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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와 기자

2003년 봄의 일이다. 필자는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 출입기자였다. 당시 서울지검 특수1부는 2002 한·일 월드컵 축구대회 휘장사업권 획득과 관련해 정·관계에 로비를 했다는 의혹사건을 한창 수사 중이었다. 월드컵 홍보관 운영권을 따내기 위해 월드컵 조직위 및 정·관계 인사 수십 명에게 거액의 금품 로비를 벌인 혐의였다. 당시도 검찰은 수사 상황을 잘 알려 주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조사받고 나온 참고인을 기다렸다가 검찰이 어떤 내용을 추궁하는지, 누구를 타깃으로 삼고 있는지를 취재하는 일이 반복됐다. 참고인 중에서 기자들을 만나 얘기를 잘해 주는 김모씨가 있었다. 신문사와 방송사 기자들이 그의 입에 의존해 기사를 썼다. 얘기를 들을 때는 전부 진실 같았다. 하지만 검찰 수사는 지지부진했고 관련자들은 진술이 엇갈리거나 평행선을 달렸다. 결국 검찰은 실체 파악과 증거 확보에 실패했다. 법조기자들에게 수사가 끝나고 남은 것은 정정보도 신청과 명예훼손 소송이었다. 검찰을 원망해도 소용없는 일이었다. 엎질러진 물이었다. 게다가 수사 검사들이 너무 앞서 나간 언론 때문에 망쳤다고 수사 실패를 언론 탓으로 돌릴 때는 억장이 무너지기도 했다.

On Sunday

법조기자와 검사는 여러모로 비슷한 점이 많다. 상명하복의 조직문화라 선후배 간 서열이 엄격한 것도 그렇고, 도제식 교육을 받지만 결국은 각자 스스로의 책임하에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것도 그렇다. 대형 사건이 터지면 가장 바빠지는 것도 비슷하다. 평소 친하게 지내다가도 수사가 시작되면 때로는 동지로, 때로는 적으로 변한다. 검사는 수사 상황을 숨기려 하고 기자는 그걸 캐내려 한다. 수사 상황이 알려지면 수사 대상자들이 미리 대비를 할 수 있어서다. 반면 기자는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을 위해 핵심 내용을 먼저 알리고 싶어 한다. 특종을 잡기 위해 밤을 지새우기 일쑤다. 때로는 검사들이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고도 덮으려 하지는 않는지, 수사 과정에서 가혹행위를 하는 건 아닌지를 감시해야 할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종종 문제가 발생한다. 기자는 특종을 갈구하다 설익은 정보를 기사화해 오보를 내는 경우가 생긴다. 검사는 피의자를 엄히 추궁하다 자해 소동 등의 사고를 유발시키는 경우가 있다. 부끄럽지만 과거에 사실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욕심 때문에 기사를 내보낸 적이 있었다. ‘미필적 고의’에 해당하는 셈이다. 맞으면 대박, 틀리면 쪽박을 차는 도박 심리와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안타까운 건 요즘 매일 쏟아져 나오는 법조 관련 기사들을 보고 있으면 지금도 그런 경우가 적지 않다고 느낀다는 점이다. 요즘 검찰은 물 만난 고기 같다. 대기업 비자금 사건과 정치인 불법 후원금 사건 등 대형 사건 수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수사가 진행되는 현장에는 각 언론사의 후배 법조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다. 그들은 거의 한 달 가까이 매일 생고생을 하고 있다. 그들에게 법조기자로서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절대 오버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는 검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공명심에 불타 사안을 침소봉대하거나 지나치게 보안만 중시해 알 권리를 소홀히 하지 말라는 당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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