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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코지 “돌려받을 계획 없다” 약속 … 사실상 영구 반환





외규장각 도서 ‘5년마다 대여 갱신’



영조와 정순왕후의 혼례 과정을 기록한 ‘영조·정순왕후 가례도감의궤’ 중 한 장면. 외규장각 도서 중 프랑스에만 남아 있는 유일본이다. [문화재청 제공]













이명박 대통령이 12일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한·프랑스 정상회담에 앞서 사르코지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두 정상은 이날 외규장각 도서 반환 문제 등 양국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조문규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12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외규장각 도서 297권을 ‘5년 단위로 갱신 가능한 일괄 대여’ 방식으로 돌려받기로 합의한 것은 프랑스의 국내 사정과 우리의 실리를 적절히 절충해 얻어 낸 외교적 성과로 평가된다. 양국 정상의 결단에 의해 19년에 걸친 양국 협상이 마무리된 것이다. 이에 따라 프랑스가 1866년 병인양요 때 약탈해 간 외규장각 도서는 144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됐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프랑스 국내법상 문화재의 영구 대여는 엄금돼 있고 프랑스가 외국 문화재를 다수 보유하고 있어 명시적인 ‘반환’은 사실상 불가능한 현실에서 서로 수용 가능한 타협을 이뤄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 국내법상 ‘갱신 가능한 대여’는 허용되는 만큼 양국은 ▶통상 3∼6개월 선인 대여 기간을 5년으로 늘리고 ▶1회성 대여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대여 기간을 갱신하는 데 합의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은 사실상 영구 반환을 얻어 냈고, 프랑스도 국내법을 어기지 않고 한국과의 관계를 개선할 수 있게 됐다고 당국자는 설명했다.



프랑스는 1993년 9월 방한한 프랑수아 미테랑 당시 프랑스 대통령이 약탈 도서 중 하나인 『휘경원원소도감의궤』 상책 1권을 한국에 대여 형식으로 넘긴 이래 3년마다 대여 기간을 갱신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한국에 책을 반환한 바 있다. 이번엔 그 기간을 5년으로 늘리고, 대상을 약탈 도서 전체로 확대한 점에 큰 의의가 있다는 평가다.



 국내 문화계는 다른 나라에 약탈당한 문화재 반환 요구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외규장각 도서도 ‘반환’ 또는 ‘영구 대여’ 보장을 얻어 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프랑스가 문화재를 ‘불가양’의 1급 공공재산으로 간주해 온 데다 문화재 반환 문제를 놓고 여러 나라와 갈등이 있는 만큼 명시적인 반환 대신 실질적 반환을 얻어 내는 게 합리적 선택이었다고 정부 관계자들은 전했다.



 ◆법적 의의=양국은 12일 합의가 오직 외규장각 도서 문제에만 국한되며 어떤 다른 상황에서도 원용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번 합의가 양국의 다른 문화재 관련 협상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정부 관계자들은 전했다. 또 이번 합의는 양국 정상이 맺은 ‘정치적 합의’인 만큼 조만간 관련 실무기관이 이를 공식화하는 절차에 착수할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외규장각 도서들은 이 절차가 완료되는 대로 고국 땅을 밟게 될 전망이다.



 ◆협상 경과=외규장각 도서 191종 297권은 파리 국립도서관에서 중국 책으로 분류된 채 잠자고 있다 75년 그 존재가 세상에 알려졌다. 91년 정부는 프랑스에 도서 반환을 요구했으나 “정규전(병인양요)에서 승리해 얻은 전리품”이라는 답만 들었다. 93년 미테랑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양국은 ‘교류 방식에 의한 대여’ 원칙에 합의했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고, ‘등가등량 교환’ ‘도서 장기 대여 및 한국 문화재 프랑스 교환 전시’ 등의 타협안도 모두 무산됐다. 그러다 지난 3월 2일 정부가 ‘도서 영구 대여 및 한국 문화재의 프랑스 전시’ 방안을 제시하면서 협상의 물꼬가 다시 트인 끝에 12일 양국 정상회담에서 극적 타결이 이뤄졌다.



글=강찬호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외규장각 도서=외규장각은 정조가 1782년 규장각을 4곳으로 확충하면서 지정한 강화행궁 안의 별고다. 선조 이래 왕실자료를 보관해 왔다.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 로즈 제독이 외규장각에 보관된 6400여 책 중 사료적 가치가 높은 340여 책을 약탈해 갔다. 외규장각 도서의 실체는 1978년 사학자 박병선 박사가 297권의 목록을 실은 『조선조의 의궤』를 발간하면서 알려졌다. 경희궁 건축사료 ‘서관영건도청의궤’ 등 이본이 없는 유일본이 30여 권 포함돼 있다. 조선문화의 중흥기라 일컬어지는 정조 때 정리된 것이 많아 그림·글자 모두 최고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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