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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기차표·술병·도시 … 디자이너 눈에 낚인 섬세한 세상









포스터를 훔쳐라 +3

하라 켄야 지음

이규원 옮김

안그라픽스

292쪽, 2만원




보통 사람들은 기차표 한 장, 길거리에 붙은 포스터, 테이블 위의 술병과 술잔에도 디자인이 깃들여 있다는 생각을 잊곤 한다. 하지만 일본의 중견 그래픽 디자이너 하라 켄야의 시선을 따라가보니 얘기가 달라진다. 그가 디자인을 생각하고 만들어가며 느낀 것을 담담하게 적은 책이다. 장소가 어디이든, 주제가 무엇이든 주변 사물을 무심하게 흘려버리지 않고 생각의 실마리로 낚아채는 섬세함이 대단하다.



 ‘기차표’ 이야기도 그 중 하나다. 그가 여태까지 해온 디자인 가운데 가장 작은 게 JR(일본철도)의 차표. 차표의 바탕 무늬를 만드는 데도 제약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쉽게 복제할 수 없는 복잡한 꼴이어야 하고, 글자의 배경이므로 시선을 교란하지 말아야 하며, 당시 신생회사였던 이던 JR의 이미지에도 어울려야 했다. 그렇게 공들여 만든 작품인 만큼 ‘표’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인쇄가 나빠 패턴이 뭉개져 있기라도 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일하면서 들른 도시에 대한 단상을 적은 글도 눈에 띈다. 지은이에게 파리라는 도시는 “먹어도 먹어도 다 먹지 못할 카망베르 치즈”다. 그만큼 맛이 풍부하다는 뜻인데, 새로운 것과 낡은 것 사이의 풍부함이 도시에 우아함을 빚어냈다는 해석이다. 피렌체에서는 르네상스 회화를 보며 보는 이를 소름 돋게 하는 정치하고 농밀한 디테일의 힘에 찬사를 보낸다.



 ‘쌀과 디자인’ 이야기도 흥미롭다. 디자인 의뢰를 받아서 한 것도 아니고, 쌀의 향후 방향에 개인적 관심이 있기 때문에 쌀 포대 디자인을 궁리했다는 설명이다. 쌀의 매력을 어떻게 호소할 것인가 고민하던 그는 결국 도안의 문제가 아니라 디자인을 통해 전달할 철학이 문제라고 말한다.



 하라 켄야의 글은 미니멀한 디자인 같다. 쉽고 군더더기가 없으면서도 풍부한 내용을 담았다. 책을 읽고 덮으려다 보니 이 책의 디자인이 범상치 않아 보인다. 표지의 글자체, 안의 편집이 지은이의 글을 쏙 빼닮았다. 책 디자이너의 정성이 그대로 보인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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