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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무슨 소식 물고 왔니, 철새야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그러니까 임박한 겨울을 아침 육신이 먼저 아는 계절이 오면 “겨울 철새를 바라보는 경험은 삶의 의지에 관한 문제”라 적었던 어느 시인의 말이 떠나지 않는다. 그러면 집을 나서야 한다. 그들이 찾아올 시간이다.



 겨울 들머리. 올해도 철새는 내려앉았다.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가늠하기도 힘든 저 북극의 들판을 날아올라 올해도 그들은 지난 기억을 온몸으로 되살려 작년 겨울의 논밭을 찾아와 앉았다. 그 수고를, 세상 무엇도 가로막지 못하는 그 도저한 생의 본능을 경외한다.



 





올 겨울에도 어김없이 철새는 날아왔다. 참으로 먼길을 찾아온 수고가 기특하고 고맙다. 강화도에서 보름달을 가로지르는 기러기떼를 보았다.













다시 시인의 말을 생각한다. 겨울 철새가 날아오는 건, 그들의 삶의 의지에 관한 문제다. 그들은 오로지 살기 위해 먼 길 돌아오는 수고를 해마다 감내한다. 그러나 겨울 철새를 바라보는 건 사람의 일이다. 사람의 일이어서 삶의 의지 또한 사람의 것이다. 세상의 수다한 구경거리 중에서 겨울 철새만이 삶의 의지에 관한 문제가 되는 까닭을 나는 안다. 이맘때마다 그들을 목이 빠지게 바라보곤 했기 때문이다.



 겨울 철새가 소중한 건, 그들이 이 하늘 아래와 저 들판 위에서 날것 그대로 살고 있어서다. 천하의 사자도 우리에 갇혀 있으면 길들인 애완동물이다. 그러나 주먹만 한 오리여도 저 들판에서 날아오르면 야생의 것이다. 그래서 겨울 철새 바라보는 일은, 까다롭고 복잡하고 어렵다. 추위를 감수해야 하고, 발소리를 죽여야 하고, 그들의 눈치를 살펴야 한다. 겨울 철새를 바라보는 일은, 사람이 자연을 상대로 벌이는 행위 중에서 가장 겸손한 행위다.



 해마다 이맘때면 새를 찍어야 한다며 촬영 장비 짊어지고 집을 나서는 사람을 안다. 새를 보면 몇 해 전 먼저 세상을 뜬 어린 아들 녀석이 생각난다고 그는 말한 적이 있다. 그는, 먼저 떠난 아들놈이 새가 되어 돌아왔다고 믿는다고 소주잔을 앞에 두고 말했다. 허한 겨울 하늘을 가로지르는 겨울 철새를 올려볼 때마다 수면 박차고 도약하는 그들의 뜨거운 날갯짓 지켜볼 때마다, 카메라 짊어진 그 아비의 뒷모습 떠올리며 혼자 울먹인다. 그리고 중얼거린다. 살자, 살자, 살아남자.



글=손민호 기자

사진=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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