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공격 성향의 중국을 포위하는 그물망

중국의 동북 지역은 지금 3종5횡(三從五橫)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개발이 한창이다. 헤이룽장성·랴오닝성·지린성·네이멍구 자치구는 동서남북으로 뻗는 도로를 닦고 물류센터를 만들며, 자원 개발을 하고 있다. 훈춘은 북한 나진항으로 빠지는 해상 루트 확보에 골몰하고, 투먼시는 인근 남양의 북한 주민을 끌어들여 합작 사업을 한다고 야단이다. 이 지역과 접하는 러시아 영토는 동부 시베리아와 극동이다. 이곳은 전원처럼 한가하다. 중국의 개발 붐과 비교가 안 된다. 석유 파이프를 연결하는 작업이 눈에 띄는 정도일 것이다. 왜 러시아는 이 지역의 낙후성을 고민하면서도 중국을 받아들이지 않을까. 단순화하자면 겁내는 것이다.

안성규 칼럼

카자흐스탄은 동쪽에서 중국과 국경을 수십㎞ 정도 맞댄다. 중국은 ‘자원의 왕국’에 들어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유럽 땅덩어리만 한 이 나라를 동에서 서로 가로지르는 도로를 닦고, 자원 투자도 큼직큼직하게 한다. 그러나 이를 보는 시각이 썩 곱지만은 않다. 카자흐 대통령 직속 전략연구소의 고위층은 “중국은 경계해야 할 나라”라고 한다. 중국을 의식하는 것은 역사의 상처 때문이다.

사서(史書)엔 팽창기 ‘한족(漢族)의 중국’이 주변과 갈등을 일으킨 사례가 많이 나온다. 한족 나라는 한(漢), 수(隋), 유사 한족 국가인 당(唐), 송(宋), 명(明), 그리고 현대 중국. 그중 문약했던 송만 예외였다.

기원전 141년, 한에 젊은 무제가 등극한다. 당시 국력은 최고여서 “먹을 게 남아돌아 버리고, 길에 돈을 뿌려도 줍는 이가 없었다”고 했다.(장진퀘이, 흉노 제국 이야기) 무제는 즉위 8년째인 기원전 133년 공격 성향을 드러냈다. 그때부터 기원전 90년까지 40여 년을 흉노와의 북방 전쟁으로 날을 세웠다. 그 흉노는 바로 카자흐스탄의 선조들이다.

당은 태종 시절을 ‘정관(貞觀)의 치(治)’, 현종 시절을 ‘개원(開元)의 치’로 부를 만큼 국력이 융성해졌다. 공격성이 다시 도진다. 태종은 돌궐을 정복했고 고구려를 공격했다. 현종 때는 고구려 유민 출신 고선지 장군을 시켜 서역 정벌을 벌였다. 서역은 당시 키르기스스탄·타지기스탄 땅이다. 카자흐스탄은 역사가 짧지만 코앞 키르키스스탄의 탈라스까지 들어온 당나라의 시퍼런 칼을 아직도 기억한다. 명의 영종도 1449년 50만 대군으로 몽골 정복의 칼을 뽑았다.

한족 팽창사가 남긴 상처는 깊다. 한반도도 시달렸다. 러시아의 전신인 소련은 같은 사회주의권이면서도 중국과 국경 충돌했다. 몽골은 현대에 와서 더 힘들었다. 마오쩌둥은 과거 몽골이었던 곳에 한족을 대거 이주시켜 한족화했다. 거부하는 내몽골인들은 학살됐다.(김운회 대쥬신을 찾아서) G2로 떠오르는 요즘 ‘한족의 나라’ 중국의 행태는 이들 나라에 그런 역사를 상기시키고 중국 경계론을 거론하게 만드는 것이다.

한국은 중국처럼 침략성도 없고, 일본처럼 러시아와 싸움을 벌이지도 않았다. ‘평화적이고, 잘살고, 협조하고 싶은’ 나라다. 카자흐의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한국의 카자흐스탄의 해’를 맞아 올해 초 호암아트홀의 연설에서 예닐곱 차례씩 “우리는 형제국”이라 했고, 몽골은 ‘고구려는 몽골족 일파가 세운 나라’라며 드러내 놓고 반긴다. 한·몽골 연합론까지 있다. 러시아 고위층도 적어도 경제적으론 한국에 우호적이다. ‘짧은 기간 내에 성공 신화를 쓴’ 한국은 파트너가 되고 싶은 나라인 것이다. 자신들이 가진 자원과 한국의 경험을 융합해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가고 싶은 것이다. 이런 상황은 기회다.

우리의 인식은 어떤가. 한국은 대중국 전략 차원의 줄기를 한·미동맹에서 찾고 있다. 맞지만 그게 다는 아닐 것이다. 한·미동맹과 병행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중국과의 역사적 상처를 기억하면서, 오늘날 국경을 맞댄 나라들과 연대를 강화하는 전략이다. 이들 나라는 자원도 많고, 같이 할 일도 많다. 외교적으로도 꼭 필요한 나라들이다. 그들의 ‘한국 환영’을 구체화해야 한다. 자연스럽게 중국을 포위하는 그물이 될 수도 있다. 혹자는 ‘반중국 연대’라고도 한다. 그런데 한국은 이들 나라를 어떻게 대하는가. 오히려 도처에서 중국에 기회를 내주는 형국이다. 이들 나라에 더 깊이 파고들어야 한다.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