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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의 시시각각] 골병드는 현대건설







이정재
중앙SUNDAY 경제·산업에디터




현대건설은 국내 1위 건설회사다. 시공능력은 물론 매출(올 예상 10조원), 수주(올 예상 20조원) 모두 1위다. 연간 5000억~6000억원의 흑자를 낸다. 웬만한 대그룹 뺨친다. 임직원만 4000여 명, 하청업체까지 따지면 수만 명이 이 회사 덕에 먹고산다. 평균 연봉도 업계 최고 수준이다. 원전 건설 능력은 세계에서 알아준다. 국내 가동 중인 원전 20기 중 12개를 지었다. 원전은 앞으로 한국을 먹여 살릴 중요 먹을거리 중 하나다. 조금 과장해 ‘누가 현대건설의 새 주인이 되느냐에 나라의 미래가 달렸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이유다.



 그런 현대건설의 새 주인이 이르면 다음 주 가려진다. 지금 봐선 정몽구 회장의 현대차그룹과 현정은 회장의 현대그룹 둘 중 하나다. 그러나 누가 주인이 되든 후유증이 꽤 심각할 것 같다. 한 달여의 인수전을 치르는 동안 두 그룹의 감정싸움은 도를 넘었다. 포문은 현대그룹이 먼저 열었다. TV· 신문 광고를 통해 현대차그룹의 ‘아픈 곳’을 건드렸다. 에둘러 표현했지만 ‘자동차에만 전념하라’ ‘현대건설을 상속의 도구로 삼지 마라’고 다그쳤다. 현대차그룹은 공식 대응을 않고 있다. 하지만 그룹 내부는 부글부글 끓고 있다고 한다. 현대차그룹의 한 관계자는 “현대건설 인수 후엔 현대그룹까지 ‘현씨’ 손에서 되찾아올 것이란 얘기가 돌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현대그룹의 주력사인 현대상선 지분을 8.3% 갖고 있다. 이 지분이 범현대가에 넘어가면 현대상선의 경영권이 위태로울 수 있다.



 채권단도 부담이다. 누구 손을 들어준들 반대쪽을 납득시키기 쉽지 않다. 게다가 ‘승자의 저주’까지 걱정해야 한다. 승자의 저주는 과열·출혈경쟁으로 물건을 산 쪽이 되레 망가지는 저주다. 이미 대우건설·대우조선해양 매각 때 톡톡히 경험했고 비싼 대가도 치렀다. 여론도 좋지 않다. 현대건설은 2001년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채권단이 2조9000억원의 돈을 쏟아 살려냈다. 그 때문에 “죽어갈 땐 나 몰라라 해놓고 세금 들여 살려놓으니 달랑 삼키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렇게 꼬인 바에야 아예 매각을 늦추거나 안 하면 어떨까. 득은 많되 실은 적다. 우선 각종 설과 의혹을 잠재울 수 있다. 증권가에선 청와대와의 밀약설까지 나도는 판이다. 굳이 이 정권 임기 내에 매각해 근거 없는 의혹을 부추길 이유가 없다. 더불어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한 뒤 비상장사와 합병해 편법 상속을 꾀한다는 의혹도 자연스레 사라진다. 현대차그룹은 극구 부인하지만 좀체 시장은 의혹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몇 년 전 글로비스 주식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했다가 슬그머니 철회한 전례도 있기 때문이다.



 둘째, 집안싸움을 말릴 수 있다. 두 그룹이 싸우면 현대중공업·KCC 등 범현대가도 말려들게 된다. 나라 경제에 득이 될 리 없다. 셋째, 국민의 배를 덜 아프게 한다. 현대건설 회생의 과실을 재벌이 독식한다는 비난도 피할 수 있다. 넷째, 채권단도 더 많은 돈을 벌 가능성이 크다. 지금처럼 빌려준 돈에 대한 이자를 비교적 편하게 꼬박꼬박 받을 수 있다. 현대건설의 빚은 현재 약 5조원이다. 주인이 생기면 이 중 일부를 갚을 가능성이 크다. 또 금리도 깎자고 나설 수 있다. 가뜩이나 돈 굴릴 곳이 없는 채권단으로선 좋은 거래처 하나가 사라지거나 쪼그라드는 셈이다. 게다가 현대건설 주가는 더 오를 것으로 보는 증시 전문가가 더 많다. 그때 팔면 지금보다 큰 차익을 얻을 수 있다.



 마지막, 새 기업지배구조의 모델이 될 수 있다. 지금 현대건설은 채권단이 최소한의 감독을 하고 지휘는 전문경영인이 맡는 체제다. 다른 기업에서 일어나기 쉬운 비자금 조성이나 회계장부 조작이 거의 불가능한 구조다. 이미 4년간 성과도 냈다. 이런 모델이 자리 잡으면 오너 경영의 폐해도 줄일 수 있다. 과욕이나 오판으로 기업을 망가뜨려 물러난 오너가 국민 돈으로 살려놓으면 슬그머니 복귀하는 일도 어려워진다.



이정재 중앙SUNDAY 경제·산업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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