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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앞은 무법지대

우리 국민 마음속에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준비가 한창이지만 아직 무풍지대가 남아 있다. 바로 여의도 국회 앞이다. 국회 정문 주변을 지날 때마다 주변에 걸린 10여 개의 현수막(사진)을 만나게 된다. 이 현수막들은 국회의원들의 활동을 알리는 정책토론회부터 공청회·출판기념회·전시회 등 다양한 행사를 알리고 있다. G20 회의가 코앞인데 꿈쩍도 않고 있다.

이런 무질서와 불법행위에는 여야가 없다. 다른 선진국들은 물론 후진국의 의회에서조차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국회 앞 진풍경이 우리 국회와 국회의원의 권위를 실추시킨다는 사실을 이 현수막들에 이름이 새겨진 국회의원들은 알고나 있는 것일까. 가로수와 가로등과 신호등을 이리저리 묶어서 뒤엉켜 걸린 현수막들은 도시 미관과 질서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세계 디자인 도시를 표방하는 서울시가 도시미관에 주력하고, 이에 발맞춰 일선 구청에까지 도시디자인과가 설치돼 도시를 가꿔보겠다고 애쓰는 마당에 국회 앞 구태는 안타깝기만 하다.

국회 앞 불법 현수막은 위반건수나 강도, 그 심각성에서 영등포구, 아니 서울시 전체에서 가장 심한 곳이라는 게 담당 공무원들의 하소연이다. "누구보다 법을 지켜주셔야 할 분들인데요…." 말을 잇지 못하는 이들의 고충은 말할 수 없이 클 것이다. 민원 제기가 있을 때마다, 또 순찰 등을 통해 철거를 하고 있지만 워낙 상습 위반지대이다 보니 사실상 관리 포기 상태에 이른 것이 현실이다.

현행 옥외광고물관리법 제3조에선 현수막을 걸려면 두 가지 요건을 충족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바로 지정 게시대에 사전허가를 받고 거는 것이다. 이를 위반할 경우 제20조 규정에 의해 과태료 처분을 받아야 한다. 국회 앞 현수막들은 이들 요건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지만, 어떤 간 큰 공무원이 감히 높으신 분들을 상대로 과태료 처분을 할 수 있겠는가. 결국 국회의원들은 앞을 다투어 법규를 위반하고도 처벌을 받지 않고 있는 셈이다. 법률을 제정하는 분들부터 지키지 않는 법을 어느 국민에게 지키라고 요구할 수 있겠는가.

도시의 아름다움과 쾌적성을 시민들이 누리기 위해서는 존재의 질서가 지켜져야 한다. 존재의 질서란 있어야 할 것이 있어야 할 곳에 있고, 없어야 할 것이 없어야 할 곳에 없는 것을 말한다. 국회 앞 현수막들은 존재의 질서에 대한 도전이요 파괴다. 나무와 건물, 가로장치들과 어울려 그곳을 오가는 사람들이 의사당 건물의 권위와 조화를 이루어 아름다움이 조성돼야 할 곳에 없어야 할 것, 심지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법으로 정한 것을 억지를 써서 가져다 놓는 행위인 것이다.

의원들의 활동성과를 알리는 홍보가 그렇게 중요하다면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하는 쪽으로 눈을 돌리거나, 국회 주변에 적당한 곳을 찾아 국회 차원의 행사를 알리는 공식 전광판을 만드는 등 다양한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국회 앞 불법 현수막들이 완전히 사라지는 날까지 매일 현장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거나 국회의원 이름을 공개하는 시민운동이라도 펼쳐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G20 회의를 계기로 국회 앞 도로가 지저분한 현수막을 걷어내고, 걷는 즐거움과 보는 즐거움, 머무는 즐거움이 공존하는 가로로 탈바꿈하길 기대한다.




임삼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박사. 광화문 횡단보도의 복원을 이룬 교통환경 전문가로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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