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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김치 - 파이브’ 이경필입니다”





1950년 흥남철수 때 배에서 태어난 이씨, 60년 만에 빅토리호 선원들 만나 감사의 눈물



6·25전쟁 60주년을 맞아 ‘흥남철수 작전 60년의 기억과 감사’ 기념식이 5일 경남 거제시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에서 열렸다. 철수 당시 메러디스 빅토리호에서 다섯 번째로 태어난 ‘김치5’ 이경필씨(오른쪽 둘째)가 생존 선원인 멀 스미스(왼쪽), 벌리 스미스(왼쪽 둘째), 로버트 루니(오른쪽)와 인사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고맙습니다.”



 한마디 했을 뿐인데도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나이 60의 그는 손으로 눈물을 훔쳐냈다. 그러곤 다시 입을 열었다.











 “한국전쟁 당시 흥남항에서 피란민 1만4000여 명을 태우고 거제도 장승포항까지 무사히 도착한 기적의 배 ‘메러디스 빅토리’호에서 크리스마스 날 태어나 ‘김치-파이브(5)’로 불린 장승포 거주 이경필입니다.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흥남 철수 작전을 수행한 미군과, ‘메러디스 빅토리’호 선장님과 선원들의 고마움을 마음 깊이 새기고 있습니다.”



 그가 말한 건 1950년 상황이다. 그해 12월 23일 화물선 메러디스 빅토리호(7600t)가 마지막으로 흥남항을 떠났다. 2000∼3000명 승선할 거란 배엔 1만4000명의 피란민이 올라탔다. 선원은 불과 48명이었다. 배 안엔 인화성이 높은 항공유 300t이 실려 있었고 바다엔 기뢰가 가득했다. 2박3일간의 항해는 위험천만했다. 그러나 모두 무사했을 뿐만 아니라 새 생명이 태어나기까지 했다. 모두 다섯 아이였다. 마지막 아이가 12월 25일 태어난, 이젠 장승포동물병원을 운영하는 그였다. 말 그대로 ‘크리스마스의 기적’이었다. <2009년 12월 25일자 1, 6면·사진>



 5일 그가 60년 만에 생명의 은인이랄 수 있는 메러디스 빅토리호 선원 세 명과 만났다. 당시 사무장이었던 로버트 러니, 조타수였던 벌리 스미스, 초급기관사였던 멀 스미스다. 82세인 이들 모두 이날 거제시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에서 열린 ‘흥남철수작전 60년의 기억과 감사의 행사’에 참석했다.



 이경필씨는 이들에게 “아버지로부터 내가 태어났을 때의 얘기를 많이 들었다”며 “그동안 정말 만나고 싶었다.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갖고 살아왔다”고 말했다. 그러곤 한 명씩 포옹한 뒤 감사편지와 꽃다발을 전했다. 그의 눈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그는 기자에게 “평생 볼 수 없을 줄 알았던 생명의 은인들을 60년 만에 만나니 눈물이 흐른다”며 “이들을 만날 생각에 잠을 설쳤었다”고 말했다.



 ‘선원’들 또한 가슴 뭉클해 했다. 러니는 영어로 “김치-파이브가 그때는 작은 아기였는데 어느새 이렇게 자랐다”며 “흥남 철수 작전은 매우 인도적인 작전이었다. 피란민 하나하나가 모두 영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멀 스미스는 오히려 고마워했다. 그는 “당시 명령을 따랐을 뿐인데…”라며 “1만4000명을 살렸다는 감격을 죽을 때까지 가지고 있을 거다. 김치-파이브를 비롯해 그때 살아남은 사람을 지금 만나는 걸로 이미 보상받았다”고 말했다. 한국전 이후 처음 방한한다는 그는 이런 말도 했다. “당시 누가 한국이 지금처럼 될 수 있다고 생각했겠느냐. 이젠 강자(powerhouse)다. 스스로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You have to be proud). 우리가 큰일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한국 국민이 더 위대한 일을 했다.” 이들에겐 대한민국이 기적이었다.



 이날 행사엔 속초에서 출발해 포항을 거쳐 거제를 찾아온 ‘국토뱃길 순례단’ 100여 명이 함께했다. 권민호 거제시장과 이철휘 육군 제2작전사령관, 홍성윤 함경남도 중앙도민회장 등이 참석했다.



거제=고정애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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