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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는 내는 순간 비법 공개하는 것 경쟁자들은 거기서 영감 얻을 수 있어”

이형칠 대표이사
“특허가 오픈 소스(open source)와 달리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 특허는 등록하는 순간 비밀이 공개된다. 코카콜라 제조법이 특허 등록됐나. 금고 속에 꽁꽁 싸매 놓고 자기들끼리 본다.”

세계 5대 온라인 특허정보서비스업체 윕스의 이형칠 대표

이형칠(48ㆍ사진) 윕스 대표의 설명이다. 윕스는 국내 최고(最古)ㆍ최대의 온라인 특허정보서비스 전문기업이다. 특허도 생소한데 그와 관련한 정보를 서비스한다니 사업 개념이 잡히질 않는다. 지금도 그러한데 윕스가 설립될 당시인 1999년엔 어떠했겠나. 특허정보 검색 프로그램을 팔겠다고 변리사들을 찾아가면 “가만 놔두면 등록될 텐데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 있나”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한글 자판 ‘천지인’ 특허권이 국가에 기부되고, 대학ㆍ연구소의 무분별한 특허 출원에 따른 관리비용이 문제가 되며, 특허 ‘괴물’에 소송을 당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지금 10여 년간 특허 관련 업무에만 몸담아 온 이 대표를 만났다.

-창업 10년이 넘었다. 그간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을 것 같다.
“89년 대학 졸업 후 들어간 직장이 대우전자다. 94년 특허팀 업무를 맡게 됐다. 그때는 온라인이고 뭐고 없었다. 연구소에서 어떤 특허에 대해 알아봐 달라고 하면 사람이 일일이 찾았다. 여기(※윕스 사장실) 10배는 더 되는 곳에 책장이 빼곡히 들어서 있고, 거기가 특허 관련 책자로 채워져 있었다. 책 먼지 먹어 가며 며칠 꼬박 걸려 찾아줬다. 그런데 한 달 뒤 다른 연구소에서 똑같은 특허를 또 찾아 달라고 한다. 그러면 그 짓을 또 하는 거다. 그런 불편을 없애려고 특허 정보를 CD에 담는 작업을 진행했다. 다 담고 나니 CD 200장이 넘더라. 그리고 96~97년 회사에서 영국 연수를 보내 줬다. 그곳에선 특허 정보를 데이터베이스(DB)화해 관리하고 서비스하고 있었다. 귀국해 특허팀장을 맡아 특허 DB 작업을 주도했다. 그런데 빅딜이니 뭐니 해서 회사 자체가 흔들렸다. 연구나 제대로 할 수 있었겠나. 나가서 데모하기 바빴다. 어느 날 사장이 부르더라. ‘내가 이 배의 선장이지만 나도 이 배가 어찌될지 모르겠다. 살 수 있는 사람은 배에서 내려 살아남아라’고. 팀원들을 끌고 나갔다. 돈이 어딨나. 나를 비롯한 팀원들 11명이 퇴직금을 쏟아부었다.”

-99년이면 정보기술(IT) 버블 때 아니냐. ‘온라인’ ‘인터넷’ 이런 게 붙었으니 투자하겠다는 돈이 몰렸겠다.
“버블 한창 때는 아니고 끝물쯤 됐을 때다. 그래도 30배까지 쳐 주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안 받았다. (투자)받으면 망할 거 뻔히 알았다. 우리 사업이 2~3년 안에 성과가 나오는 게 아니다. 최소 10년은 봐야 한다. 그런데 그런 돈은 길어야 3년이면 왜 수익이 안 나느냐고 닦달하며 투자금을 거둬 간다. 회사가 굴러가겠나. 그래서 투자를 안 받은 건데 그때 밖에서는 ‘도대체 얼마를 먹으려고 혼자만 먹겠다고 하느냐’는 오해도 받았다.”

-온라인 특허정보서비스 전문기업. 감이 안 잡힌다. 왜 이런 서비스가 필요한가.
“간단히 말해 온라인으로 특허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툴(방법)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특허는 세상에 없는 걸 내놓았을 때라야 등록할 수 있다. 그래서 과거 어떤 특허가 있었는지를 먼저 찾아봐야 쓸데없는 시간과 노력·돈을 들이지 않을 수 있다. 기껏 개발했는데 미국에 특허로 등록된 기술이라면 등록 자체가 어려울 뿐더러 이 기술을 활용해 만든 제품은 미국 수출에 제약을 받는다. 나아가 특허 검색을 통해 어떤 특허를 개발할 수 있을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LCD 관련 기술 특허를 검색을 통해 쭉 살핀다. 그러면 어떤 부분에는 특허가 있고 어떤 부분은 비어 있을 수 있다. 괜히 힘 빼지 말고 비어 있는 부분과 관련된 기술을 개발하면 된다. 또 특허출원 및 등록 현황을 보면 그 산업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

-특허청 검색 서비스가 있는데, 굳이 돈 내고 윕스 서비스를 이용할 필요가 있을까.
“우리 특허청은 특히, 특허 DB를 잘 관리하고 있다. 사실 이게 우리 회사의 가장 큰 위협요소이기도 하다. 그런데 연구개발에 특허를 활용하자면 특허 그 자체만 찾아내는 것으론 부족하다. 예를 들어 보자. A는 B의 아버지라는 특허가 있다. A는 C의 아들이라는 특허도 있다. 보통 특허 검색을 하면 이런 결과가 따로따로 나온다. 이 자체로서는 의미가 없다. 그런데 두 개의 특허에서 B는 C의 손자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 수 있게 된다. 이걸 가능하게 하는 게 윕스의 특허정보서비스다. 해외에 나가 우리 검색 툴을 소개하면 다들 ‘너네 검색 서비스는 클레버(영리)하다’고 한다.”

-특허로 우리 기업이 돈 벌었다는 것보다 소송당해 벌금 물어줬단 뉴스가 더 많이 나온다.
“출원 규모로만 따지면 우리가 세계 4위다. 하버드대가 연간 특허료로 큰돈을 번다더라 등의 얘기에 고무돼 직무 발명제, 특허출원 가산점 인정 등으로 연구소와 대학들이 특허출원을 독려했다. 돈 되는 특허냐를 따지기 전에 일단 내고 보자는 식으로 갔다. 그래서 양은 많아졌다. 그러나 특허로 돈을 벌려면 원천기술 특허, 표준 특허가 있어야 한다. 우리가 특허로 돈을 못 버는 건 이런 핵심 특허가 없기 때문이다. 이제 시작이다. 양이 늘었으니 앞으론 질도 좋아질 것으로 본다.”

-그래도 지금 당장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기업들까지 ‘특허 괴물’에 떨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특허 괴물이 최근에 생긴 건 아니다. 예전부터 있었다. 지금 대기업들은 특허 소송이 제기되면 소송을 제기한 쪽이 자사의 특허 기술을 침해하고 있는 게 없는지를 찾아내 크로스 소송을 낸다. 그래서 서로 합의를 통해 소송을 없던 것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소위 특허 괴물은 생산설비는 없고 특허권만 보유해 특허권료로 먹고사는 기업이다. 뭘 만들지 않으니 상대 기업이 소송을 걸 꺼리가 없다. 아쉬울 게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위험하고 부당한 것으로 비치는데, 사실 그렇게 기술에 대한 권리를 보호하려고 특허란 제도를 만든 것 아니냐. 당초 개발 단계에서부터 철저히 검색해 문제가 안 되는 특허를 만드는 게 우선이다.”

-특허 보호와는 반대로 최근 한글자판 ‘천지인’ 발명자가 특허권을 국가에 기부했다. 요즘 잘나가는 애플ㆍ구글 같은 기업은 오픈 소스(※소프트웨어 코드를 공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특허권 보호가 산업 발전을 가로막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 아닌가.
“천지인 특허권을 기부한 것은 중국의 한글 자판 표준화 추진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알고 있다. 보통 발명자가 특허권을 기부하는 이유는 시장에서 독점기업을 견제하거나 반대로 경쟁자가 없는 시장에서 시장 자체를 키우기 위해서다. 아직도 많은 기업은 특허권 확보에 사활을 건다. 그리고 애플이나 구글의 오픈소스 정책이 특허와 대척점에 있는 건 아니다. 특허를 등록하면 그 순간 비밀이 알려진다. 다만 비밀을 공개하는 대신 일정 기간 동안 독점적 권리를 보장해 주겠다는 게 특허제도의 정신이다. 공개된 특허를 보면서 산업계의 경쟁자들은 다른 영감을 얻을 수 있다. 코카콜라의 제조법이 특허인가. 아니다. 핵심 경쟁력을 지키기 위해선 특허로 공개하는 것보다 비밀을 지키는 편이 낫다고 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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