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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루이 14세 악취와 입 냄새 싫었던 정부, 향수 펑펑 …





‘살고 싶으면 씻지 말라’ 유럽 휩쓸던 목욕 공포증





목욕, 역사의 속살을 품다

캐서린 애셴버그 지음

박수철 옮김

예지, 314쪽, 1만5000원




18세기 초 프랑스의 태양왕 루이 14세. 엄청난 대식가인데다가 펜싱·발레로 활동량까지 많았던 그는 땀도 무척 흘렸다. 하지만 샤워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하루 세 번 옷을 갈아입는 게 개인 위생의 전부였다. 스스로는 깨끗하다고 믿었다. 하지만 몸에서 풍기는 악취와 입 냄새에 주변 사람들은 고개를 흔들었다. 오죽하면 그의 정부(情婦) 한 명은 자구책으로 자기 몸에 향수를 쏟아붓다시피 했을까? 『목욕, 역사의 속살을 품다』가 전하는 근대 이전 서구의 위생관념은 요즘과 전혀 판이하다.



 프랑스 사회 전체가 목욕과 담 쌓았는데, 루이 13세는 더 했다. 주치의 기록에 따르면 그는 다섯 살 때 난생 처음 욕조에서 몸을 씻었다. 이들보다 약간 앞선 시대인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 1세는 좀 나았을까? 아니다. 한 달에 한 번 꼴로 목욕했다는 게 그녀의 고백이다. 16, 17세기 귀족들의 몸에 벼룩과 이가 득시글거렸던 것도 당연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씻어대는 현대인의 위생과잉과 달리 뭔 특별한 사정이 있었던 건 아닐까? 맞다.



 예전 유럽은 목욕 공포증을 가졌다. 따끈한 욕조의 물에 신체가 오래 노출되면 체액에 변화가 온다고 믿었다. 이 신념이 굳어진 계기는 14세 유럽을 강타한 페스트이다. 사람들이 속속 죽어나가는 와중에 목욕을 하면 피부 땀샘이 열리고, 그 곳으로 병균이 파고든다고 그들은 믿었다. “살고 싶으면 목욕하지 말라”는 게 건강 비결인양 통했다. 또 다른 요인은 초기 기독교다. 영혼과 몸을 나눴던 기독교는 ‘더러운 몸’이야말로 청결한 영혼과 한 쌍이며, 그게 성스럽다고 믿었다.



 일테면 프란체스코 성인도 더러움의 미덕을 찬미했고, 대다수 수행자들이 몸을 닦지 않고 살았다. 그 결과 유럽은 페스트 이후 400년 가까이 ‘더러운 대륙’으로 남아있었다. 변화의 바람은 18세기 중반부터. 과학자들은 사람 피부에 호흡기능이 있다는 걸 발견했다. 때를 닦지 않을 경우 구멍이 막혀 건강을 해친다는 상식이 서서히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 탓인지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또와네트는 매일 아침 욕조 목욕을 즐겼다.



 이런 근대적 위생 개념 등장에 불을 지핀 건 미국이다. 구대륙 유럽과 달리 지나칠 정도로 개인 청결을 권장했다. 목욕을 둘러싼 문명 교류 흔적도 흥미롭다. 유럽이 위생관념을 배운 계기는 뜻밖에 십자군운동이다. 그들은 자기들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위생관념이 철저한 이슬람권, 특히 터키의 목욕 문화에 충격 받았다. 터키탕(하맘)이 유럽에 소개된 것도 이때다.



 터키탕이 인류 사상 가장 호화로웠지만 고대 로마 몰락 이후 종적을 감춘 대중목욕탕의 위생 관념을 되살린 것이란 서술도 흥미롭다. 이 책은 분류하자면 일상사·미시사 쪽이지만, 정통은 아니다. 하지만 읽는 재미와 정보량은 무시 못 한다. 저자는 미국의 저널리스트, 박람강기가 실로 대단하다.



조우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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