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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G20 서울 정상회의에 거는 기대









첫째 명제. 관람석에서 일어나 영화를 본다면 화면이 가리지 않아서 영화가 잘 보일 것이다. 둘째 명제. 자기가 파는 제품의 가격이 오르면 기업은 이익을 보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 두 개의 명제에는 공통점이 있다. 부분적으로만 성립한다는 것이다. 만일 모든 사람이 다 일어나서 영화를 관람하는 경우 화면은 잘 안 보일 것이다. 또한 해당 기업 제품가격만이 아닌 모든 제품가격과 원료가격까지 상승하는 인플레 국면이 도래한다면 자기 제품가격이 상승해도 기업 이익은 오히려 감소할 수 있다.



 이처럼 부분에 대해서는 옳지만 전체에 적용이 될 경우 틀리게 되는 경우를 ‘구성의 오류(fallacy of composition)’라고 한다. 비슷한 경우가 ‘죄수의 역설’이라는 명제다. 이 이론에 따르면 경제주체 각자가 최선을 다해 의사결정을 하는데도 전체적으로는 최악의 결과가 도출될 수도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 우리의 수출기업들은 앞으로 벌게 될 달러에 대해 미리 환율을 고정시켜 놓는 선물환 매도거래를 통해 환위험 관리전략을 시행했다. 이 거래를 하게 되면 미래에 달러가 들어올 때 미리 고정시킨 환율에 의해 원화로 결제되므로 환율이 불리하게 변동해도 원화 수입을 확실하게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거래 상대방이 된 은행들은 소위 ‘머니마켓 헤지’라는 위험관리 전략을 시행했다. 이 기법은 자기가 받게 되어 있는 달러만큼 미리 부채를 조달해다가 팔아서 원화를 확보해놓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3개월 후에 1000만 달러가 유입되는 선물환 계약을 하는 경우 은행은 당장 1000만 달러의 빚을 외국계 은행에서 빌려다가 현물환시장에서 매도를 하여 원화를 확보해놓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경제 전체적으로는 외화 단기부채가 증가하고 달러 매각으로 인해 환율이 하락해버렸다. 이렇게 쌓인 외화 부채가 1000억 달러 근처까지 증가했고 결국 글로벌 위기 국면에서 국제 금융시장이 경색되는 상황에서 우리의 외화 건전성은 엉망이 되었다. 개별 기업들과 은행들이 모두 최선을 다해 각자 위험관리를 했지만 국가 전체의 신용위험은 오히려 증가하는 구성의 오류가 나타난 것이다.



 최근 금융감독의 중요한 화두 중 하나가 바로 거시 건전성 감독, 즉 ‘매크로 프루덴셜(macro-prudential)’ 감독이다. 미시 건전성 감독만으로는 안 된다는 인식과 함께 거시적 관점에서의 시각이 중요한 주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환위험이 증가할 때 개별 경제주체는 리스크 관리를 할 수 있지만 그 비용은 상당하다. 그러나 만일 중앙은행이 적절한 외환시장 정책을 추진해 환율의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도록 방지할 수 있다면 상황은 호전된다. 나아가 주요 국가 간에 정책 조율이나 적절한 공조가 이루어져 환율의 급격한 변화 자체가 방지된다면 이는 금상첨화다. 세계 경제 내에 존재하는 리스크의 총량 자체가 줄어들기 때문일 것이다. 금융 안정망 구축도 의미가 크다. 급격한 외국자본의 유출이 일어날 때 개별국가에 엄청난 충격이 오면서 경제 전체 위기로 연결된다고 할 때 외화를 쉽게 조달하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한다면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보면 다음 주로 다가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커다란 의미를 가진다. 환율전쟁을 피하고 공조체제를 구축하는 것은 대형 화재가 발생할 확률 자체를 줄이는 행위에 비견된다. 금융 안정망 구축은 소화기를 여러 개 갖추어서 화재가 나더라도 큰 피해를 방지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에 비유될 수 있다. 결국 이 회의에서 논의되고 시행되는 의제들의 대부분은 국제 경제체제 내에서 시행되는 최고의 매크로 프루덴셜 전략이 되는 셈이다. 나아가 이 회의를 통해 국가 간 갈등이 줄어들고 환율전쟁 상황이 해결되면 구성의 오류 자체가 성립할 확률이 줄고, 죄수의 역설이 나타날 가능성이 차단되므로 모임의 의미는 더욱 커진다. 더구나 비즈니스 서밋을 통해 실물경제를 책임지는 세계 유수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 간에 다양한 교류가 이루어지는 것 또한 커다란 리스크를 사전에 예방하는 효율적 메커니즘이 될 수 있다.



 최근 G20 회의를 위한 상설조직을 설치하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이는 국제경제 내에 존재하는 리스크 총량을 줄이는 최고의 매크로 프루덴셜 전략이라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의견이며 반드시 추진돼야 할 과제로 판단된다. 다음 주 G20 정상회의가 성공적으로 개최되어 세계 경제 내에서의 진정한 거시 건전성 제고의 정책기조가 단단히 구축되는 동시에 총체적 리스크 관리체제가 상설화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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