 이해하기 힘든 경우가 많았다. 콘텐트와 국력의 벽을 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신 차관보는 “발품을 팔아 안면장사를 했다”며 “남의 머리도 많이 빌렸다”고 말했다. 그러던 우리가 G20 서울회의 직전에는 독자적인 중재안을 마련하는 수준까지 성장했다.



 어느 조직에서나 매뉴얼로 정형화할 수 있는 ‘형식지’도 필요하지만, 경험과 노하우로 배워야 하는 ‘암묵지’가 더 중요한 법이다. G20을 경험한 공무원들의 지적 자산과 인적 네트워크는 바로 국가적 암묵지다. 앞으론 이를 잘 활용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정부가 준비 중인 G20 백서도 그런 차원이다. 그렇다면 공개할 수 있는 선에서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담아야 한다. 그래야 읽히는 백서가 된다.  



서경호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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