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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아비 걱정에 아파하던 여인, 편지 속 명성황후





고궁박물관 『명성황후 한글편지와 조선왕실의 시전지』 발간



명성황후 친필 편지. 연꽃 위로 나비가 나는 문양의 시전지에 짧게 적은 편지다. 안부 외에 ‘충경이를 궁에 데려다 보니 좀 더 커서 든든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주상전하의 문안도 아주 평안하시고 동궁의 정황도 매우 편안하시니 축수하며, 나는 한결 같다.’



 명성황후의 한글 편지 앞머리에는 고종과 순종의 안위가 빠짐없이 등장했다. 강하고 권력욕에 불탄 여인이란 인상과 달리 지아비와 하나뿐인 아들 순종, 조카들을 세심하게 챙기는 자애로운 여인이었다. 국립고궁박물관이 명성황후의 친필 편지 122통과 왕실용 시전지(詩箋紙·편지지)와 봉투 19만2000여 매를 정리한 도록 『명성황후 한글편지와 조선왕실의 시전지』를 발간했다.



 명성황후의 한글 편지는 임오군란 이후 대원군이 중국에 압송된 뒤 조카 민영소에게 보낸 것이다. 명성황후의 편지는 간단하게 필요한 내용만 언급해 전후 사정을 모르고선 정확한 내용을 알기 어렵다. 편지엔 수신인·발신인·날짜가 적혀 있지 않아 인편을 통해 수시로 민영소에게 은밀히 편지를 전달했으리라 추정된다.



 명성황후는 세자가 입맛이 없어하는 걸 걱정하고, 고종이 편안하지 못해 마음 아파하는 모습을 보인다. 또 충경이라는 조카 손녀뻘 아이가 병이 나자 자세한 치료법을 소개하고 양의 간이나 웅담 같은 보약을 보내는 자애로운 할머니이기도 했다. 그 자신도 자주 각통(脚痛)·체증·두통·복통에 시달리고 담체(痰滯)를 호소했다.



 잠을 제대로 못 이뤘다는 구절도 빈번히 등장한다. 무속인에게 내년 운세를 알아보라고 조카에게 지시하기도 한다. 이기문 고려대 한국학연구소 연구교수는 “질병에 시달리던 몸과 불안한 국제정세에 따른 답답한 마음을 풀기 위해 무속인에게 의지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인사와 정사에도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 가령 ‘김성근이는 참찬 시켜라’는 대목이 있는데, 실제 김성근은 의정부 좌참찬에 임명됐다. 또 편지에 원세개·이홍장·마건충·왕석창 등 조선 내정에 깊이 관여한 청의 인물을 거론하는 등 국제정세에 대해서도 촉각을 세웠다.



 이 교수는 “명성황후는 고종의 의사를 반영하면서 인사 문제에 개입했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조정에 올라오는 상소를 당일 즉시 파악했을 뿐 아니라 여론을 주시하며 처신하는 등 자연스럽게 정사에 동참했다”고 분석했다.



 명성황후 친필의 서예적 가치도 높이 평가됐다. 박병천 경인교육대학교 명예교수는 “배행(配行)을 직선으로 하지 못해 산만하고 무질서해 보이기도 하나 이상하게도 정통궁체의 필법과 일치되고 개성이 또렷해 글자 하나하나가 조형적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한글 폰트 개발에 응용할 만하다”고 말했다. 박정숙 한국학중앙연구원 서체팀원은 “흐름이 자유롭고 생동감 넘치며 당당한 위세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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