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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는 가구를 예술작품처럼 ‘뚝딱’





마포에서 자투리 시장 연 사회적 기업 ‘문화로놀이짱’



지난달 마포구 망원시장에서는 주말마다 사회적 기업 ‘문화로놀이짱’이 기획한 ‘자투리 시장’이 열렸다. 주민이 고장 나 못 쓰게 된 의자를 가져오자 디자이너들이 무료로 고쳐주고 있다. [김형수 기자]



“아저씨, 톱질 제가 할래요. 재미있겠다.”



 “톱질할 때는 나무를 고정하는 게 중요해. 하나하나 천천히 익혀 봐.”



  지난달 31일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 재래시장 골목에 있는 자그마한 놀이터에 ‘자투리 시장’이 펼쳐졌다. 부서진 가구를 고쳐주고, 버려진 목재를 소품으로 탈바꿈시키는 시장이다. 가구 공방도 열려 색종이 상자, 나무 필통을 직접 만들려는 아이들이 줄을 섰다. 필통을 만들던 이한비(동교초2)양이 “내가 톱질하겠다”고 나서자 너도나도 가세한다. 일일 선생님이 된 가구 디자이너 차상혁(28)씨가 사포를 나눠주자 이내 여기저기서 ‘쓱싹쓱싹’ 사포 소리가 들린다.



 박윤도(63·망원동)씨는 부서진 서랍장을 들고 나왔다. 자투리 시장을 연 가구 디자이너들이 30여 분간 매만지자 새것이 됐다. 박씨는 “옷장을 새로 살지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쉽게 해결됐다”며 즐거워했다.



 10월 한 달 동안 주말마다 망원시장에서 열린 자투리 시장은 사회적 기업 ‘문화로놀이짱’의 프로젝트다. 하루 20여 명의 주민이 가구를 고쳐갔고 아이들은 놀이터 삼아 하루 종일 시간을 보냈다.



 홍대앞을 중심으로 지역문화예술기획을 하던 단체인 ‘문화로놀이짱’이 가구 디자이너 집단으로 변신한 사연을 안연정 대표에게 물었다.



 “음식점과 카페가 수시로 바뀌는 홍대 앞에는 골목마다 버려진 가구가 참 많았어요. 대부분 소각했죠. 우리나라 폐가구 재활용 비율이 3%도 채 되지 않더군요.”



 폐가구를 재활용할 방법을 알아보던 중 2006년 홍대 앞에서 열린 ‘공공(00)시장’이 머리에 떠올랐다. 당시 가구 디자이너들이 공방을 열고 소품을 만들어 파는 장이 열렸다. “폐가구를 재활용하고, 예술가들에게 일자리를 주는 사업을 구상하게 된 계기가 됐죠.”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 만들자’는 생각에 그는 뜻있는 디자이너와 문화 기획자 10여 명을 모아 ‘문화로놀이짱’을 재정비했다. 일주일에 서너 번 동네를 돌며 부서진 의자와 버려진 서랍장 등을 수거, 예술성을 보태 수리해 ‘신상(신상품)’ 가구로 만들었다.



 “수익성이 나는 사업이 되겠다 싶었어요. 카페나 음식점에서 주문받아 가구를 제작하고, 공방을 열어 가구 만들기를 가르쳤어요.”



 2년여의 노력 끝에 지난해 6월 서교예술센터에 입주해 공간을 확보했고, 지난 2월에는 서울형 사회적 기업으로 선정돼 직원들의 임금도 지원받고 있다.



 점차 입소문도 났다. “주민들이 ‘우리 집에서 버릴 식탁이 있으니 가져가라’고 전화를 할 정도로 알려지기 시작했어요. 가구를 재활용하고 직접 만드는 일은 취미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입니다. 그런 생각을 많은 사람과 공유하는 첫 번째 프로젝트로 ‘자투리 시장’을 기획했어요. 11월에는 자투리 목재로 만든 예술품 전시도 할 예정이고요.”



 문화로놀이짱은 내년부터 자투리 시장을 정기적으로 열 계획이다. 마포구와 ‘폐가구 수거 시스템’을 만드는 일에도 한창이다. 하지만 탄탄한 사회적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해야 할 일이 많다.



현재 월 매출이 700만원가량 되지만 안정적으로 독립을 하려면 2000만원 이상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2년간 제대로 쉰 적이 하루도 없을 정도예요. 하지만 목재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는 일이 신나서 힘든 줄 모르겠네요.”



글=임주리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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