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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테마 리뷰] 세상이 규칙적, 대칭적? 불편한 진실을 깨는 신선함









최종 이론은 없다

마르셀로 글레이서 지음

조현욱 옮김, 까치

360쪽, 1만8000원




신선하고 충격적이다. 우주가 탄생하는 빅뱅의 순간을 포함해 세상의 모든 것을 명명백백하게 밝혀내겠다는 현대 물리학의 궁극적인 목표에 찬물을 끼얹는 듯한 제목부터 그렇다. 현대 물리학을 거부하고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다트머스대 석좌교수인 저자 역시 세상 만물을 하나의 틀로 설명하려는 최종이론 탐구에 매혹됐었다. 박사논문 주제를 포함, 평생 그 길을 걸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저자는 과학계가 최종이론에 지나치게 몰두하는 현실을 강하게 경계한다. 최종이론이 예측하는 것과 달리, 세상은 훨씬 더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준다.



 우리는 세상이 단순하고, 규칙적이고, 대칭적이고, 조화롭고, 완전한 것이고, 그래서 아름답다고 믿어왔다. 이같은 믿음의 배경에 종교적 신념이 자리하고 있다고 저자는 보고 있다. 과학계가 최종이론에 몰두하는 이유가 그런 종교적 신념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종교가 세상 만물을 창조하고, 우리 운명을 좌우하는 절대적 신성(神性)을 앞세우는데, 자연에서 ‘숨겨진 코드’를 찾는 과학도 그런 면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완벽한 아름다움이 곧 진리라는 믿음도 이와 무관치 않다. 수학을 매개로 인간의 이성과 신(神)의 지성을 연결하려했던 플라톤과 피타고라스의 일신론적이고 인간중심적인 전통이 오늘날 과학계에 여전히 살아 있는 셈이다.



 이론물리학자인 저자가 볼 때, 우리가 사는 세상은 불완전하고 비대칭적이다. 겉모습만 그런 것이 아니라 시간·물질·생명의 모든 면에 불완전성, 불균형성, 우연성이 내재돼 있다. 우주에 무엇이 존재하고, 우리가 스스로의 정체와 운명을 궁금하게 여기게 된 것이 모두 그런 ‘불편한 진실’ 덕분이라는 것이다.



 빅뱅 직후에 쿼크를 비롯한 물질이 등장한 것부터가 그런 사실을 명백하게 보여준다. 전기와 자기(磁氣)의 비대칭과 물질과 반(反)물질의 비대칭도 그 증거다. 끊임없이 이어진 우연의 산물인 생명의 탄생과 진화도 마찬가지다. 무생물에서 생명이 출현하게 된 것도 우연의 사건이었다. 스티븐 호킹이 『위대한 설계』에서 “우주와 생명은 신이 창조한 것이 아니다”고 말한 것과 상통하는 대목이다. 우주와 생명 탄생의 우연성을 지적한 점에서 저자는 호킹과 유사하지만, 호킹은 여전히 빅뱅과 같은 최종이론의 신봉자라는 점에서 두 사람은 차이가 있다.



 만물을 지배하는 힘(중력, 전자기력, 약한 핵력, 강한 핵력)을 하나의 이론적 틀로 설명하려는 ‘만물의 이론(최종 이론)‘이 현대 물리학의 ‘종착역’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노벨상 수상자 로알드 호프만이 지적했듯이 ‘복잡하고 우연적이고 풍요로운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순성을 향한 우리의 일방적인 믿음을 과감하게 바꿔야 할 모양이다. 브라질에서의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가 딱딱한 물리 이야기와 멋지게 어우러진 정말 읽기 편한 책이다.



리뷰=이덕환 서강대 교수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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