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인터뷰] 차기 국제출판협회장 지영석씨





지난달 ‘2010 국제출판협회(IPA) 총회’에서 한국계 미국인인 지영석(49)씨가 차기 회장에 당선됐다. 창립 114년을 맞은 IPA의 수장을 아시아계가 맡기는 처음이다. 지씨는 현재 과학·기술·의학 분야의 세계 최대 출판기업인 엘스비어의 부회장 겸 기술·과학사업 부문 최고경영자(CEO)다. ‘책의 미래’를 주제로 한 그와의 단독 인터뷰는 지난달 8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12일 서울에서 두 차례 이뤄졌다.

●‘책·출판의 위기’에서 회장을 맡았다.

 “출판업계는 역사상 가장 큰 변화의 흐름에 서 있다. 각국에서 지적 재산권, 저작권에 대한 토론이 활발하다. 각국 출판단체와 협력해 불법 복제, 다운로드로부터 출판물을 보호할 것이다. 또 출판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줄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전자책의 확산이 출판의 위기를 초래하는 것 아닐까.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 출판 시장은 교육출판, 일반서적, 전문서적으로 나뉜다. 저널 같은 전문 서적은 이미 고객 90%가 종이책 대신 전자 매체로 읽는다. 교육분야도 디지털화가 상당히 진전됐다. 현재 위협받는 분야는 일반 서적이다. 이 분야도 출판사가 아니라 독자가 별로 원하지 않아 전자책 보급이 더뎠다. 하지만 킨들·누크·아이패드 같은 새로운 단말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곧 폭발적으로 보급되는 시점이 올 것으로 본다.”

●앞으로 얼마나 보급될까.

 “10년 내, 1990년 이후에 출생한 이들의 75% 이상이 e-북을 볼 것이다. 90년 이전 세대도 절반은 쓰게 될 거고. 물론 종이책도 사라지진 않을 거다.”

●출판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콘텐트와 테크놀로지는 분리될 수 없다. 책, 출판 모두 더욱 ‘쌍방향적(interactive)’ 모습을 띨 거다. 옛날엔 ‘작가가 쓰면 독자는 읽는다’는 식이었다. 이젠 작가와 독자의 대화,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읽는 이의 선택도 가능하다. 추리소설을 예로 들면, 결말이 하나가 아니라 열 개가 될 수 있다. 원하는 결말을 고를 수도, 열 개를 다 읽을 수도 있다. 링크로 연관된 정보를 더 찾아볼 수도 있다. 콘텐트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 된다.”

 ※지씨는 전 세네갈·핀란드 대사, 외무부 아주국장을 지낸 지성구(80)씨의 아들이다. 15살에 미국 고등학교로 진학해 프린스턴 대학(경제학), 컬럼비아 대학원(MBA)을 졸업했다.

●성장기엔 어떤 책을 즐겼나.

 “부끄럽지만 ‘제로(0)’다. 어렸을 때 읽고 기억나는 책은 솔직히 없다. 어렸을 때 학교를 14번, 언어를 여섯 번 바꿨다. 수업 따라가기도 벅찼다.”

 ※그는 ‘늦깎이’ 출판인이다. 첫 직장은 아메리칸익스프레스로 8년 동안 일했다. 1992년 IT 유통·판매업체인 ‘잉그램마이크로’에 입사했다. 잉그램 북그룹의 최고영업책임자(COO)로 일하면서 출판과 인연을 맺었다. 96년 전자책 분야의 선구자라 할 수 있는 ‘라이트닝 소스’를 공동 창업했다. 2001년 세계 최대의 단행본 출판사 랜덤하우스의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아시아 초대 회장이 됐다.

●독서에 맛들인 건 언제부터인가.

 “은행에 있을 때다. 출판계로 왔을 때는 ‘책의 바다’에서 헤엄치며 살았고. 랜덤하우스 시절엔 1년에 300권, 거의 매일 한 권씩 읽었다. 요즘엔 보고서에 매달리다 보니 한 해 50권에 그친다.”

●자신만의 독서 습관은.

 “책은 절대 못 버린다. 집에만 5000권쯤 가지고 있다. 버리지 않으니 계속 쌓인다. 그래서 나름의 해결책을 발견했다. 선물하는 거다. 새 책을 주기도 하고 읽던 책을 선사한 적도 많다. 줄을 쳐서 읽은 책도 그냥 준다. 받은 이들도 좋아하고 난 집이 넓어져 좋고.”(웃음)

●주기만 하면 손해 아닌가.

 “나쁜 습관이 또 있다. 집·사무실을 방문하면 반드시 책꽂이를 본다. 쭉 보면 그가 어떤 책을 읽는지, 관심사는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또 책 주인이 ‘당신도 읽어보세요’ 하고 선물로 주기도 한다.”

●세계의 저명 인사들과 친분이 깊다. 어떤 책을 읽던가.

 “공통점이라면 역사책을 즐겨 본다는 것이다. 시사에 관련된 책도 보고 소설 등 픽션도 꽤 읽더라. 팩트와 숫자만 가득한 문서를 많이 보는 분들이니 사적인 시간엔 픽션으로 균형을 맞추나 보다. 또 모두들 직접 책을 쓰고 싶어 한다.”

●누굴 만나도 책에 대한 대화를 한다는데.

 “최근 읽은 책 중 어떤 책이 감명을 줬는지 물어본다. 답은 천차만별이다. 미국의 저명한 종교 지도자는 타 종교의 수장이 쓴 자서전을 들더라. 어느 저명한 대학 총장은 만화책을 꼽더라. 어느 분야든 지도자들은 독서 방향도 다양하고 깊이도 남다르다.”

●좋은 책의 기준은.

 “첫 번째는 독특한 책, 남이 쓴 걸 다시 쓰지 않고 창조적이어야 한다. 두 번째는 오래 남을 수 있는 책, 시대가 변해도 독자에게 무언가를 주는 책이다. 세 번째가 시대에 필요한, 오늘을 사는 데 필요한 책이다.”

●한국에선 젊은 세대가 책을 멀리한다.

 “외국도 비슷하다. 워낙 바빠지고 (다른 매체에 대한) 선택도 많아지니까. 하지만 책에서만 얻을 수 있는 가치를 아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 미국을 보면 나이 많은 사람들이 킨들을 더 많이 쓴다. 활자를 키워볼 수 있으니. 전자책이 보급되면 오히려 독서량이 늘 거라 확신한다.”

●한국은 올해 노벨문학상에 기대를 걸었었다.

 “한국은 노벨상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노력해야 할 게 있다. 한국 문학은 영어로 번역할 기회가 거의 없다. 음식으로 치자면 재료(작품)는 좋지만 제대로 요리(번역)할 사람이 드물다. 기회는 반드시 온다.”

글=천인성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j 칵테일 >> 국제출판협회장이 권한 책

지영석씨는 ‘사람 냄새가 나는 책’이 좋다고 말했다. “사람은 사람에게서 가장 많이 배우는 것 아니겠느냐”는 평소 지론에 따른 것이다. 바로 자서전이나 회고록이다. 자서전 중 ‘베스트’로는 미국 워싱턴포스트(WP)의 전 발행인 캐서린 그레이엄 여사의 『워싱턴포스트와 나의 80년(Personal History)』을 꼽았다. “본인의 실수와 잘못까지 세세히 공개하고, 다시 기회가 온다면 어떻게 하겠노라 밝히는 솔직함에 반했다”는 설명이다. 다음은 데이브 펠저의 『세상이 나를 버리려 해!(A Child called ‘it’)』다. 저자가 4살부터 12살까지 알코올 중독자인 친어머니로부터 받은 가정폭력과 학대를 기록한 실화다. 책을 읽은 뒤 지씨는 저자를 직접 찾아갔다. “분노도 터지고 눈물도 흘렀어요. 무엇보다 작가에게 감사하고 싶었죠. 내가 얼마나 ‘호강’하며 살았는지 깨닫게 해줬다고….” 지씨는 클린턴 전 대통령의 『나의 인생(My life)』도 추천했다.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